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봉의 책이야기

<현대 미술을 보는 눈> 김해성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지금 우리가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 앞에 서 있다. 어떤 느낌이 들까? 흥분. 그렇다. 우리는 잠시나마 흥분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내가 그 유명한 <모나리자>를 실제로 보게 되다니! 우리는 감동할 것이다.

그러나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모나리자>라는 그림의 아름다움에 감동한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를 감동으로 몰아 간 것은 그 그림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모나리자>라는 걸작의 진품을 직접 두 눈으로 보았다는 사실이다. 전에도 우리는 교과서나 화집 속에서 <모나리자> 그림을 여러 번 보았다. 그때 우리가 그 그림의 아름다움에 감동한 적이 있었던가?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그 그림이 아름답다(또는 훌륭하다)는 느낌을 실제로 갖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지 그렇게 오랫동안 배워 왔기 때문에 그 작품이 훌륭하다고 알고 있었던 것에 불과한 것이다.

뭔가 좀 이상하다고? 뭐라고 꼬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반론을 제기해야 할 것 같다고?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이번에는 피카소가 그린 추상화 한 점 앞에 서있다고 가정해 보자. 캔버스에 물감이 칠해져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뭔지는 모르겠고... 남들은 참 좋은 그림이라고 하던데. 어떤가? 그 그림이 좋아 보이는가? 혹시 발가락으로 그려도 그보다 낫게 그릴 수 있다는 생각은 안 드는가?

더 심한 겨우도 있다. 뒤샹이라는 미술가는 실물 변기를 자신의 작품이라며 전시해 놓았다. 그런데 평론가라는 사람들은 그 장난같은 짓거리에 근사한 해석을 부여한다. 레디메이드니 발견된 오브제니 하는 그런 말들을 동원하면서.

괜히 쓸데 없이 머리만 아파졌을 지도 모르겠다. 약효를 100퍼센트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현대 미술을 보는 눈>(김혜성/ 열화당)이란 책을 읽다보면 지끈지끈 아파 오는 머리의 통증이 조금쯤은 완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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