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변모시키고 발전시키는 장본인이 사람이기에 세상이 흥하고 망하는 열쇠가 사람에게 있다. 그래서 예부터 훌륭한 인재를 발탁하여 세상을 다스리게 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아 왔다. 가장 오래면서 현재까지 쓰이는 방법이 천거(薦擧) 제도이다. 천거란 믿을 만한 사람이 추천하는 사람을 간략한 시험을 거쳐 그에 맞는 자리를 맡기는 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의 문제점은 자칫 사리(私利)에 얽매인 사람들의 잘못된 천거로 인해 사회를 망치는 점이다.

옛날 주(周)나라 문왕(文王)도 이러한 고민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훌륭한 인재를 발탁하여 쓸 수 있는가에 대해 강태공(姜太公)에게 물었다. 강태공은 훌륭한 인재를 발탁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어진이를 등용한다는 명분만 있지 실제로는 어진이를 발탁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곧 세속에서 칭찬하는 자만 쓰기 좋아하고 어진이를 얻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왕은 그게 무슨 뜻이냐고 반문한다. 그러자 강태공은 “군주가 세속에서 칭찬하는 자를 어질다 하고, 세속에서 헐뜯는 자를 못난이라 하게 되면, 당파가 많은 사람은 승진하고, 당파 적은 사람은 물러나게 됩니다. 만약 이렇게 되면 사악한 무리들이 도당(徒黨)을 만들어 어짊을 가려 막아, 충신은 죄 없이 죽고, 간신은 헛된 명성으로 벼슬자리를 얻게 됩니다. 그리하여 세상의 어지러움이 점점 더 심해지면, 나라는 위태로워져 망함을 면치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육도(六韜)」<문도(文韜)>”고 대답하고 있다.

위의 대화를 통해 세속의 평판이란 것이 혹 천거하는 사람들에 의해 포장 될 수 있는 문제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말하는 그 사람이 아니라 실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의 실제 성품이 바른 인격자인지 그 사람이 그런 일을 할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실제로 확인한 다음에 천거해야만 바른 천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자신에 대한 충성도만 따진다든지 친불친(親不親)을 기준 삼아 천거를 하다보면 사심(私心)으로 얽힌 무리가 모이는 비당(比黨)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비당(比黨)에 권력을 맡기면 강태공의 말처럼 결국 나라가 망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이 있어서 역대의 여러 나라가 과거제도(科擧制度)를 채택하여 천거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려 하였으나, 과거제도엔 그 능력만 보고 그 성품을 볼 수 없는 문제점이 있었다.

현재 우리가 채택한 것은 선거(選擧)제도이나 기초 단체장까지 당 추천제도가 생김으로 인해 결국 천거(薦擧)에 의한 선거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천거들이 잘 못 되면 그 가운데서 선택해야 되기 때문에 선거를 아무리 잘 해도 제대로 된 사람을 뽑을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이 문제를 보완하려면 훌륭한 사람을 천거(薦擧)할 수 있는 풍토와 제도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 지역을 위해 일할 사람이면 그 지역 사람들이 천거하여 선거를 통해 발탁하는 것이 가장 순리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후보가 천거 될 때 사사로움에 매이지 않고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순수한 국민의 의견이 각 당의 의견보다 우위에 있게 하는 제도적 받침이 만들어 져야 하리라 생각한다. 국민이 직접 천거하는 방법과 각 당에서 천거할 때 공천심사위원에 순수국민의 참여를 수적 우위로 보장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훌륭한 사람을 뽑는 선거풍토를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

김백호/단일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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