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 60주년을 생각하며

매년 6월이면 더욱 그렇답니다. 전쟁에 강제로 끌려간 그 날,  전 어머니 뱃속에 든 지 일곱 달이었답니다. 유복자.  아버지 없이 태어나 전쟁의 피난살이에 죽지 않고 살아온 지 60년의 세월에 오늘도 당신이 보고 싶어 그리워서 살아계신 지 저 세상으로 가셨는지 모르고 아들이 이렇게 눈시울을 붉히며 지면으로나마 불러봅니다.

어찌 형제하나 없이 나 혼자 어머니 뱃속에 들여놓고 그렇게 떠났습니까? 당신의 아내는 오매불망 당신이 살아 돌아올까 기다린 세월이 60년 올해 나이 83세랍니다. 한 많은 인생을 살아온, 아니 여자의 일생을 살면서 상처받고 찢기우며 눈물로 한세상을 살아온, 당신의 아내를 돌아가셨다면 영혼으로나마 보셨겠지요.
아버지. 사진 한 장이라도 남기고 가실일이지 아니면 꿈에라도 얼굴이나 한 번 보여줄 것이지. 그렇게도 보고 싶습니다. 내 생전 이름 석 자만 마음에 담고 가겠지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당신이 사무치게 그리워 한없이 울 때도 많았답니다. 행여 살아계신데 죄가 될까 제사도 못 지내고, 명절이면 절을 하며 울 때도 많았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의용군으로 끌려가셨습니다. 순경들이 어머니를 마을회관으로 끌고 가서는 아버지를 어디다 숨겨놓았냐고, 거짓말하면 총으로 쏴 죽여 버리겠다고 욕을 하며 방아쇠를 당기며 빨갱이 가족으로 몰아버리는 통한의 세상을 살아왔습니다.  어찌 그 어릴적 이야기를 지면으로 다 쓰겠습니까.

아버지. 6.25 전쟁으로 인해 상처받고 죄도 없는 사람을 갈기갈기 찢기우며 살아온 사람들이 너무도 많겠지요. 우리네처럼. 그런 당신의 아들은 국가를 위해 군대도 갔다 왔고, 표창도 받을 만큼 받았고 국가봉사포상까지 받았습니다.

아버지. 60년 그 세월에 당신의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당신의 아들은 타향살이 35년 동안 장가 가서 아들 하나 딸 둘.  딸들은 둘 다 출가를 시켰고 잘 살고 있습니다.

가난이 싫어서 고향을 떠나와 혹시나 임진각 쪽으로 끌려 가지나 않으셨을까 해서 갈 때마다 노란 리본에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써서 철조망에 달아놓고 눈시울을 적시며 돌아온답니다.

아버지. 어디다 불러야 대답을 들으실 수 있습니까?
내 생전 꿈에라도 한 번만 얼굴이라도 보여주십시오.  딱 한 번만이라도. 6.25 60주년을 맞아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아들이.

박영선 회장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 범죄예방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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