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인문학 연대 울림 신경림 시인과의 만남

 

신경림 작가는 부드러운 미소와 따뜻한 시선으로 좌중의 질문에 답했다. 그러나 소통 부재, 꿈이 없는 현 사회에 대한 일갈도 빼놓지 않았다. 청중들은 즐거워했다.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별과 달과 해와/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손 저어 대답하면서./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별과 달과 해와/모래만 보고 살다가./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길동무 되어서.<낙타 전문>

 

73세의 시인에게도 곤란한 질문이 있을까. “요즘도 시를 쓰냐”는 질문이 그렇단다. 시인이 몸담고 있는 동국대 문예창작과 수시 모집에 떨어졌다는 여고생은 “앞으로 남은 기간 어떻게 입시를 준비하면 좋겠냐”는 현실적인 질문을 던졌다. 

시인은 “시는 종합적인 공부가 필요하다. 굳이 문창과에 갈 필요가 없다”며 입시를 위한 시쓰기로는 “쫌팽이 시인밖에 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글쓰는 일 역시 습관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매일 원고지 5장씩 메우는 훈련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조언도 전했다.

14일 대화동 사과나무치과 강의실에서 열린 고양인문학연대 울림(대표 조현주) ‘작가와의 대화’는 신경림 시인과 함께 하는 시간이었다. ‘낮달’ ‘갈대’로 1956년 문단에 등단한 신경림 작가는 ‘농무’ ‘길’ ‘남한강’ 등 민중적 정서를 살린 시쓰기로 우리 시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주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을 역임하고 현재 동국대 석좌교수로 재직중이다.

변경수 대표(동녘어린이도서관)의 인사로 시작된 대화시간은 노래배우기, 신경림 작가의 강연 ‘이 시대에 시인으로 사는 법’, 사회자와의 대담,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주부, 학생들과 편한 복장의 시민들이 참여해 강의실을 가득 메웠다.

▲ 신경림 시인.
“왜 시의 제목이 낙타냐”라는 다소 엉뚱한 질문에도 신경림 작가는 “그렇다고 토끼나 여우로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재치있는 답으로 좌중을 웃게 만들었다. “불행한 시대 꿈이 없는 아이들을 보며 가슴이 먹먹한 중2 교사”의 진지한 질문에 신 작가는 “좋은 책을 많이 권하고, 꿈을 갖게 만드는 것이 교사들의 책임”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소통 부재의 시대다. 사람들에게 함께 한다는 의식이 없어 위기가 온 것. 더 여유있는 사람들이 여유없는 사람들을 위해 그 마음을 열어야 한다.”

신경림 작가는 부드러운 미소를 잃지 않고 좌중에게 ‘행동하는 지성’이 되어줄 것을 당부했다. 인문학 연대 ‘울림’은 늘배움공동체 ‘움’, 동녘어린이도서관, 청소년도서관 ‘자유’ 등 지역에서 인문학을 통한 실천과 ‘다름’을 고민하는 모임이 함께 하고 있다.
 

 

<다음 강좌>
나무에게서 인생의 지혜를 배운다
8월 23일 오후 7시 30분. 대화동 사과나무치과 5층 세미나실
문의 조현주 대표(010-2464-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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