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아이들과 그룹홈, 엄마보다 정성껏 돌보는 김지량씨

“이 아이들이 여기에 오기 전에 어떤 생활을 해왔는지 상상도 못하실 겁니다”

덕양구 주교동의 주택가에 위치한 평범한 이층집. 이곳에서 다섯 아이의 이모를 자처해 3년째 생활하고 있는 김지량(39)씨. 아직 미혼인 그녀가 다섯 명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게 된 연유를 묻는 이들에게 이렇게 입을 연다.

김지량씨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이곳은 그동안 학대와 방치로 인해 고통받은 18세 미만의 아이들에게 본래 가정의 긍정적인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구성된 대안가정 아동 그룹홈 ‘햇살고운집’이다.

대기업의 사보 기자, 출판사 편집장이라는 남들이 보기에 평탄한 길을 걸어온 그녀는 모든 것을 뒤로하고 대구 소재의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에 몸을 담게 되었다. 그리고 인권을 위한 7년간의 활동 중에 선배들이 탁아운동차원에서 먼저 시작한 그룹홈을 봐온 그녀는 부모님의 이사를 계기로 하던 일을 그만두고 함께 고양시에 그룹홈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2007년 5월 1일 처음 문을 연 햇살고운집에는 운영비라는 개념이 없다. 시설장인 김지량씨의 자산과 후원금, 그리고 2008년 적게나마 받게 된 지원이 전부이다. 지금 살고 있는 2층집 또한 어느 독지가의 도움으로 싼 값에 임대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어려운 경제여건이라고 다른 시설들처럼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어요. 가정을 표방하는 그룹홈의 특성상 시설이라고 드러낼 수도 없기 때문이죠”

그마나 김지량씨의 지인과 어떻게 알고 찾아와주는 고마우신 분들이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공부도 시켜주면서 운영되고 있다.

김지량씨가 처음 햇살고운집을 열었을 당시에는 여자아동그룹홈을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어찌된 영문인지 남자 아이 3명과 여자 아이 2명으로 남자아이가 더 많다. “고양시에는 이미 남자아동그룹홈인 토비아의 집이 있었기 때문에 전 여자아동그룹홈을 생각했죠. 하지만 남매의 경우 이를 떼어놓게 되면 아이들이 받게 되는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함께 받았죠” 라고 말하며 웃는 김지량씨에게 자신의 편의보다도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아이들에 대한 교육열은 역시 대단하다. 지원을 받기 위해 만난 시청 직원에게 ‘욕심이 과한 것 아니냐’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달랐다. “부모조차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가진 것이라고는 맨 몸 밖에 없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커서 사회에 서기 위해서는 교육밖에 없어요. 저는 이것도 부족하다고 봅니다” 덕분에 그동안 무관심 속에서 양치하는 법조차 배우지 못했던 아이들은 이제 성적 향상은 물론이거니와 영어인증 최우수상, 다독상, 피아노 콩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단체생활로 이루어지는 일반 보육원과는 달리 아이들의 사회적응력 차원에서 큰 효과를 나타내는 그룹홈이 가지는 또 하나의 특징은 원가정 회복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아이들 뿐만 아니라 부모들의 심리치료와 사회에의 복귀를 도와 가족이 다시 뭉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이러한 이유로 그룹홈 아이들의 70%는 원가정에 복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원가정으로 돌아가기 전 함께하는 2~3년의 매 시간 속에서 보람을 느낀다는 김지량씨. “가정과 유사하게 자라고 있지만 아이들도 본인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아이들 스스로 나중에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한답니다”라며 기특하다는 듯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그 어느 부모보다도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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