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책 안건모 발행인, 방송·출판계 유명인으로

 

작은책 편집장 겸 발행인 안건모씨.
“서울에서 시내버스를 타려는 승객은 적어도 4가지 능력은 갖추어야 한다. 첫째가 눈이 좋아야하고, 둘째가 달리기 실력이 있어야 하고, 셋째가 눈치가 빨라야한다. 넷째가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 글은 버스기사였던 안건모씨에게도 느낌이 남달랐던 모양이다. 안씨는 월간 ‘작은책’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버스기사가 눈이 좋아야함은 멀리 숨어서 단속하는 경찰관을 발견해야하기 때문이고, 달리기실력이 좋아야 옆차 백미러와 내 차 백미러 사이에 두꺼운 도화지 한 장 끼우면 딱 맞을 저도의 사이를 두고 시쳇말로 ‘조질’ 수 있어야 종점에 들어가서 오줌이라도 눌 수 있다. 눈치가 빨라야 함은 아무리 잘 조진다 해도 정류장을 무정차로 통과해야 그나마 밥먹을 시간을 벌기 때문이다. 인내심은 끝없이 싸우자고 덤비는 옆 차 기사, 술 취한 손님, 회사와 일일이 맞서지 않고 참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신혼살림 시작했던 가라뫼
이렇게 ‘일하는 사람’의 심정을 속이 시원하게 대변해주던 버스운전사 안건모씨(53세)가 월간 작은책 편집장으로 변신한지 5년이 넘었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결혼전 가족들과 둥지를 틀고, 아내와 신혼살림을 시작한 곳도 가라뫼였다. 이일저일 전전하다 시작한 시내버스운전기사. 대화동 일산종점과 서울을 오간 세월이 20년. 부당한 대우와 고용주들의 횡포에 맞서고, 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 안씨는 그곳에서 ‘버스일터’를 조직하고, 노조운동에 앞장섰다. 당시의 일들을 책으로 묶어낸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도서출판 보리)’는 땀이 배어있는 기록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20년 버스운전, 세상과 만나
버스기사 시절에도 안건모씨는 유명인이었다. 회사내에서는 노조활동에 앞장서 ‘마음대로 짜르기도 힘든 골칫거리’ 취급을 받았지만 세상에서 안씨는 작가로 인정을 받았다. 일하는 이들을 위한 월간잡지 ‘작은책’에 글을 투고하며 안씨는 새로운 세상과 만나게 됐다. 초기의  글들은 다듬어지지 않고, 맞춤법도 잘 맞지 않았지만 그 안에 담겨진 진정성에 사람들은 화답했다. 제7회 전태일 문학상 생활문학 부문에 입선했고, 2000년부터 1년 남짓 한겨레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2005년 1월부터는 편집위원으로 참여하던 작은책에서 편집장을 맡았고, 같은 해 8월 발행인이 됐다.

“보리출판사 윤구병 대표가 불러서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물어보더군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책만드는 과정도 모르고. 월급이 반으로 줄어드니 경제적인 면도 그랬고.”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
반대하는 아내를 설득하며 결국 ‘글쟁이’로 인생전환을 시도한 데는 글쓰기에 대한 갈증과 변화를 향한 갈망이 있었기 때문. “색깔있는 버스기사로 사업장을 변화시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내 스스로가 글을 통해 변화됐기 때문”에 결단이 가능했다.

그가 맡게 된 작은책은 당시 상황이 썩 좋지 않았다. 출판시장이 워낙 열악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을 위한 월간지’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안건모씨는 일하는 사람들이 읽기 쉬운 글, 읽을 만한 기획특집을 엮어내는 데 주력하는 동시에 구독자를 늘리고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행사마다 가판대를 들고 가서 구독을 받았고, 산행모임, 글쓰기모임 등을 꾸렸다.

경남 창원 전국에 글쓰기 모임 조직
“사람을 만나면 인터뷰만 하는 게 아니라 조직을 합니다. 꼼짝없이 작은책 사람으로 만드는 거다. 글쓰기 모임도 서울, 부산, 경남, 창원 등 전국적으로 만들어 스스로 모이게 합니다.”
그가 말하는 글쓰기의 비결은 단순했다. 있는 그대로 쓰라는 거다.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더 꾸미려하고, 무엇보다 사회의 논리를 그대로 갖고 있다. 나는 교육받지 않았기에 더욱 자유로운 글쓰기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말하지만 그가 글쓰기를 위해 읽은 책만 300권이 넘는다. 작은책 사무실에는 출판사들이 보내온 책들이 가득하다. 안씨가 직접 읽어보고 좋은 책을 골라 작은책에 소개한다. 워낙 엄격하게 읽고 추천하기 때문에 출판사와 독자들에게 ‘공신력’을 얻었다.

“작은책이 다른 월간지들과 다른 점은 실천과 역사의식입니다. 세상은 운동과 참여로만 바꿀 수 있습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글, 세상을 바꾸는 잡지를 만들겠다는 꿈을 위해 오늘도 그는 새로운 일터를 찾는다. 그곳에서 독자와 취재원, 작은책의 지원군이 되어줄 누군가를 만날 것이다.

안건모씨는 ...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생활을 했다. 검정고시로 한양공고를 들어가 2학년을 중퇴하고 노동일을 했다. 군대를 갔다온 뒤에 1985년부터 서울에서 시내버스와 좌석버스 운전을 20년 동안 했다. 1997년 ‘시내버스를 정년까지’라는 글로 전태일 문학상 생활글 부문 우수상을 탔고, 한겨레, 월간 작은책에 연재를 했다. 현재 작은책 발행인 겸 편집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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