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지수 코치 시련 많았던 두 선수 지극한 뒷바라지

▲ 올림픽을 끝내고 귀국하자마자 세계 선수권 대회를 위해 선수촌에 입소하여 첫 훈련을 마쳤다. 피곤함이 채 가시지 않은 이호석 선수(사진 좌)와 조해리 선수(사진 우).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2010 벤쿠버 올림픽의 열기 속에서는 자랑스런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얼음 위를 달려온 고양시의 역군들이 있었다. 한국 쇼트트랙의 에이스로서 각종 세계 대회에서 그 이름을 날리고 있는 25세 동갑내기 이호석, 조해리 선수가 바로 그들이다.

두 선수 모두 이번 올림픽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남자 쇼트트랙 전 종목에 출전한 이호석 선수는 500m, 1500m에서는 결승점을 밟아보지도 못한 채로 빙판 위에서 경기를 끝내야 했고 1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물론 아쉬움이 남기는 했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시고, 또 지금 성적도 최선을 다해서 이룬 것이니까 만족하고 있어요” 비록 아쉬움이 남는 올림픽이었지만 세계를 무대로 자신의 역할을 마친 이호석 선수에게는 어느 정도 담담함도 묻어 있었다.

조해리 선수의 경우 그 안타까움은 더했다. 이호석 선수와 마찬가지로 여자 쇼트트랙 전 종목에 출전한 조 선수이지만 세계의 벽은 만만치 않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여자 계주에서 마지막 주자로서 눈에 띄는 활약을 했지만 심판의 석연치 않는 판정으로 인해 눈앞에서 금메달을 놓쳐야 했다. “간절하게 가고 싶어했던 올림픽이었던 만큼 결과가 어떻든 그 자리에 설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하려고 해요” 올림픽을 마치고 선수촌으로 돌아와 갑작스런 몸살로 하루 종일 링거를 맞아야했다는 조해리 선수 역시 애써 밝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초등학교 1학년 무렵 스케이트를 시작했다는 두 선수는 4년 후 비슷한 시기에 현재 고양시청 빙상팀을 맡고 있는 모지수 코치와의 만남이 고양시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라고 한다. “5학년 때 쯤 그 때 모지수 코치님이 제가 훈련받고 있는 목동 쪽으로 오셨어요. 선생님 팀이 워낙에 강팀이라 제가 배우고 싶다고 졸랐죠” 그 이후로 14년이라는 긴 시간은 이제는 사제지간이라기 보다는 가족이나 마찬가지였고 그만큼 그간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특히 모 코치는 이호석 선수가 중3 시절 훈련 도중 허벅지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얻어 스케이팅을 다시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기로에 서 있을 때를 생각하면 그 과정을 겪어 왔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럽다고 한다. “뼈가 붙는 것도 문제지만 스케이팅 감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한데 그 이듬해 주니어세계선수권 대회에서 1등을 했죠”

조해리 선수의 경우 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얻는데만 해도 긴 시간을 기다려야했다. 2002년 연령제한으로 출전이 좌절되고 2006년 발목이 돌아갈 정도로 큰 부상으로 꿈을 접어야 했다. 습관성 어깨 탈골의 위험까지 안고 있는 조해리 선수가 세 번의 도전 끝에 손 끝에 닿은 올림픽 출전권이기에 이번 경기에 대한 아쉬움은 더 마음에 남는다. “해리가 부모님이나 제가 속상해할 까봐 일부러 덤덤한 표정을 짓는 걸 보면 더 마음이 아파요. 오죽하면 제가 대표 만들어서 미안하다는 말까지 했어요”라며 모지수 코치는 안타까움을 내비친다.

그래도 선수들에게 벤쿠버에서의 즐거운 추억들도 적지 않았다. 경기를 모두 끝내고 나서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숙소 내에서 게임과 수다로 3일 밤낮을 세울 정도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특히 조해리 선수는 벤쿠버에서 만난 문대성 IOC위원과 함께 사진 촬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들뜬 표정이었다.

▲ 스케이트 날이 이상하다는 연락을 받고 선수촌으로 달려왔다는 모지수 코치는 인터뷰 내내 선수들 곁에서 세심하게 장비를 봐주고 있었다.
두 선수는 또 벤쿠버에서의 3주 동안 선수들 장비를 위해 자비를 충당해 동행하여 길 위에서 스케이트 날을 갈아야 했던 모지수 코치에 대한 고마운 마음 역시 절대 인지 못할 것이라 한다. “스케이트는 티끌같은 돌조각 하나만으로도 날이 날라갈 수 있는 예민한 장비로 얼음 위를 타는 경기인 만큼 장비가 중요해요”라며 “물론 올림픽 대표팀도 담당하시는 분이 계시지만 각 선수마다 뼈대도 다르고 타는 스타일로 다르기 때문에 제가 일일이 손보고 있어요”라는 모 코치에게서 자신의 자식과 같다는 두 선수에 대한 책임감을 엿볼 수 있었다.

다사다난했던 벤쿠버에서의 꿈을 뒤로하고 당장 14일에는 19일부터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준비를 위해 또다시 먼 여정을 떠난다.

감독과 코치가 모두 있는 성남이나 용인시 빙상팀에 비해 고양시는 모지수 코치 혼자서 태릉선수촌의 두 선수와 아람누리의 또 다른 고양시청 소속 선수들을 돌봐야  하기에 비록 이번에는 함께하지 못하지만 코치의 빈자리만큼 선수들의 각오가 이를 대신하여 한다.

세계대회에 입상하는 매 순간마다, 이번 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1등을 거머쥐면서 자신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는데 자긍심을 느꼈다는 이호석 선수와 조해리 선수에게 그 감동이 다시 한번 찾아오길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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