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와 대전 대덕구의 사례-설득하고 동의가 조례보다 먼저…“생각바꾸기”

“처음 참여예산제를 도입할 때는 일반 주민들이 말만 하면 예산편성을 해줄 줄 알고 무조건 조르고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무원들이 북구청 예산이 없어서 어렵다고 하면 그대로 믿지를 않았다. 그때 ‘전체 예산상황을 고려해 당장은 받아들이기 어렵겠다’는 얘기를 시민단체들이 대신 해줬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공무원보다는 훨씬 더 부드럽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 최초 2003년부터 주민참여예산제를 시행하고, 2004년 조례를 제정한 광주북구청. 기획감사실 주민참여예산 담당인 기명수씨는 참여예산제로 시행으로 인한 초기 공무원들의 반발과 주민과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참여예산제, 설득과 동의가 먼저
광주 북구의 변화는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북구청이 진행했던 것이 주민예산학교와 공무원의 예산마인드 전환교육이었다. 2003년 처음 주민참여예산제를 전국 최초로 시행하면서 당시 구청장이 가장 공을 들였던 부분이 바로 구의회와 공무원들의 동의를 얻는 일이었다고.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한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묻고, 참여예산제를 요구해왔던 시민단체인 참여자치21의 ‘예산학교’ 운영이 먼저 이뤄졌다. 주민참여를 위한 각 부서의 예산 상황을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한 것은 기본. 일반시민, 주민자치위원, 시민단체 등을 대상으로 공모제 방식으로 운영되는 예산참여시민위원회가 분과별로 예산을 심의한다. 북구청은 이러한 시범운영을 먼저 거치고 조례를 제정했다. 그만큼 치밀한 준비와 동의를 위한 과정이 있었던 셈이다.

북구청은 참여예산제를 시행하면서 기존의 5단계면 충분했던 과정이 17단계로 복잡해졌다. 전담직원도 따로 배치됐다.

기명수 담당자는 “참여예산제 시행으로 일도 많아지고 무엇보다 다른 지자체보다 한달 먼저 예산편성 과정이 시작되다 보니 부지런해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북구청이 갈등조정을 위한 ‘파트너’로 시민단체를 꼽은 점도 흥미롭다.

시민단체, 갈등 파트너로 인정
“처음으로 제도를 도입하다보니까 노하우가 전혀 없어 참여자치21에서 주도적으로 교육프로그램 구상에 도움을 주었다. 물론공무원들 입장에서는 감시자 역할을 많이 있을수록 불편한 것이 사실이라 시민단체에 대해 처음엔 불편한 존재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갈등을 해결하는 등 집행부 역할을 대신해주는 모습을 보고 공무원들도 변화되기 시작했다.”

북구청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송광운 구청장이 새롭게 취임했다.  전임 시장의 업적이지만 송 구청장은 참여예산제에 대해 직접 박사논문을 갖고 있을 만큼 그 자신이 전문가. 덕분에 북구청은 내년부터 참여결산제도 준비하고 있다. 역시 전국 최초다.  

처음엔 다들 반대하지만
“주민참여감사제의 경우도, 맨 처음 공무원들이 반대했다. 행안부, 감사원, 대전시 감사 등 매번 치이는 게 감사인데, 또 주민참여 감사를 하냐고 볼멘소리 하는 공무원 많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런 감사는 법규와 원칙을 갖고 징계를 하기 위한 감사지만, 주민들은 공무원이 징계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다만, 사업이 상식적으로 원활하게 추진되길 바란다.”

대전지역 5개 구청장 가운데 유일하게 이번 지방선거 재선에 성공한 정용기 대덕구청장. 대덕구의 주민참여제도들은 다양하고 참신하다.

대덕구는 2005년부터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각 동별로 10명 이내로 이루어진  120명의 지역참여단과 공개모집된 시민 50명, 지역대표단에서 각 2명씩 추천하는 지역대표 24명, 시민단체, 직능단체에서 추천하는 26명으로 구성되는 100명 규모의 국민참여단이 구성됐다. 이밖에도 주민참여민원품질평가제,  전국 최초로 주민참여포인트제, 배달강좌제 등을 시행하고 있다. 주민 5명 이상이 모이면 언제, 어디에나 강좌를 배달해준다는 이 제도는 진정한 주민 서비스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5명만 모이면 “강좌 배달이요”
정용기 구청장은 “주민참여를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주민참여는 지방자치의 기본이다. 당연히 수행해야 할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고양시는 매월 열리는 직원 조회에서 강도 높은 ‘공무원 마인드 강화’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박원순 변호사에 이어 9월에는 조창현 한양대학교 석좌교수가 ‘고양시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을 위한 공직자의 역할’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5급 이상 공무원들에 대한 마인드 함양 워크샵에 이어 전직원 대상 교육도 예정돼있다.
행정의 주인인 주민들에게 결정권을 넘기고, 공무원들이 회의실의 문을 열고, 불을 켜고, 끄는 일만을 하게 되기 위해서는 시민과 공무원 모두의 변화와 개혁의지가 반드시 함께 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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