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걷기 여행길 … 지난 2일 새해 첫 걷기 모임

▲ 고양올레 회원들이 지난 2일 서설로 뒤덮힌 고봉산 산길을 밟고 있다.
“걷는 것에는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어떤 힘이 있다. 규칙적으로 발을 하나씩 떼어놓고, 그와 동시에 팔을 리듬에 맞춰 휘젓고, 숨이 약간 가파오고, 맥박도 조금 긴장하고, 방향을 결정할 때와 중심을 잡는데 필요한 눈과 귀를 사용하고, 살갗에 스치는 바람의 감각을 느끼고, 마침내 정신과 육체가 모순 없이 서로 조화롭게 되는 일련의 현상이다.”

‘콘트라베이스’, ‘향수’의 저자로 주목받은 독일 소설가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걷는 것의 의미를 위와 같이 표현했다. ‘걷는 것이 쉬는 것이다’의 저자 김산환씨도 “걷기 여행은 걷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걸으며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는 게 목적이다. 자연을 느끼고 배우는 것이 걷기”라고 했다.

걷기가 길로 이어지고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걷는 자(者)에게 동경의 대상이고 제주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한 번 걸어봐야 할 길로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길이 추가되려 한다. 그 이름은 ‘고양올레길(가칭)’.

▲ 고봉산 영천사를 지나 서설로 덮힌 산길을 걷는 고양올레 회원의 표정이 밝다.
고양시의 역사와 문화의 흔적을 품고 있고, 생태적 가치가 살아 숨 쉬는 좋은 길·작은 길을 ‘고양올레길’로 개척하려는 모임이 있다. 바로 ‘고양올레(http://cafe.daum.net/gyolleh)’다. ‘느끼고, 어울리고, 나누는 평화로운 걷기 여행길’을 목표로 하는 고양올레 회원 14명이 지난 2일 경인년 새해맞이 첫걸음을 내딛었다.

서설(첫눈)이 내리는 가운데 중산 안곡초교 입구 팔각정에서 시작한 걷기는 안곡습지를 지나 고봉산성터, 영천사를 거쳐 중산고교 뒷길로 이어졌다. 고양올레 이성한 대표는 고봉산성터에서 지낸 ‘시행제’에서 “우리가 사는 이 곳, 이 땅의 역사와 문화, 환경과 생태를 아우르는 걷기 좋은 길, 소통과 나눔이 있는 착한 길을 열어 나가는 첫걸음을 오늘 시작한다”며 “고양시가 개발이란 미명으로 더 이상 파괴되고 훼손되지 않도록 지켜달라”고 말했다.

▲ 황룡산 금정굴 앞에 선 고양올레 회원들.
시행제를 지낸 고양올레 회원들의 발걸음은 한국전쟁 당시 양민학살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황룡산 금정굴로 향했다. ‘산자들이여, 우리를 기억하라’가 새겨진 고목 앞에서 최태봉 고양시민회 전 대표는 “당시 희생된 영령들의 명예회복과 더불어 이곳을 평화의 공원으로 조성하려는 계획이 있다”고 설명했다. 회원들은 이어 서설로 덮힌 황룡산 철책길을 지나 향토유적 제7호로 지정된 조선시대 완산부원군 이천우 묘역까지 이르렀다. 총거리 7.98 km, 3시간 반 남짓한 시간이 걸렸다. 쌀쌀한 날씨 탓이었을까, 혹은 새해맞이 걷기가 주는 성취감 때문일까. 첫걸음을 마친 회원들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돼 있었다.

고양올레 카페에서 ‘흰뺨오리’로 통하는 박상예(57) 회원은 “어떤 길이었건 간에 착한 사람, 좋은 사람들과 함께 걷는 다는 기쁨, 행복감이 정말 좋았다”며 새해맞이 걷기에 만족감을 표했다. 서진선(42) 회원도 “고양시의 산길과 오솔길은 편안함이 있어서 너무 좋다. 이번 걷기는 눈길이어서 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고 걸어온 길을 틈틈이 사진에 담던 최수동(39) 회원은 “현재 우리가 걷고 있는 이 길을 사진과 글로 남기는 것 자체가 후대에,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으로 남을 것 같다”며 더 많은 길을 기록하고자 하는 소망을 나타내기도 했다.

▲ 눈길을 걷는 고양올레 회원들의 발걸음이 힘차다.
새해맞이 걷기 행사를 기획한 이성한 대표는 “우리가 사는 지역의 지리·역사·생태·환경 등 수많은 자산들을 시민들이 알고 공유하고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고양올레를 통해 한걸음씩 걷다보면 시민 스스로 배우고 깨달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고양올레는 이 과정에서 최소한의 이정표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새해맞이 걷기가 끝난 뒤, ‘랑피더양’이라는 별칭을 쓰는 회원은 카페 게시판에 이런 글을 남겼다. “고양올레는 어울림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람과 시간(역사)의 소통과 어울림을 아우르기 때문에~.”

▲ 고봉산성터에서 시행제를 지낸 이성한 대표가 주문을 불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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