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석/본지 편집위원장

나라 안팎으로 너무 어지러운 일이 많아 그런지 삶을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가장 가까운 가족조차도 그 죽음을 막을 수 없기에 보는 사람들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순간에 인간에게 불쑥 찾아오는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이제는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건강한 사회라는 것은 그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어린이, 젊은이들이 건강하고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지는 사회를 말한다. 그런데 요즘 뉴스를 장식하는 내용들을 보면 청소년 범죄가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자기는 물론 다른 사람도 사랑할 줄 모르는 냉혈한으로 변해가는 모습에 안쓰러움을 넘어 두렵기까지 하다. 다른 사람을 자기와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고 배려할 줄 모르는 마음이 심각한 수준이다. 그런 이유가 지나친 경쟁 관계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사랑받고 자라지 못한 탓인지 이제는 제대로 밝히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를 보면 요즘 세태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아이들은 아무 죄의식 없이 어울려 힘없는 여자 아이를 폭행한다. 여자아이가 죽자 가해자의 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의 잘못이 세상에 드러날까 전전긍긍한다. 그리고 그 잘못을 덮는 대가로 돈을 지불한다. 무엇이든, 어떤 잘못이든 돈이면 다 덮을 수 있다고 어른들은 믿고 있다. 어른들의 이런 사고방식이 오늘날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사람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 점점 적어지는 데 있는 것 같다. 예전에야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같이 배도 곯아보고 추위에 떨어도 보았지만 지금 아이들은 그렇게 서로 자기의 고통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 어려울 때는 부모에게 도움을 청하고 또 친구들한테 도움을 청하기도 하면 좋을 텐데 혼자 고민을 끌어안고 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다른 사람을 해치는 형태의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러고 보면 요즘 젊은이들이 외로움을 더 많이 타는 게 아닌가 싶다. 세대 간, 가족 간 단절이 불러오는 비극을 꼭 막아야 할 것이다. 지금 막지 못한다면 그것은 우리 전체의 비극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7월 들어 고양시는 새로운 지방 정부가 들어섰다. 뭔가 새로운, 혁신적인 일들이 진행되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고양시는 여러 가능성을 가진 도시다. 인적 물적 토대가 탄탄한 편이다. 그런데도 그저 호수공원이 있고 국내외 기업들의 대형 할인매장이 있어 쇼핑하기에 좋은 곳이라는 정도가 이 고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컸다. 다시 말하면 돈이 많으면 살기 좋은 곳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 속에서 물질적으로 소외 받는 아이들은 더 외로울 것이 분명하다.

우리 고장에 사는 아이들이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게 하는 교육 그래서 그 일에 매진해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되도록 부모와 학교 그리고 사회가 하나 되어 아이들을 돌보아 주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인생은 끝까지 살아 볼만한 것이라고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고양시는 아이들은 즐겁게 살 수 있는 곳, 어른들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물질적 풍요가 모든 가치에 우선 한다고 믿고 있는 대한민국에 고양시가 산뜻한 청량제가 되어주길 바란다.

고광석/본지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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