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와 서민용 주택보급 정책이라는 미명하에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본격화되고 있다. 수도권의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싼 값에 택지를 공급하고 인근 아파트보다 시세보다 20% 싸게 공급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어제 3차 발표로 벌써 22만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는 셈이다. 이러한 보금자리 주택이 첫째 서민용인가, 둘째 수도권 집중화 이대로 방치해도 무방한 것인가 등의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파트 1채당 2억원을 상회하는 가격에 분양하면서 서민용이라는 표현이 맞는것인가. 1차 보금자리 주택의 청약률이 높았던 것은 그 당시 부동산 규제가 대폭 해제되어 기존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했고 대세 상승기에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정부의 분석 기준을 신뢰했기 때문에 서민들은 비싸도 울며겨자먹기로 청약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재 보금자리 주택이 분양가보다 비싸게 팔릴 것이란 가설은 성립하기 어렵게 되었다.  김광수 경제연구소 등 진보적 학술단체에서는 수차에 걸쳐 아파트 가격의 붕괴를 예고 했고 아파트의 하락세가 두드러지게 감지되고 있다.  담보대출에 의한 부동산 가격 상승은 가계부채의 급증과 소득율 증가의 둔화로 한계에 다다르고 있고 출산률 저하와 1-2인 가족의 증가는 아파트의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 가구당 부채가 국민 총생산의 80%를 상회한다는 보도는 더 이상 구매할 여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은평 뉴타운이나 삼송지구 같은 곳이 평당 1,100만원 대에 분양해도 미분양이 속출하는데 과연 900-1,000만원의 보금자리 주택이 저렴하고 서민용이고 입지조건이 좋아 원만히 분양될 것이라는 판단은  앞뒤가 맞지않는 엉성한 논리임에 틀림없다.  

지방의 미분양 물량이 건설업체는 13만 가구 정도라고 하고 있지만 실상은 17만 가구에 다다른다는 것이 정설이다. 지방의 미분양 물량은 그대로 둔 채 수도권에 아파트를 지어 집중화를 가속화하는 것은 결국 국토의 균형발전과 지방정책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할 것이다. 하루 생활권인 한반도 전역이 지방과 수도권이 분리되어  수도권만 잘되면 된다는 논리는 강자의 횡포에 다름아니다.   

보금자리 주택과 더불어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서울과 경기지역에 지구지정되어 있는 대규모 뉴타운 사업이다. 수도권에 40여곳이 뉴타운 지구로 지정되어 그야말로 거대한 서울공화국의 아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지방은 않낳고 떠나고 공동화되어 가는데 서울은 집이 없다고 더 지어야 한다는 아우성의 논리가 성립하는 것이다. 

강남에서 새로 아파트를 구입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울 거주가 아니라 지방거주임이 자료로 발표된 적이 있다. 지방에서 돈을 벌거나 혹은 택지보상 등을 받아 강남에 주택을 구입한다는 것이다. 이는 수도권의 아파트 구매자들이 수도권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수도권 진입을 바라는 전국의 자금력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 블랙홀의 법칙을 벗어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반쪽짜리 나라가 될 것이 자명하다.

결국 지방은 없는 사람이 밀려나 사는 곳, 별볼일 없는 사람이 거주하는 제2 지대로 전락하고 수도권의 여유공간, 하치장 등의 역할을 수행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지방을 홀대하고 국토와 인력을 비효율적으로 운용할 때 정부가 내걸고 있는 선진화는 결코 달성할 수가 없다.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지방이 든든하게 자리를 지켜주고 지방의 경제력이 살아나고 지방의 인력이, 지방의 기업이 중앙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경쟁할 때  대한민국은 선진화의 첫발을 내딛게 될 것이다. 

보금자리 주택과 뉴타운 사업은 건설업체의 안정적인 식량 제공처 노릇을 하고 있다. 앞으로 수년간 먹고살 수 있는 물량을 수주해놓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더 이상 건설업체의 산소호흡기 노릇을 하고 있는 보금자리주택 정책에 대하여 진지하게 재평가해보고 미국의 부동산 붕괴의 예에서처럼 우려하는 진보학자들의 주장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아파트 주거생활연구소 부소장 이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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