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단위 주민공간에서 이뤄지는 문화 활동
교육 통한 문화창조로 개개인 삶의 질 증진

 
 기 획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지역을 다지다 Ⅲ. 60여년의 역사를 가진 지역문화예술교육

Ⅳ. 아티스트의 도시를 꿈꾸며 (일본 토리데시) 
Ⅴ. 역사를 담은 요코하마시의 변화 (일본 요코하마시)
Ⅵ. 문화예술교육의 플랫폼 (일본 ST SPOT)
Ⅶ. 문화예술교육, 고양은 어디까지 왔나
Ⅷ. 고양시의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제언

 

일본의 공민관은 얼핏보면 한국의 마을회관과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다. 지역의 주민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러나 공민관이 탄생하고 60여년의 세월을 꾸준히 주민들의 곁에서 지켜오기까지 지역 속의 주민들의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여실히 남아있다.

지역 곳곳에 자리잡은 주민을 위한 공간
공민관은 세계2차 대전이 끝난 이듬해인 1946년 지역의 의지와 힘으로 만들어졌다. 전쟁이 끝난 후 피폐해진 나라를 바로 잡고 국민들에게 문화,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기 위해 생겨났다.

치바대학 교육학부의 나가사와 세이지(58세) 교수는 “당시 민주적 사회 교육기관으로서 공동신앙 겸 문화, 교육 지식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 공민관이 생겨났다”고 설명한다. 국가가 아닌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만들어져 운영되어 온 이곳은 그 주체가 주민이 되어 주로 부인회나 청년단이 이끌어왔다. 성인의 문턱을 넘은 아이들에게는 매해 성년식을 치뤄주기도 하고 주부들을 위한 요리교실을 운영하기도 했다. 책을 많이 읽음으로써 지역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이동도서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 속에서 65년의 역사 동안 전국에 최대 1만8000여 개소가 설립되기도 했다. 현재에는 이보다는 조금 적은 1만7000여 개소가 운영되고 있지만 이 역시 전국의 중학교보다도 많은 숫자이다. 연간 246만여 명이 이용할 정도로 일본 사회에서 보편적인 생활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공민관은 대도시만을 중심으로 하지 않고 시정촌(우리나라의 읍,면,리)과 같은 작은 마을에도 퍼져있어 말 그대로 지역성을 강조하고 지역의 발전을 강조한다. (사)전국공민관연합회 사무국의 무라카미 히데키(村上英己.40세) 차장은 “아동이나 학생들이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는 것은 지금의 어른들이 생활이 본보기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치바대학 교육학부의 나가사와 세이지 교수.
‘모이고 배우고 상호교류’
공민관은 주민의 참가를 가장 중요시한다. 1949년 공식적으로 출범해 지역을 기반으로 주민이 ‘모이고, 배우고, 상호교류’하는 장으로서 교양, 문화, 스포츠 등의 활동을 통해 주민의 자치 능력을 지역활성화에 기여하는 종합적 사회교육시설로 자리잡았다.

공민관의 운영 역시 주민들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주민참가시스템을 만들고 공민관 심의회를 만들었다. 1949년 당시 교장중심운영심의회와 지역의 산업, 문화에 참여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한 운영심의회,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한 운영심의회 세 가지로 이루어진 심의회는 공민관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역시 학교 교육과 함께 발맞춰야 하며 그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의지의 표출이었다. 현재까지도 역시 주민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기본 성격은 변함이 없다. 일본 전역의 공민관에서는 직원과 주민이 함께 만나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중요 원칙으로 삼고 있다.

다도, 댄스, 환경을 공부하는 만능기관
나가사와 교수는 “주민 하나하나가 그 지역의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 공민관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개개인의 능력을 높이면 지역사회 안에서 더욱 편하고 즐겁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다.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작한 공민관은 그 목적에 부합하여 현재까지도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그림, 꽃꽂이, 다도, 댄스와 같이 문화 관련 동아리 뿐만 아니라 젊은 엄마들의 모임 등 지역의 다양한 지역 동아리에 시설을 지원하고 있다. 오카야마 공민관의 경우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지속가능한 개발에 관심을 두고 환경문제에 대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나가사와 교수는 설명과 함께 공민관을 ‘만능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역 만들기를 목적으로 둔 교육시설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공민관이지만 결론에는 언제나 교육을 통해 문화창조에 초점을 맞추고 잇다. 나가사와 교수는 이러한 관점에서 공민관의 역할을 지역문화의 질을 높이고 이를 전승해 나가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설명한다. “오키나와에서는 본토와 다른 지역 특유의 다양한 전통문화, 놀이, 춤을 갖고 있다. 공민관에서의 활동을 통해 이러한 전통문화가 명맥을 이어올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오키나와 전통 무술을 계승하도록 교육하고 이를 무대에 올리면서 그 지역의 어린 아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어 지속적으로 계승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가정까지 품는 공민관의 역할
그동안의 공민관이 사회교육으로의 역할에 충실해왔다면 이제는 개개인에게 더 밀접한 가정교육에도 전문가를 배치하고 있다. 무라카미 사무차장은 “고령화와 핵가족화가 진행되어가는 현 시점에서 이전에는 할아버지나 할머니를 통해 스킨쉽도 자연스럽게 배워나가는 아이들에게 그러한 기회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공민관에서는 모임을 조직해 양치 방법부터 자녀와의 스킨십과 같은 양육 방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나가사와 교수는 “최근 아동학대와 고령화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지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지원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오사카현에 위치한 카이즈카시(貝塚市)의 경우 ‘가정교육 네트워크’를 조직해 많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는 고정 멤버만으로 500여명이 넘는 큰 조직이다. 이러한 지역의 보육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서 엄마들이 안심하고 아이들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나가사와 교수는 마찬가지로 저출산 문제를 안고 있는 일본 안에서 가정교육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카이즈카시(貝塚市)와 사이타마현의 니이자시(新座市), 홋가이도(北海島)의 삿포로시(札幌市)지역의 경우 출산율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한다.

긴 역사를 자랑하며 일본인의 생활 속 깊숙이 자리잡은 공민관이지만 경제적인 현실은 피할 수 없다. 고이즈미 정권의 구조개혁과 재정개혁으로 인해 많은 지자체가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하고 급기야 3700개의 읍면이 1700개 수준으로 합병되었다. 공민관 역시 시의 합병과 함께 그만큼 수가 줄어들고 그로 인한 과소화, 과밀화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 (사)전국공민관연합회 사무국의 무라카미 히데키 차장.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삶이 있는 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민관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것은 지역사회의 변화 속에서 공민관이라는 공간을 통해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마을의 경우 공동체 시설로는 공민관 한 곳에 의지하는 곳도 많다. 이런 곳은 비록 풍부한 재정으로 운영되지는 못한다고 해도 지진 대피장소가 된다거나 고령자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노인정의 역할을 하고 있다. 나가사와 교수는 “전국에 1만7000여 개소가 분포해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지역사회 가까이에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 있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작은 마을의 경우 공민관에 또 다른 임무가 부여된다. 지역의 특색있는 자원을 활용해 지역의 활성화를 가져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나가사와 교수는 “온천이나 유명한 산과 같이 지역사회의 보물과 같은 자원을 어떻게 키워가고 활용할 것인가, 새로운 농산물을 개발하고. 자연체험을 활용해서 도시의 사람들을 시골로 유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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