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경기도 공천심사위원회는 24일 오전 고양시장 후보를 결정하는 투표를 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강현석 현 시장이 한 표 차로 김태겸 후보를 누르고 시장 후보로 결정됐다. 정치권은 물론 선거에 관심을 둔 많은 사람들이 강현석 시장의 패배를 예측했다. 이명박 정부의 실세로 불리는 백성운 국회의원과 당 대표까지 맡았던 4선 중진, 김영선 국회의원이 강현석 시장의 공천을 결사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백성운 의원과 김영선의원은 반 강현석 카드로 김태겸 후보를 내걸었다. 강원도 행정부지사출신이라는 간판은 있었지만 고양과는 전혀 무관한 인물이었고 공천을 앞두고 침대 한 칸 들고 부랴부랴 주소지를 고양으로 옮긴 이였다. 김태겸 후보가 고양과 인연이 있다면 실세 백성운 의원의 측근 이라는 것이었다. 김태겸 후보가 중앙당 차원에서 영입돼 고양시장후보로 낙하산 공천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지역에선 반대 여론이 거셌다.

“인구 100만의 대도시에서 시장 후보 한 명 없어 외지에서 데리고 오느냐”는 반발부터 “아무리 실세라도 고양시장 자리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느냐”는 비판까지, 반대 여론의 핵심은 따지고 보면 반자치적인 발상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비판은 백성운 의원 지역구 당원들 사이에서도 불거져 올랐다. 백성운 의원을 지지하지만 이번 판단만큼은 현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역의 여론을 체감했을 텐데도 불구하고 백성운 김영선 의원은 김태겸 후보 전략공천에 사활을 걸었고 스스로 정치적 악수를 뒀다.

두 의원과 달리 김태원 손범규 의원은 끝까지 경선을 고집했다. 4명의 지구당위원장들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한나라당 경기도공천심사위원회는 결국 표결을 택했다. 17명으로 구성된 공천심사위원회의 상당수가 백성운 김영선 의원의 측근 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표결로 가면 결국 김태겸 후보가 이길 것이라는 예측이 높았다. 그러나 표결 결과는 9대8. 강현석 현 시장이 한 표를 더 얻어 고양시장 후보로 결정됐다. 단 한 표 차이였지만 단순한 승리가 아니었다. 실세 백성운 의원의 오만한 결정이 패배한 것이었다. 백성운 의원의 결정을 반대했던 많은 사람들이 강현석 시장을 지지한 것은 아니었다. 지지자도 있고 반지지자도 있었지만 자치에 역행하는 오만한 판단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던 것이었다. 자치가 무엇인가. 스스로 다스리는 일.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일을 지역 주민 스스로 처리하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이 되는 제도이다.

백성운 의원은 1980년대 말 정말 젊은 나이에 관선 고양시장을 지낸 촉망받는 행정가였다. 이후 청와대 입

   
▲ 이영아 발행인
성, 경기도 행정부지사 등등 승승장구하며 이명박 대통령의 오른팔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가진 정치인이다. 고양에서 지방선거가 있을 때마다 백성운 의원의 출마설이 나왔고 결국 고양으로 돌아와 18대 국회의원이 됐다. 고양시민들이 백성운 의원에게 거는 기대는 그 어느 정치인들보다 크다. 고양에 대한 해박한 정보와 지식, 애정의 깊이에 있어 분명 남다를 것이라는 기대일 것이다. 이번 일을 지켜보며 고양시민들이 백성운 의원에게 거는 기대를 백 의원이 체감하고는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승승장구하는 실세 정치인이 아니라 고양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진 민의의 대변자로서, 고양시민의 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 어디 백성운 의원에게만 해당되는 일이겠는가. 이번 선거에 나서는 모든 후보들이 각인해야 할 교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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