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로 독자적이고 매력있는 도시로의 탈바꿈 꾀해

 기 획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지역을 다지다 Ⅴ. 역사를 담은 요코하마시의 변화 ①

Ⅵ. 역사를 담은 요코하마시의 변화 ②
Ⅶ. 폐교를 문화공간으로 재창조
Ⅷ. 고양시의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제언

인구 360만으로 일본에서 도쿄 다음으로 큰 지자체인 요코하마. 150년 전 일본의 첫 개항 도시로 시작해 번성했지만 1970년대 항구가 옮겨지면서 도시의 침체기가 시작됐다. 그리고 활력을 잃어버린 도심에 문화예술을 통해 힘을 불어넣자는 도시재생과 아이들의 창조성을 발휘시키자는 목표를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역특색 맞춘 문화활동 지원
1991년 설립된 요코하마시의 예술진흥재단은 이러한 시의 의지를 배경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화예술활동을 확산시켜 요코하마를 독자적인 매력이 있는 도시로 창조해가는데 그 목적을 두고 이를 위해 사회기반시설을 정비하고 활력이 넘치는 시민생활을 창조해나가는데 힘을 쓰고 있다.

요코하마예술문화진흥재단의 호리에 다케시 사무국장은 재단의 활동을 세 가지로 나눈다. 우선 시설을 정비하고 그 다음 단계로 프로그램을 갖춰간다. 그리고 세 번째로 시민들이 단순히 감상하는 것이 아닌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는 이 세번째 단계인 모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단계라고 말한다.

문화재단 활동의 중점은 각각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지역을 지원하고 지역의 시민이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예를 들어 요코하마의 옛 도시라고 할 수 있는 교외지역의 풍부한 자연을 활용해 예술가들이 그 곳에서 작업할 수 있는 지원을 하고 있다. 숲 속에서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을 지역 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게 한다. 또 새로운 대형쇼핑몰이 하나둘씩 들어와 활력을 잃은 상점가에는 예술가들이 들어가 거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호리에 사무국장은 “이러한 활동의 가장 필수적인 것은 예술가들의 힘이다. 이는 단순히 실력의 문제가 아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예술의 힘을 지역주민에게 환원하려는 노력을 말한다. 그 다음은 지역 주민과 예술가들을 연결시켜주는 코디네이터, 그리고 아티스트와 코디네이터를 받아들이는 지역 주민들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100여 년 전 창고가 쇼핑몰로

요코하마시의 대표적인 문화예술정책으로는 ‘창조도시’ 건설을 들 수 있다. 2004년 시작된 ‘창조도시’는 유럽에서 처음 도입한 개념이다. 중화학공업의 발달로 활성화된 도시가 산업발달로 인해 피폐해지자 이를 되살리기 위해 문화, 예술을 활용하자는 의미다. 아티스트를 초청하거나 시민들이 문화예술활동에 참여하면서 지역의 활성화를 꾀하고 기존의 건축물을 재정비해 관광객을 모으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특히 요코하마는 개항도시로서 물류 창고와 같은 수많은 역사적인 재산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요코하마만과 맞닿은 곳에 위치한 ‘아카렌카’이다. 빨간 벽돌이라는 의미처럼 건물 전체가 붉은 색 벽돌로 만들어진 이 거대한 창고는 1911년과 1913년 각각 지어진 두 개의 동으로 이뤄져있다. 요코하마가 항구도시로 크게 번성했을 당시에는 물류 창고로서 역할을 해왔지만 항구가 이전되면서 그 쓰임새를 잃고 방치되어 왔다.
그러나 요코하마시에서는 창조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곳을 매입해 한 개 동을 전시회 및 공연 등 문화예술을 위한 공간으로 이용하고 또 다른 동을 대형 쇼핑몰로 운영하면서 이제는 도시의 옛 향취와 예술공간, 관광 명소란 세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빨간 벽돌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아카렌카’. 100년 전 물류창고로 지어진 이곳이 이제는 문화예술을 위한 전시관, 공연장과 대형 쇼핑몰로 탈바꿈해 요코하마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아카렌카 전시관 내부(사진 아래)와 외부모습(사진 위)

 

 


찾아가는 예술가 수업
1987년 극장의 운영단체로 시작된 ST SPOT은 현재 요코하마시 예능문화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7년 전 종합적인 예술기관을 목표로 새롭게 교육사업부를 만들어 활동했고 2년 전부터 시의 제안으로 요코하마에 자리를 잡고 예술교육플랫폼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

ST SPOT의 예술교육플랫폼은 예술가가 학교로 찾아가는 수업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교육사업부를 두고 요코하마 시내의 다양한 NPO단체를 학교와 연결시켜주는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는 일본 내 그 어느 곳보다도 많은 문화·예술단체를 보유하고 있는 요코하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음악, 미술, 연극, 댄스, 전통공예 등 다양한 장르를 크게 3일간 워크숍을 실시하는 체험형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감상형 프로그램으로 나눠 운영한다. 올 한해만 총 82개교의 1만30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프로그램은 각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고안한 응모하면 이것을 ST SPOT 사무국에서 취합 후 선정하여 요코하마 시 내의 단체들에게 분배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수업은 주로 정규수업 내에서 진행된다. 음악, 미술에 제한적인 것이 아닌 국어시간에 댄스아티스트가 수업하는 등 통합수업 형식으로 이뤄진다. 서로 다른 장르의 합집합을 찾아가는 것에 재미가 더한다는 설명이다.

처음 시작 당시에는 비협조적인 교사들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교사들도 함께 변했다. 학교에 잘 오지 않던 소위 ‘문제아’ 학생들이 문화예술교육 수업이 있는 날에는 빠짐없이 출석하는 변화가 일어났다. 수업에 대해 교사의 90%이상이 좋은 평가를 하고 있었다.

 

 

이날 에노키유치원 아이들은 직접 배합하여 새로운 색을 말들어내고 붓으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어린이를 위한 예술 공간
1989년 개관한 요코하마 미술관에는 ‘어린이 아틀리에’라는 일본 내에서도 다소 생소한 공간이 운영되고 있다. 이곳은 어린이이 어린시절부터 미술관을 접하게 하고, 나아가 미래의 창조적인 감상가로 키우는 것에 목표를 두고 만들어졌다. 21년 전 요코하마 미술관 개관과 함께 해온만큼 어린이 예술 교육에 대한 요코하마시가 오랜 시간동안 고민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취재진이 방문한 날은 요코하마의 에노키유치원 아이들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넓은 공간을 꽉 채운 아이들은 각자 종이박스 조각에 물감을 칠하고 있었다. 자리를 옮겨 자신이 그린 조각들을 방안 가득 늘어뜨린 아이들이 한 곳에 모여 선생님과 함께 주문을 외운다. 그러자 불이 꺼진 방 안에 종이 박스 조각들의 물감이 형광빛을 발하고 아이들의 탄성이 쏟아졌다.

이날 이뤄진 교육은 요코하마시의 보육원이나 초등학교, 특수학교에서 주중에 아틀리에를 방문해 예술 활동을 직접 참가하는 학교연계 프로그램의 하나였다. 이 프로그램은 보통 연간 90회 이상 진행되고 있으며 그 경쟁률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에노키유치원 아이들은 3년 전 신청해 이제야 올 수 있었다고.

이 외에도 어린이 아틀리에에서는 전시 감상 예절을 배우는 ‘어린이를 위한 전람회’와 유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뉘어 다양한 조형물을 만드는 ‘조형강좌’, 주말에 학부모와 함께해 작품활동을 펼치는 프로그램인 ‘프리존’, 선생님을 위한 연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야마자키 유 미술관 학예교육 주임은 어린이 아틀리에의 교육에 대해 “옛날과 달리 손을 움직여 자유로이 표현하는 것이 서툰 아이들에게 기본을 가르키고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어린이 아틀리에는 단순히 예술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예술을 통해 자신이 생활하고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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