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커진 시민, 지역발전계획도 직접
공무원은 장려하고 강점찾기

가난한 이들이 신선한 야채를 먹을 수 있도록 조성된 도심 주말농장 비니아드. 자원봉사로 운영되고 시민들의 소유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시 차원의 종합적인 지역개발 계획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계획의 업데이트의 시점에 와서 업데이트를 시가 직접 하는 것보다는 시민 의견을 직접 풀뿌리 민주주의의 형태로 모으는 과정을 거치기로 시에서 결정했다. 즉, 풀뿌리의 의견이 모이고 모여 종합적인 계획을 만들 수 있도록 하자는 계획이었다.”

로체스터시의 NBN프로그램은 그렇게 출발했다. 새로 취임한 존슨 시장은 자신과 공무원들이 권한을 과감히 포기하고 시의 종합발전계획을 세우는 일에 시민을 주체로 세우기로 결심한다.

‘위에서 아래로’를 뒤집어라
로체스터시는 36개의 neighborhood(마을)를 가지고 있다. 36개 각각의 마을에는 마을모임, 연합, 주민자치위원회와 같은 여러 조직들이 있었다. NBN프로그램은 이 36개의 마을을 10개 섹터로 지형을 중심으로 나누게 된다. 로체스터 시가 한 일은 각각의 섹터들을 촉진시키고 설득을 해서 섹터 스스로 자신의 플랜들을 만들도록 장려하고 촉진하는 역할이었다. 

섹터10의 아이들. 슬럼화되가는 주택가를 쿠바 플레이스라는 개발사업을 통해 리모델링했다.
주민과 공무원들은 매달 섹터 미팅을 갖고, 토론 내용은 바로 정부에 전달됐다. 시 정부 회의에는 섹터 시민들이 항상 참여하고 투표도 진행한다.  10섹터의 경우 많은 풀뿌리 조직과 지역사회 개발 협동조합들이 있었다. 다섯 개의 기관내에 다시 개발조직들이 우편번호에 따라 가정들을 할당받고 있다. 이렇게 세밀하게 나누어진 조직들은 각각의 지역을 담당하고 모임을 갖는다.

“전통적인 방식은 시청이 각각의 마을들을 위한 계획들을 만들었지만 NBN프로그램은 위아래가 완전히 바뀌는 형태였다. 바로 ‘시민이 직접 계획을 하라’는 것이다. 로체스터시의 NBN담당 공무원 티모시 하워드씨는 이 과정에서 시가 했던 일은 “주민들이 스스로 계획하고 일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NBN프로그램을 추진했던 또 다른 이유는 시가 재정악화로 재정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직접 하던 일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NBN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기까진 아주 오랜 시간이 오래 걸렸다. 바로 시민과 시 사이의 신뢰를 만드는데 시간이 걸린 것이다. 하워드씨는 로체스터시가 마을개발 사업을 계획하는 과정을 요리에 비교해 설명했다.

“시민들이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는 데서 출발했다. 어떻게 커뮤니티를 조직하는지, 어떻게 드래프트(초안)를 쓰는지, 어떻게 시민들을 장려시키는지.”  

시민 역량강화와 함께 NBN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의 강점, 자원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예전에는 ‘무엇이 문제였는지’에 초점을 맞춘 계획을 세웠다면 NBN에서는 ‘우리 지역에 어떤 강점이 있는지’가 초점이 된 계획으로 바뀌었다. 

섹터10의 아이들. 슬럼화되가는 주택가를 쿠바 플레이스라는 개발사업을 통해 리모델링했다.
시민역량 키우기가 기본
어느 지역이나 그렇지만 로체스터에도 많은 재단, NGO, 단체들이 있는데 이전까지는 각자가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NBN프로그램이 시작되고 시에서는 각 단체 등을 찾아가 시민들이 지역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예를 들자면 한 지역에 페인트칠을 해야 하는 많은 집들이 있는데 거주자들은 너무 가난해  페인트칠을 할 수가 없다. 이때 지역에 있는 페인트가게나 상가들이 지역사회에 페인트를 기부하도록 독려한다.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이들은 자신의 기업이나 가게가 지역사회에서 얻은 이익들을 환원하는 좋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상인들은 기부를 하고, 주민들은 원하는 것을 얻고, 시는 재정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이것이 바로 NBN프로그램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주민들이 자기들의 집, 교통문제, 경제문제, 공간 활용 이슈 등을 만들어내면 그 다음으로 우리가 어떤 자원들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시기별로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렇게 10개로 나누어진 섹터가 각 섹터별 계획을 만들고 풀뿌리에서 만들어진 계획이 시 차원의 큰 계획으로 모아져 종합적인 계획이 된다. 시가 하는 역할은 이 섹터별 계획들을 종합해서 큰 계획을 만드는 것이다.

NBN프로그램을 정착시킨 존슨 전임 시장은 시 업무를 추진하는 데 있어 커뮤니티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가장 공식적인 방식이 됐다. 무슨 일이든 추진하기 전에 ‘그것이 섹터 플랜에 있느냐’, ‘섹터가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느냐’ 이런 것들을 항상 먼저 묻는다. 

도심에 유치한 마트 탑스 플라자. 빈 건물을 공동체에서 싸게 제공하고, 경찰서와 보건소를 유치해 마트가 들어설 수 있었다.

탑스 플라자.

슬럼화된 지역살리기 섹터10의 성공
흑인과 라틴계가 주로 모여사는 섹터 10은 어려운 이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실업과 빈곤, 늘어나는 빈집으로 지역은 급속하게 슬럼화됐다. NBN프로그램은 이 지역의 폐가를 활용하고, 주민들에게 신선한 식품과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지역을 살리는 일에 효율적으로 역할을 했다.

일종의 주말농장 개념인 비니어드(Vineyard)에서 자원봉사를 한 시민들은 싼 값에 신선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남는 농산물을 공공마켓에 내다판다. 탑스프라자(Tops plaza)는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이 신선한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도록 도심내에 마트를 유치한 사례다. 미국식 대형마트들은 대부분 부지가 저렴한 외곽지역에 지어진다. 10섹터에서는 도심의 빈 건물을 싸게 제공하고, 치안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마트 내에 경찰서 유치를 약속했다. 약속은 지켜졌다. 탑스플라자는 경찰서, 보건소에 다양한 상점들이 들어서 가난한 이들이 가까운 곳에서 마음편히 물건을 사고팔 수 있게 됐다.  

흑인과 라틴계가 주로 모여사는 섹터 10은 어려운 이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실업과 빈곤, 늘어나는 빈집으로 지역은 급속하게 슬럼화됐다. NBN프로그램은 이 지역의 폐가를 활용하고, 주민들에게 신선한 식품과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지역을 살리는 일에 효율적으로 역할을 했다. 일종의 주말농장 개념인 비니어드(Vineyard)에서 자원봉사를 한 시민들은 싼 값에 신선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남는 농산물을 공공마켓에 내다판다. 탑스프라자(Tops plaza)는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이 신선한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도록 도심내에 마트를 유치한 사례다. 미국식 대형마트들은 대부분 부지가 저렴한 외곽지역에 지어진다. 10섹터에서는 도심의 빈 건물을 싸게 제공하고, 치안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마트 내에 경찰서 유치를 약속했다. 약속은 지켜졌다. 탑스플라자는 경찰서, 보건소에 다양한 상점들이 들어서 가난한 이들이 가까운 곳에서 마음편히 물건을 사고팔 수 있게 됐다.  

10개의 섹터는 매년 보고서를 직접 만들어 시 정부에 제공한다. 보고서 작성법도 시민역량강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섹터 10의 보고서. 

낙후 주택가를 바꾸어놓은 쿠바플레이시(Cuba Place)는 섹터10의 자랑이다. 시는 다양한 자금을 결합시켜 건축업자들과 함께 지역의 빈집을 개발해 우범지역화 되어가는 거리를 안전하고 살기좋은 곳으로 바꾸어나갔다.

섹터4의 브룩스랜딩(Brooks Landing) 프로젝트 역시 폐허를 살려낸 경우다. 강변에 수풀이 우거지고, 학교가 문을 닫아 폐허가 되어가는 거리에 시는 교육청에 제안해 시민들과 함께 학교를 다시 짓고, 거리를 리모델링했다. 지역에 맞는 다양한 NBN프로그램들은 로체스터를 바꾸고, 지금도 변화시키고 있다. 로체스터시는 지금은 시장이 바뀌어 더 이상 NBN프로그램은 진행하지 않는다. 부서도 공동체개발(development neighborhood & business department)로 바뀌었다. 현재는 로체스터시를 4개 영역으로 나눈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새 시장 역시 전임 시장의 정책인 NBN프로그램의 모임을 계속 장려하고 있다. 시민들은 여전히 지역사회 개발을 위한 활동들을 벌이고 있고 시는 그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섹터10의 지도자인 크라이스 목사는 “지금까지는 NBN의 이상적인 목표들이 과정 중에 있었다. NBN프로젝트로 주민 간 상호작용이 많은 것 자체가 지역을 안전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참여라는 공통의 가치 앞에서는 정당이나 입장의 차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가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지역사회에 대한 참여다. 사람들은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보고 싶어한다. 물론 회의에 나가고, 참여하는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내가 이야기하면 누군가가 들을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잡았다. 한 사람이 열심히 참여하면 그 사람을 아는 또 다른 사람이 참여하게 된다. 시민들이 중심이 된 활동이 바로 미국 헌법에 명시하고 있는 권리이다.”

비니아드에는 가슴아픈 사연도 숨어있다. 인근 유치원 아이가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친구들이 비니아드에 묘지를 만들어 자신들이 자주 찾아오게 해달라고 부택했다. 어른들은 그 부탁을 들어주었고, 유치원 아이들은 수시로 비니아드에 와서 놀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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