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런던데리, 타운미팅 통해 예산 제도 정책까지 결정

런던데리 타운의회 회의. 모든 안건이 논의되고, 모든 주민에게 공개된다.
“현재 도로 계획상에 계획돼 있는 마을 이름은 적당하지 않다. 우리 집 앞이니 메이플 트리라는 이름이 어떻겠나.”
타운의회 임시회의가 열리던 런던데리 타운홀 회의장에서 한 마을 주민이 도로 확장 계획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고 있었다.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고, 미리 지역방송과 지역신문을 통해 공지된 회의장에서 관계 공무원이 자세하게 계획안을 설명했다. 주민 발언까지 끝나자 시의원이라 할 수 있는 타운카운슬러와 타운매니저(시장)가 안건을 논의했고 “좀더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자”는 결론이 났다.

주민 반론에 도로 계획 “다시 논의”
아름다운 런던데리 만들기 사업, 일종의 런던데리 종합발전계획이라 할 수 있는 ‘2010 Open Space’ 계획 등이 연이어 보고되고 논의됐다. 회의는 시종 일관 열려 있었지만 타운의회 참여자들은 매우 세밀한 것까지 거침없이 논의하고, 조금이라도 주민들의 의견을 맞지 않는 부분은 재논의를 결정하기도 했다. 
미국 뉴햄프셔주 런던데리라는 작은 지방도시에서 실시되고 있는 타운미팅(Town Meeting)은 대의제 민주주의가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참여 민주주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런던데리는 미국 남부지역의 ‘카운티(county)’와 달리 교회 등을 중심으로 작은 공동체가 구성됐다. 타운미팅에서는 해당 타운에서 사용할 예산을 배분하고 필요한 경우 자금을 빌리거나 채권을 발행하는 일까지 결정한다. 해당 타운운영과 행정에 관한 모든 정책 권한을 갖게 된다. 이러한 타운미팅과 타운의회의 형태는 미국 독립이후에 만들어졌다. 런던데리는 18세기 초반에 타운미팅 방식의 주민참여제도가 도입돼  20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셈이다.

런던데리 타운의회 회의장.
예산운영부터 모든 정책 결정까지
런던데리 타운미팅은 연례총회와 특별총회로 구분된다. 연례총회는 매월 3월 1년에 한번 열리는데 이때 각종 위원회 위원을 투표로 선출하고, 예산안을 비준하거나 심의하게 된다. 연례 타운미팅 외에 안건이 있을 때마다 타운의회가 소집서를 공고하는 특별 타운미팅이 열린다. 이는 주간신문인 런던데리 타임즈와 지역 방송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알려진다. 타운의회 의원은 주민들의 투표에 의해 연례타운미팅에서 선출된다. 이들은 타운미팅에서 논의될 의제를 설정하고, 각종 평의회, 위원회를 구성하고 타운감독관을 임명한다. 또한가지 중요한 타운의회는 타운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일종의 시장이라 할 수 있는 타운매니저를 임명한다.

런던데리에는 주민들 누구나가 이용할 수 있는 시민방송국 Acess Center가 있다. 누구나 자신들의 이야기를 방송으로 촬영할 수 있고, 지역방송은 2개의 고정 채널을 이용해 이를 방송한다. 촬영감독, 아나운서, PD 모두가 자원봉사자로 구성된다.
내년 3월 타운미팅 주민투표
2만3000여명의 주민들이 2500만 달러(약 3000억원) 정도의 예산을 갖고 있는 작은 도시. 타운미팅을 통한 ‘직접 참여 민주주의’가 가능한 이유를 애써 작다는 것에서 찾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직접 찾아가 만나본 런던데리의 주민과 자원봉사 형태로 참여하는 타운카운슬러, 타운의회 의장 모두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런던데리 주민들이 선택한 타운의회와 타운미팅 방식이 우리 지역에서는 가장 효과적인 참여 민주주의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제도 자체에 대한 고민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타운회의를 이끌고 있는 폴 디마르코 런던데리 타운의회 의장은 200년 전에 채택한 타운미팅이라는 방식이 여러 참여민주주의의 한 형태임을 알고 있었다. 그가 설명하는 참여 민주주의는 두가지 정도에서 가치가 있다. 첫 번째 전통적인 의미에서 “그곳에서 먹고, 자고, 일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갖고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지역화의 문제. 미국처럼 큰 나라에서 연방정부, 주정부는 멀리 있다. 지역에 뭐가 필요하고, 지역정부가 뭘 해야 하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바로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설명이다. 세금을 내는 주민들이야 말로 그 돈이 어디에 쓰여야하는지 잘 알고 있다.

런던데리 타운의회 회의장 옆 도서관.
참여율 저조, 지역TV 생중계
물론 200년 동안 유지해온 타운미팅의 방식에 대해 한계와 회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총회에는 전체 유권자 1만7000여명 중 2%도 안되는 300명의 주민만이 참여했다. 런던데리 주민들은 타운미팅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를 내년 3월 주민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런던데리를 담당하고 있는 지역신문 ‘데리뉴스’의 수잔 기자는 “매번 같은 사람들이 타운미팅이나 회의에 참여하고 있어 대다수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타운미팅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고, 대리인을 선출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입장도 있다”고 말했다.

런던데리는 사과와 호박이 유명한 작지만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내년 3월 주민투표를 거치더라도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디마르코 타운의회 의장에게 “로컬거버넌스가 계속 지속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한가”를 물어보았다.

“사람들에게 ‘참여하지 않는다면 불평도 하지말라’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왜 이렇게 쓰레기가 많냐, 왜 경찰이 늦게 오냐’ 등. 사람들이 참여하는 만큼 로컬거버넌스는 그만큼의 의미를 띄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직업을 갖고 있는 타운카운슬러들과 주민들을 위해 저녁 7시 이후에 열리는 회의. 편한 복장으로 열리는 회의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는 그들이 다른 길을 선택할 수는 있겠지만 참여는 이미 그들에게 소신을 넘어 생활이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기자들이 취재를 간 날 시민방송국에서는 내년 지방선거 후보자의 인터뷰 방송이 촬영되고 있었다. 후보자와 자원봉사 촬영감독 알 시펙씨.

시민 방송국의 알 시펙씨는 소방서장으로 은퇴하고 촬영감독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