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한수초에 '1일교사' 활동

김대중 대통령이 일산에 왔다.
스승의 날을 즈음해 지난 14일, 김대중 대통령은 일일교사로 일산신도시의 한수초등학교를 찾았다. 현관에서 한완상 부총리, 조성윤 도교육감, 인광기 시교육장, 정헌모 교장과 인사를 나눈 김대중 대통령 부부는 곧바로 6학년 5반 교실로 올라갔다. 6학년 5반은 오늘 김대통령이 일일 교사로 수업하는 자리. 맨 먼저 김대통령은 담임인 신순영 교사에게, 이희호 여사는 정교장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었다.

김대통령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가슴에는 ‘안내’라는 리본이 달려있었다. 이 리본은 비표. 대통령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특권(?) 표시라고나 할까. 물론 선생님들 가슴에도 직원 명찰이 달려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오늘 주제는 ‘진정한 성공은 무엇인가’.
김대통령은“이완용은 오래 살고 돈도 많았지만 지금 알아주는 이가 없다. 하지만 안중근 의사는 오래 살지도 돈이 많지도 않았지만 후세들이 길이 그 이름을 기억한다”면서 “진정한 성공은 무엇이 되느냐가 아니라 바르게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누구냐”고 반가운 학생이 물었다.
“중학교 때 가르쳐 주신 선생님이 계신데 ‘국회의원보다도 이야기를 잘한다’고 칭찬을 해주셨지. 후에 일본에서 그 선생님을 다시 만났는데 반가워하시더라”고.
다음 이동장소는 재택 수업이 진행되는 멀티미디어실. 김경희 선생님이 집에 있는 아이들과 통신으로 수업을 하고 있었다. 5학년 사회 시간. 주제는 ‘미래사회의 모습’. 일반인 처음으로 우주여행을 했던 티토 얼굴이 컴퓨터 화면에 뜨면서 수업이 시작되었다. ‘은하철도 999’에서 볼 수 있었던 우주 기차가 우주를 떠다니고, 행성과 행성을 터널로 이은 아이들이 그린 미래 세계 그림으로 이어졌다.

집에 있는 임다희(5년) 학생과 김대통령과의 짧은 대화.
“공부 잘하나요?”통신이 잘 안 돼 잠시 머뭇.
“대통령 할아버지와 통신으로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아쉽게도 다희 어머니와 김대통령과의 화상 만남은 다희 집 화상카메라 말썽으로 끊어졌다.

멀티미디어실을 나온 김대통령 내외는 1층에서 배웅 나온 교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한수초를 떠났다. 한수초는 폭풍 뒤의 고요. 일시 정지됐던 구내전화를 전화국에서 나와서 고치고 있었다. 어쩐 일인지 울리지 않던 핸드폰도 다시 일리고.
정교장은 “한수초가 전국 최초로 재택수업을 하고 있어 대통령이 방문한 것 같다”며 “선생님들의 떨어진 사기를 북돋기 위해 일일교사를 자청하신 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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