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구성원들 힘 모아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예술·시민과의 소통 이뤄내는 ‘아트프로젝트’


 기 획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지역을 다지다 Ⅳ. ‘예술가의 도시’를 꿈꾸며

Ⅴ. 역사를 담은 요코하마시의 변화 (일본 요코하마시)
Ⅵ. 문화예술교육의 플랫폼 (일본 ST SPOT)
Ⅶ. 문화예술교육, 고양은 어디까지 왔나
Ⅷ. 고양시의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제언

 

도쿄에서 전차로 45분가량에 위치한 이바라키현의 토리데시. 이곳은 1999년부터 시와 지역의 예술대학,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해 활발한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펼쳐 국내외로 화제에 오른 도시이다. 시의 중점사업으로 펼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취재를 위해 바다건너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예정에 없던 토리데 시장과의 만남을 주선, 중앙신문사에서까지 도리어 취재를 올 정도였다.

시·예술대학·시민과 함께 발맞춰
총 면적 69.96km², 인구 10만9508명의 중소도시인 토리데시는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구조의 변화에 대한 대책으로 ‘문화예술’을 택했다. 물론 이러한 선택에는 몇 가지 용이한 조건이 작용했다. 1991년 동경예술대학교의 토리데 캠퍼스가 건립되고 미술학과 1학년 전학생이 이곳을 통학하게 되고 1999년에는 첨단예술표현과가 새로이 개설되면서 해당 학과의 전 학년이 토리데시에서 공부를 하게 됐다. 토리데시에서 거주하고 있는 아티스트와 함께 동경예대의 졸업생, 재학생까지 수많은 예술가들이 토리데 시로 유입되면서 다양한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었다. 토리데 시에서는 이러한 조건을 활용해 1999년 동경예술대학교에 ‘아트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이로써 토리데시와 지역에서 문화예술활동을 이어온 시민들, 그리고 동경예술대학교과 함께하는 본격적인 문화적 교류를 시작했다.

아트프로젝트는 시의 예술 마을 만들기 뿐만 아니라 지역의 예술가들이 다른 시로 유출되지 않는데도 일조하고 있다. 토리데시에는 현재 100여명 정도의 예술가가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이는 시의 규모에 비해 다른 지역보다 현저하게 많은 수라고 한다. 또한 직장인이나 주부, 학생, 정년퇴직자, 시의원 등으로 구성된 시민과 시, 동경예술대학교 교원과 학생들이 자주적으로 참가해 동등한 위치에서 활동하고 있는 구성이 일본 내에서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이들은 2주에 한번 씩 모여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쿠마쿠라 교수는 “아트프로젝트는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시민들에게는 문화예술을 접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고 말한다.
빈 점포들의 ‘셔터거리’에 관광 명소로
1999년 토리데 아트프로젝트는 동경예대의 첨단예술표현과 1학년생과 전국 공모를 통해 선발된 젊은 아티스트 16팀의 작품이 전개된 ‘토리데 리사이클링 아트프로젝트’와 ‘오픈스튜디오’로 첫 발을 내딛었다. 리사이클링 아트프로젝트는 폐기된 자전거를 무지개 색으로 칠해 역 앞에 전시하고 역을 오가는 시민들이 이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실제로 시민들이 대여해 사용할 수 있는 실생활에 밀접한 예술로써 시작했다. 오픈 프로젝트는 시내에 작업실을 갖고 있는 예술가들의 공간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해에는 총 21개소의 작업실이 시민들의 발길을 불잡았다.

2000년부터는 공모전을 통한 리사이클링 아트프로젝트와 오픈스튜디오가 격년으로 진행됐다. 리사이클링 아트프로젝트는 매년 새로운 테마를 정해 그 테마에 적합한 안을 공모하고 거기에 선정된 작품을 전시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2002년도에는 ‘Take Me to the River 강을 알고 강에서 배운다’는 테마로 이뤄졌다. 토리데 시내에 있는 토네강과 그 주변 자체를 작품화하거나 무대로 할 수 있는 작품을 실현했다. 특히 ‘후네 프로젝트(배 프로젝트)’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각 농가에 남아있는 일본의 전통 배 ‘삿바’를 꺼내와 이를 연결해 다리를 만드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 프로젝트는 당시 관람객 3000명을 유치했으며 기획에서 노동력, 재료의 구입까지 시민들이 다 함께 참여해 실현하고 노력한 프로젝트로 기록되어 있다.

이듬해인 2003년에는 오픈스튜디오가 진행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역으로 부터 떨어져있거나 열악한 시설로 프로젝트에서 공개하는데 어려움이 많아서 동경예대 학생들의 작업실로 프로젝트 기간동안 임시로 상점가의 빈 점포를 이용하도록 해 가설스튜디오를 세우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 상점가는 이제는 대부분의 점포가 문을 닫아 셔터가 내려가있다고 해서 ‘셔터거리’라 불리고 있는 곳이었지만 프로젝트를 통해 외부시민과 토리데 시민에게 소개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오픈스튜디오는 꾸준한 진행으로 2009년에 와서는 토리데 시로 이주해 온 예술가들이 늘면서 51개소 작업실이 참여했으며 작업실을 방문하는 루트를 따로 기획해 ‘여기부터 시작하는 투어’, ‘돌아온 예대생들에 의한 투어’, ‘토리데 살짝 취한 투어’ 등 기발한 아이디어로 총 12개의 투어가 진행됐다.

어두웠던 공간을 시민의 손으로 바꿔
니시토리데역을 비롯해 토리데시의 9개의 선로 아래에 벽들은 다양한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다. 이 벽화는 동경예술대학교 학생들과 시민 자원봉사, 아이들의 손길로 만들어진 것이다. 토리데아트프로젝트 환경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그동안 어두컴컴하고 지저분한 낙서들, 전단지로 가득해 보는 이들의 눈을 찌푸리게 만든 선로 아래를 시민들의 손으로 새롭게 꾸미도록 한 것이다. 시의 제안으로 동경예대의 벽화연구회에서는 도안을 만들고 이 벽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설문조사를 통해 어떤 그림이 좋을지를 정했다. 벽화 작업은 80여명의 시민 봉사원들과 아이들이 함께 2주의 시간을 들여 완성했다. 그동안 부정적인 이미지가 가득했던 선로 아래가 지나가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공간으로 변한 것이다. 토리데 아트프로젝트 실시위원장을 맡고 있는 동경예술대학 음악학부 음악환경창조과의 쿠마쿠라 스미코 교수는 “벽화를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세계 각곳에서 이뤄지는 일반적인 사례지만 토리데 시는 원안을 고를 때 유명 예술가가 아닌 시민들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택했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니시토리데역 선로 아래를 장식하고 있는 화려한 벽화. 우범지대나 마찬가지였던 이곳이 이제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벽화 작업은 좋은 평판으로 이후에도 많은 요청이 들어왔고 이제는 토리데 아트 프로젝트가 아닌 독립된 프로젝트로 성장했다. 토리데 시는 올해도 예산을 책정해 현재 시민들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고 있으며 내년부터 벽화 작업을 확대, 진행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2005년에는 토리데 시에 있는 동일본가스회사의 가스탱크에 그림을 그려넣는 작업이 이뤄졌다. 디자인 공모에는 많은 작가들도 참여했고 1차 심사에는 토리데시민이, 2차 심사에는 동일본 가스회사의 사장이 참가했다. 최종적으로 선정된 것은 토리데의 자연풍경을 주제로 한 동경예술대학교 4학년 학생의 작품이었다. 아무리 훌륭한 작가의 작품이더라도 매일 토리데시를 오가며 풍경을 보고 그 인상을 통해 나온 디자인이 원안이 토리데 시민들의 정서와 더 와닿은 것이다.

토리데시의 갤러리 카페 ‘오몬마 텐트’ 아트프로젝트를 통해 만난 네명의 젊은 예술가들이 출자하여 만든 카페 겸 갤러리이다.

‘오몬마 텐트’의 공동운영자 가운데 한명인 후쿠다 나나씨는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주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오몬마 텐트’를 시작하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예술과 함께 살기 좋은 도시 위해
12여년간 진행되어 온 토리데 아트프로젝트의 성과에 대해 쿠마쿠라 교수는 “프로젝트에 참가한 작가들의 작품이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도 있고, 또 프로젝트에 의해 시민들에게 문화의식과 옛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발적으로 예술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또한 “프로젝트에 참가한 작가들이 토리데시로 이주해 오거나 동경예술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그대로 남아 토리데 시의 이미지를 만들고 예술도시로써 자리잡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고 말한다.

토리데 시와 동경예술대학교,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참가한 아트프로젝트는 지역의 예술가들이 떠나지 않고 지역에 남아, 그리고 떠난 이들에게는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었다는 것에 큰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도시의 이미지를 예술공간으로 바꿔가고 더 많은 예술가들과 문화예술관계자들이 이곳을 찾아옴으로써 도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이 쿠마쿠라 교수의 확신이었다.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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