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공무원 사회 반발, 단체장 ‘소통적 리더십’ 필요
선진국, 시장선출․공무원 성과급까지 주민투표로 결정

로컬 거버넌스(Local Governance)는 지난 6ㆍ2지방선거에서 전국적인 화두였다. 무엇보다 거버넌스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김두관 경남도지사 등 많은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지역의 새로운 변화가 기대되고 있다. ‘연대’라는 어려운 숙제를 풀어낸 고양시의 최성 시장 역시 거버넌스를 기본으로 자신의 시정을 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만큼 새로운 시도는 시작부터 크고 작은 벽에 부딪히고 있다. 거버넌스 시스템 구축을 위한 ‘첫 단추’로 준비됐던 공동정부, 공동시정운영위원회는 출범부터 삐거덕거리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행정의 주체인 시민들이 참여를 넘어 주인으로 서는 거버넌스는 이제 거부할 수 없는 대세인 것만은 분명하다. 비록 조금씩 다른 상을 그리고 있기는 하지만 지역 발전과 갈등 해결의 유일한 열쇠라 할 수 있다. 고양신문은 이번 호부터 9회에 걸쳐 ‘로컬 거버넌스’에 대한 국내외 기획을 연재할 예정이다. <편집자>


# 최성 시장 취임 이후 첫 고양시 주민자치위원회장 연합회 회의가 7월 20일 열렸다. 39개동에서 35명의 위원장들이 참여해 연합회 회장을 새롭게 선출했다. 이날 최성 시장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놓고 주민자치위원장들은 “새 시장이 주민자치위원회를 강화하고 거버넌스를 하겠다고 해서 잔뜩 기대를 하고 왔는데 너무 실망스럽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회의는 다소 맥이 빠진 채 진행됐다. 이날 회의와 관련해 시청 담당자에게 문의를 해보았다. “주민자치위원회는 공식 기구가 맞지만 연합회 모임은 시에서 인정한 적이 없다. 솔직히 주민자치위원들이 제도의 취지만큼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담당공무원은 ‘주민자치위원회 강화’에 대해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 “모든 행정에 시민들이 참여하는 건 좋은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어느 단계가 되면 권력화 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시민단체들이 수준이 안되고, 공공기관과 의견이 맞지 않으면 행정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은 공무원들에게만 노력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성 시장 취임 이후 첫 고양시청 전체 공무원 직원 조회는 7월 9일 문예회관에서 희망제작소 박원순 변호사의 강의로 진행됐다. 박 변호사는 자신의 ‘전공’이라 할 수 있는 마을만들기와 거버넌스에 대한 사례, 그를 위한 공무원들의 변화를 요구하며 열띤 강연을 펼쳤다. 이어 질의 응답시간. 공무원들은 참여의 ‘불편함과 한계’를 먼저 걱정했다.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변화하지 않고 공무원들만 변화를 요구한다는 대목의 질문에서는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 “공동시정운영위원회요? 시민들의 대표로 시의회를 뽑아놓고, 이제 와서 무슨 자문기구를 또 만든다는 말입니까. 주민자치위원회도 마찬가지죠. 그 사람들이 의견을 모아오면 시의회가 반영해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거 아닙니까.” 새 시장이 내놓은 로컬 거버넌스 실현을 위한 몇가지 안들에 대해 여야 시의원들은 불만을 감추지 않는다. 무엇보다 시의회 위상을 ‘위협’하는 기구나 조직에 대해 시의원들은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갈등을 관리하려 들지 말아라.” “진정한 참여는 결론을 알 수 없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하승수 소장은 우리에게 유행처럼 다가온 거버넌스에 대한 오해들을 경계했다. 도대체 거버넌스란 무엇인가. 거버넌스란 “공동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정부, 민간부문, 시민사회단체 등이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권한을 배분하고 의사결정하는 방식”을 뜻한다. 87년 이후 민주화, 97년 말 이후의 IMF 위기 상황,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늘어난 지역사회 갈등 등이 새로운 갈등 관리 기제로서 거버넌스 체제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기 시작했다.

통치를 뜻하는 거버먼트(government)와 반대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는 거버넌스는 시민을 정부 서비스를 제공받는 존재, 즉 ‘주체’로 인식한다.  기존의 정부가 명령과 통제의 주체였다면 거버넌스 체제에서의 정부는 협의와 네트워크 형성의 중심 내지는 한 주체가 된다. 단체장, 시장으로 대변되는 소수에 의한 결정이나 보이는 않는 힘에 의한 결정보다는 자율적 조직 들간의 대화 협상 조정을 통한 타협, 동의, 결정을 중시하는 협치다. 

시민참여, 시민주권, 참여정치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우리보다 많이 앞서 시행되고 있다. 주요사안들에 대해 시민들이 의견을 내는 정도를 넘어 결정권까지 갖고, 한 도시의 시장을 선출해야 하는지의 여부까지도 시민들이 결정한다. 일을 잘한 소방관에게 성과급을 올려줄 것인지, 말 것인지, 지방채를 발행해 적자를 충당할 것인지 등의 중요하거나, 혹은 세세한 사안까지도 전체 주민들에게 물어보고 결정한다.

최근까지 희망제작소에서 거버넌스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고민해왔던 경기도의회 김달수 의원은 “거버넌스는 결국 시민참여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가 핵심. 그동안 시민들이 정책과정에만 참여해왔다면 이제는 집행과정까지 참여하게 된다”며 “시민참여구조를 만드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유럽의 경우 NGO와 정부 기관과의 구분이 거의 없을 정도로 거버넌스 개념이 구체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실례로 영국의 템즈강은 50년 전 죽음의 강으로 불릴 정도로 오염이 심했다. 영국의 환경청은 이 문제를 시민단체와 함께 고민하고, 해결했다. 현재 눈에 띄게 깨끗해진 템즈강에 대해 그 성과는 정부가 갖는 것이 아니라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템즈강의 오염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이를 주도해온 시민단체 대표자가 앞장 서 설명하고, 관련 정부는 이에 대한 후원대책을 고민한다. 김달수 의원은 “예를 들어 여성관련 정책을 놓고 관련 시민단체와 여성과가 공동으로 기획안을 내놓고, 공정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만약 시민단체가 이 사업을 맡게 되면 여성과는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가능할까. 한국의 로컬거버넌스 정치, 혹은 거버넌스 시정은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했다. 당연하지만 공무원사회를 포함해 다양한 반발과 우려가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걸까” “정말 가능할까.” 아직은 아무도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야5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범야권연대와 후보단일화를 통해 당선된 새 고양시장과 광역, 기초의회 의원들은 선거에 앞서 크게 두가지에 합의했다. 공동정부와 시민차여, 즉 거버넌스 시정 운영이다. 공동정부의 현실화를 위해서는 야5당과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시정운영위원회를 시장 자문기구로 두기로 했다. 거버넌스 시정운영을 위해서는 국과별 정책협의회와 주민자치위원회의 실질적인 운영이 있다. 그밖에 시민배심제, 시민예산참여제, 시민공청회, 타운미팅 등 다양한 개념이 거론되고 있다. 

고양시가 과연 거버넌스 시정의 모델을 만들 수 있을지 전국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직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의 공무원들과 시민들. 갈 길이 멀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은 권력을 갖고 있는 이들이 가진 것을 시민들과 나누겠다는 의지가 흔들리지 말아야할 것이다. 고양시에서 로컬 거버넌스를 실현해나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주체가 새로운 시장과 공무원들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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