장석봉의 책이야기

<입 속의 검은 잎> 기형도
<행복한 책 읽기> 김현

죽음, 이것은 어른들에게나 슬픈 단어이다. 어린아이들에게 죽음은 심각한 단어가 아니다. 그러나 어린아이에게도 그것이 슬픔일 때가 있다. 플란다스의 개 파트라슈의 죽음이다. 그때 나는 얼마나 슬펐던가.

그러나 그 외의 다른 책에 나오는 죽음은 그렇고 그랬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죽음마저도 그다지 아픔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아마도 심청전을 너무 어린 나이에 읽은 탓이리라. 인당수에 빠져 죽었던 심청이는 되살아 났다.

죽음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알게 된 것은 훨씬 후의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던 그때, 나는 기형도를 읽었다. <입 속의 검은 입>을 가지고 다니면서 죽음을 만났다. 무서운 것은 죽음만이 아니다. 더욱 무서운 것은 죽음을 끼고 사는 사람의 삶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죽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아주 가까운 시간 내의 일이라면? 그리고 죽음의 장소까지 선택하는 삶이라면? 무서운 것은 그것이다.

그런데 내 책꽂이에는 그런 무서움이 또 하나 존재한다. 그놈은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지 못하고 여전히 거꾸로 꽂혀 있다. 김현의 일기이다. <행복한 책읽기>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책이다. 행복하다니? 얼마나 강한 삶이기에 죽음을 껴앉고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까? 그러나 지금 나는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없다. "김훈처럼 모질지가 못해, 두루뭉수리하게, 오마르 카이얌의 <루바이아트>의 시 하나를 빌어" 기형도의 "넋을 달래려" 했던 그도 바로 다음 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오고가는 이 세상은
시작도 끝도 본시 없는 법!
묻는들 어느 누가 대답할 수 있으리오.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를!

얼마전 텔레비전의 한 독서 프로그램에서서 시인의 13주기를 맞아 그의 책을 다루었다. 그가 웃고 있는 사진을 언젠가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언젠가 본 김현의 사진도 웃고 있었다.
<출판기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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