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은범 평통자문위원-고양시협의회
우리의 민생 내지 민권(民權)과 직접 관련되는 6. 2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닥아오니 평일 지하철 출구나 주일날 교회 앞 같은 데서 예비후보들이 열심히 명함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동네의 공원이나 어린이놀이터를 지나가다 보면 보안등 같은 것을 신규 또는 교체 설치하느라 보도블럭을 걷어내고 땅을 파냈다간 다시 묻곤 하는 공사가 여기저기서 일시에 벌어지는 것이 부쩍 많이 눈에 뜨인다. 옛날에 그러했듯이 지방자치단체들이 전시성의 선심(善心)행정을 베푸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금치 못하게 된다. 언듯 보기에 멀쩡한 것들을 뽑아버리고 비싼 걸로 바꾸느라 많은 인력과 굴삭기까지 동원하니, 거기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 것이며 또 그 것은 시민이 내는 세금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사는 고장의 지자체가 몇 년전 외국의 한 시사잡지에서 고양시를 ‘세계 10대도시’중에 포함시켜 보도한 것에 고무된 끝에 이른바 “명품도시”로 만들려고 수년간 총력을 기울여온 결과, 특히 간선도로변의 무단주차는 확연히 줄었고 인도에는 부드러운 재질의 녹색 우레탄이 포장되어 미관상으로 좋아졌고 행인들의 보행도 편해진게 사실이다. 야간의 공원길은 더 밝아졌고 또한 공공도서관이 새로 들어서서 어른들이 신문, 잡지등을 돈 안내고 읽을 수 있고 중, 고등학생들이 밤 늦은 시간까지 공부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그만큼 넓어졌다.

그 반면에 뒤안길은 어떠한가. 큰 길가에서 쫓겨난 차량들이 주야를 가리지 않고 이면도로, 주로 주택가의 골목길, 그것도 황색 중앙선이 그어진 2차선 도로 양편을 점거하고 계속 세워져있는 외길상태가 일상화 되어있다. 이것은 한마디로 특히 단독주택의 경우 ‘3층 4가구’의 법규를 위반하고 5가구 내지 9가구 이상이 수두룩한 현실을 초래한 건설, 교통행정의 파행이 그 주된 원인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밤이면 이른바 ‘주차전쟁’ 때문에, 내가 사는 단독주택 구역은 분명히 슬럼화 하였고 집값은 건축 초기의 수준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현실이다. 그것을 누구에게 하소연하고 또 보상을 청구할 대상은 누구인가.
몇 년전에 구청이 분리, 신설되면서 과거 구청땐 10년 동안 아무런 문제도 제기하지 않았던 건을 단속하니 황당한 일이며, 민원인의 권리구제 노력은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행정처분을 과하는 것은 실로 법치주의라는 미명하에 선의의 주민을 골병들게 하는 일이라 하겠다.

이번 선거에서는 위와같은 주민의 속앓이를 깊이 살피고 그것의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아보고, 또 필요할 경우엔 정책 또는 입법 대안까지도 함께 고민하고 모색할 수 있는 일꾼을 찾아나서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하여, 지방차원에서는 행정편의주의로부터 우리의 정당한 권익 즉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을 지키기 위한 ‘민권감시(民權監視, Civil Rights Watch)’ 의식이 주민 속에 심어지고 확산되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6. 2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는 예비적 선량(善良) 제위는 진실된 ‘내고장의 공복’으로서의 각오를 굳게 다지고 지역유권자들에게 닥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일산 신도시에서는 몇 년전에 화려한 공연시설들이 문을 열고 서울의 예술의전당 등과 경쟁적으로 고가(高價)의 외국 예술작품을 유치하느라 혈안인 것 같다. 그러니 다수의 시민들에게는 좀 저가이면서 고질(高質)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희소하지 않는가.

그러한 의미에서 가령 호수공원의 경우를 보더라도 단순한 산책로 이상의 문화 콘텐츠가 거기에 부가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또 일반 공원들 속에 지어진 작고 아담한 석조(石造) 무대와 관객석이 거의 항상 비어 있으니 한마디로 소프트웨어의 공백을 실감케 한다.

그러한 곳에서, 가령 어느 문화 선진국에서 처럼, 적은 숫자의 관객을 찾아가는 무명 악사(樂士)들의 선율이 가끔씩이라도 들려온다면 우리의 삶에 조금씩 더 윤기가 첨가되지 않을까 하고 상상해 본다. 이렇게 될 때 이 고장이 진실로 사람이 사는 맛이 나고 문화가 꽃피는 참된 명품도시가 되는 시민적 공감대와 추동력이 갖추어지지 않겠는가.

최 은 범(평통자문위원-고양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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