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좋은 책을 읽고 생각과 마음이 잘 커주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 마음이다. 나 역시도 몇십만원 짜리 전집도 몇 번 망설이다가 ‘아이한테 좋다면 사줘야지’하고 과감하게 사기도 한다.

그러나 집에서의 책읽기만 생각했지, 지역사회에서, 학교에서의 책읽기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지금은 이웃의 엄마들을 통해 일산에 있는 어린이전문도서관과 어린이전문서점을 알게되어 책과 교육비디오를 대여해 보고 여러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있다. 도서관을 이용해보니 아이들과 동화책이 있는 곳으로 나들이를 한다는 것은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즐거움을 준다.

지역사회에서 동화에 관심이 있는 어른들인 ‘책과어린이문화’와 ‘고양신문’이 학교 안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내 아이가 좋은 책을 읽기를 원한다면 먼저, ‘학급문고를 살리자’는 것이다. 여기에 공감하는 ‘고양자치연대’가 동참하고 있다.

이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나는 아이의 학급에 책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도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다.

고양지역 초등학교들은 도서실을 활성화시키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예산도 투자하고 사서를 두거나 학부모위원들이 자원봉사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급에도 책은 필요하다. 자신에게 적합한 책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으며 저학년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학급에 책이 있으면 발달단계에 맞는 책을 쉬는 시간이나 재량시간 틈틈이 볼 수 있으며, 선생님들도 활용이 가능하다. 단, 지금과 같이 가정에서 가져온 별 쓸모 없는 책으로 채워지면 학급문고로서의 기능을 상실한다. 그래서 학년별 추천도서목록을 정리하고 학부모들의 선택과 책의 배송이 용이하도록 세트로 구성했다.

한 세트는 5만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실 주부들에게 5만원이면 큰돈이다. 일주일치 찬거리를 살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이다. 그러나 아이의 학급에 책을 보내면서, 1년 동안 아이에게 5만원을 투자하면 한 학급 30명의 아이들이 모두 좋은 책을 읽을 수 있고, 또 다른 아이가 기증을 하면 그만큼을 더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하다. 다른 엄마들과 나누어서 마련하면 부담이 던다. 한 학년이 끝나고 나면 집에서 읽을 수 있으니 동생에게도 보여줄 수 있다.

캠페인을 시작한 3월 한 달 동안 학부모들의 참여는 계속 늘어나 200여명 가까이가 학급문고를 아이의 반에 보냈다. 3월에 있은 학부모총회를 기점으로 집단 참여가 증가하고, 학부모들 사이에 ‘학급문고 살리기’가 여론화되어가고 있으며 다양한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전환되고 있다.

고양시 NGO들이 ‘학급문고 살리기운동’을 펼치고 학부모들의 참여 열기가 높아지자, 동화책을 취급하는 도서대여업체와 전문유통업체들이 주체가 되어 신문에 큰 광고를 내면서 전국을 대상으로 ‘학급문고 살리기운동’을 시작했다.

이는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읽히자는 취지는 같으나 운동의 주체와 내용, 범위가 다르다. 고양시의 학급문고살리기운동은 동화를 사랑하고 아이들의 교육을 생각하는 NGO들이 지역공동체 활성화, 살기좋은 고양시 만들기의 일환으로 펼치는 순수민간운동이다. 반면, 사업체들이 벌이는 학급문고살리기운동은 이 운동을 통해 아동도서의 판매와 유통이 활성화되는 것이 목적의 하나이기도 하다.

사업체가 이를 통해 폭리를 취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러한 움직임을 단순히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는 학급문고살리기가 다양한 형태로 활성화되어 간다는 것을 보여주며, 이 운동이 학부모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실현가능한 운동이라는 것을 잘 드러내 주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의 학급문고살리기운동은 상반기에 집중되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학급에 기증된 책의 관리와 활용, 학급문고운동의 지속적 추진이 앞으로의 과제다.

<주엽1동 강선마을 학급문고살리기 추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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