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위기돌파 온라인에서 찾는 일본

 

트위터 전문 신문을 운영하는 등 디지털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마이니치 신문사 건물.
“종이신문의 시대는 갔다.” 이제 더 이상 뉴스가 될 수조차 없는 이야기다. 매일같이 신문을 보던 부모 세대조차 구독료 인상을 핑계삼아 구독을 끊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내의 주요 일간지로 구분되는 신문사 내부에서도 종이신문이 아닌 방송과 인터넷 매체로의 중심이동은 이미 시작된 지 오래다. 신문사가 방송사를 함께 소유할 수 없다는 미디어법까지 개정된 이면에 주요일간지들의 노력이 있었음은 모두가 아는 일. 그러나 방송보다 더 무섭게 언론 시장을 위협하는 손안의 세상이 등장했다. 스마트폰의 도입과 그를 이용한 SNS(소셜 네트워크 시스템). 

 

“200만 명의 시청자를 가진 폭스 뉴스와 5억 명의 이용자를 가진 페이스북 중에서 누가 더 무섭겠습니까.” 미국의 CNN방송사 존 클라인 사장이 경쟁사인 폭스뉴스에 대한 대비책을 묻는 질문에 한 답이다. 트위터(twitter), 페이스북(facebook), 포스퀘어(foursquare), 유튜브(u-tube) 같은 소셜미디어는 이제 IT종사자들만의 것이 아니다.

트위터를 활용해 대박 곱창집으로
SNS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시사인 고재열 기자(트위터 팔로어 5만명)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고재열 기자에게 개인적인 시간에 강의를 부탁했던 서강대 원용진 교수는 그 사례를 대신해 ‘술 한잔’을 대접하기로 했다. 고 기자는 사전에 이 내용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고, ‘동참해도 좋겠냐’는 몇 명의 질문에 ‘그러라’고 답했다. 서강대 앞 곱창집에서 시작된 ‘한잔’자리는 트위터 이용자들까지 합세해 ‘큰 자리’가 됐다.

간단한 사례를 생각했던 원용진 교수가 난감해진 건 당연지사. 술값을 계산하려던 원 교수에게 곱창집 사장은 의외의 이야기를 전한다. 모임을 알려지면서 가게 홍보를 해주었으니 참석한 이들 각자의 팔로워(일종의 트위터상 친구) 숫자를 1원씩 계산해서 값을 제해준 것이다. 5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가진 고재열 기자를 포함해 다들 계산을 해보니 원 교수가 계산할 금액은 몇만원도 되지 않았다. 반전은 한번 더 있다. 이 사연은 고재열 기자와 참석자들을 통해 트위터에 올려졌고, 이 곱창집은 이후 줄을 서서 먹는 서강대 앞 ‘대박집’이 되었다고. 이처럼 사람들의 생활 깊숙이 들어와버린 SNS에 대해 오히려 국내 미디어, 특히 지역신문의 대응은 한참 ‘뒷북’인 셈이다. 우리에 비해 신문이 여전히 중요한 매체로 역할하고 있는 일본 신문의 인터넷 대응은 어쩌면 좀 ‘어눌’해보이기까지 하다. 

마이니치는 트위터 전담자가 디지털미디어국 내에 2명있다.
일본은 아직도 종이신문 호시절

일본은 아직도 종이신문 호시절일본은 스마트폰이나 와이파이(무선랜) 보급도 우리에 비하면 한참 뒤쳐져있다. 그러나 찬찬히 살펴보면 일본의 신문들은 철저하게 자신의 상황에 맞는 방식을 도입해 제대로 활용하고 있었다. 기자는 지난 9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일본의 주요 신문사와 지방신문의 온라인콘텐츠 전략에 관해 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인구 1억3000만명, 면적 37만8000km의 일본에는 일본신문협회 가맹사가 지방지를 포함해 110개 정도 있다. 일본은 신문협회가 방송사를 포함하는데 방송사까지 합치면 127개가 된다. 전국지는 요미우리, 아사히, 마이니치, 니케이, 산케이까지 넣으면 5개가 있다. 일본 신문은 전국지와 지방지, 그 중간형태인 블록지가 있다.  신문협회 가맹사들이 하루에 6400만부를 발간한다. 인구의 절반 정도 된다. 일본 신문은 배달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전국에 7만7600명의 배달원, 지국 3000개가 있다. 일본 신문이 손쉽게 인터넷으로 중심을 옮기기 어려운 배경에 바로 이 지국 시스템도 역할을 하고 있다.

 

산케이 신문사 건물.
트위터 신문 마이니치RT의 실험

트위터 신문 마이니치RT의 실험 1872년 창간돼 일본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마이니치 신문. 마이니치는 SNS의 대표주자인 트위터를 적극 활용하고, 마이니치 RT라는 트위터 전문신문을 발행해 국내외에 주목을 받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은 디지털미디어국 내에 트위터 전담자를 2명 배치해 24시간 관리한다. 트위터를 통한 또하나의 매체를 만든 셈이다. 트위터가 인기를 끌자 마이니치신문은 타블로이드판 24면의 일간지를 별도로 내고 있다. 당일 기사의 독자 반응을 본 뒤 편집해 하루가 지난 뒤 인쇄하는 새로운 형태의 신문이라 할 수 있다. 수도권 중심으로 5만부가 발간된다. 인터넷만 보던 젊은 층들이 트위터 반응이 신문에 실리는 모습을 보고 구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주로 회사원, 대학생, 젊은 층을 겨냥해 1부에 100엔(약 1350원)에 판매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사는 신문 기사 작성 시 세부적인 태그를 입력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세부 태그가 입력될 경우 분야별로 기사의 재가공이 가능해 된다. 예를 들어 ‘사건ㆍ사고’ 기사에 위도와 경도를 입력하면 네비게이션 등을 통해 그동안의 관련 기사들을 통해 사고다발지역 정보까지 전달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조간, 석간신문에 초등학생을 위한 어린이신문, 영자신문까지 운영하는 마이니치 신문. 그중 주목할 것은 점자신문을 주1회 발행한다는 것이다. 거대 미디어기업인 마이니치는 소수자와 장애인들을 위해 직원 명함에 점자까지 새겨넣는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었다.

“신문업계에서 일하는 이들이 지혜를 모아내지 않으면 안된다. ‘야후나 구글로 뉴스를 봐도 괜찮습니까’하고 물어봤을 때 신문 뉴스와는 다르다는 답을 얻고 용기를 얻는다.”
마이니치신문 디지털미디어국 가스야 마사야끼 차장의 설명이다.

 

인터넷 사업조합 아라타니스
동경, 오사카, 세이부, 나고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아사히신문. 아사히신문사는 새로운 수입원으로 유료콘텐츠 서비스인 ‘Astand'를 개발 운영하고 있다. 아사히 신문의 마코토 오스카씨는 “지금까지 종래의 미디어업계는 좋은 기사를 쓰면 독자들이 늘어나고, 광고가 늘어나는 좋은 순환이 있었다. 자동적으로 좋은 순환 사태를 유지하다가 리먼 사태이후 광고가 안 들어오게 됐”며 “아사히신문은 작년 130년 역사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봤다. 타개책으로 만든 것이 다른 순환을 만들어보자고 한 것이 디지털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아사히신문의 ‘Astand'는 우리가 보기에는 걸음마 단계이긴 하지만 일본신문이 종이신문의 대안으로 인터넷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닛케이신문이 함께 출자해 만든 인터넷사업조합인 ‘아라타니스 인터넷 사업조합’. 자기들만의 것을 만든다는 점에서 ‘일본답다’는 생각이 든다. 2008년 1월에 출범했다. 3개사는 보통 때에는 특종기사를 놓고 경쟁을 하는 사이이기도 하다. 3개의  신문사별 사이트는 별도로 존재하고, 아라타니스는 각 신문사 사이트와 연결돼 각 사 페이지뷰를 올리는데 공헌하고 있다. 기사를 비교해서 읽도록 해 각 사이트로 안내하는 안내인 역할을 함. 수익 목적으로 운영되는 사이트는 아님. 신문의 독자들에게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그밖에 3개 신문사는 재해 발생 시 신문발행 상호 지원하고, 판매(배달) 협력, 인터넷사업 협력을 하고 있다. 

아오모리현 지방신문인 동오일보. 인구 138만 도시에서 조석간 각각 23만2000부를 발행한다.
출향독자를 겨냥한 동오일보 전자판

출향독자를 겨냥한 동오일보 전자판아오모리현에서 발행되는 동오일보는 2008년 10월 지방지 최초 전자판 판매를 시작했다. 아모리현 인구는 138만명. 조ㆍ석간 각각 23만2000부가 발행된다. 동오일보는 지역에서 마라톤, 스키, 소년 야구, 청소년 미술대회, 여름 불꽃놀이 등 다양한 행사에 여행사까지 운영하고 있었다. 백화점식 운영도 일본신문의 특징 중 하나다. 동오일보의 전자판은 주독자층이  아오모리현 내의 주민들이 아니다. 아오모리 출신이나, 각 지방 지사로 파견나간 사람들, 아오모리와 업무적으로 관련있는 사람들, 국회의원, 파견 공무원들이 전자판 신문을 본다.  

동오일보 사옥. 일본의 지방신문은 지역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
새로운 시도는 교도통신사가 주도한 지역신문 연합체인 ‘47뉴스’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일본의 전국 47개 도도부현을 지칭하는 ‘47뉴스’는 교도통신과 가맹사 56개 지역신문(블럭지 포함)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인터넷신문이다. 전국지 중에는 니혼게이자이와 산케이신문사가 가입돼있다. 가맹사들의 조합형태로 만들어졌으며 사단법인이다. 47뉴스는 야후재팬 등 포털사이트가 뉴스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일본의 신문들은 포털사이트에 아주 일부의 기사만 제공한다. 물론 정당한 댓가를 받고. 우리보다 포털사이트의 경쟁력이 더 떨어짐에도 47뉴스는 이에 대비해 인터넷을 활용해 각 신문사를 홍보하고, 기득권을 잃지 않기 위해 만들어졌다. 뉴스제공은 RSS방식으로 개별 신문사 사이트로 연결되도록 하고 있다. 속보 중심보다는 특정 테마를 정해 관광뉴스와 음식뉴스, 지역스포츠 뉴스 등 공동섹션을 제공한다. 각 지역 특산물을 연결해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47클럽’이라는 쇼핑몰도 운영하고 있었다.  

한국 지방신문 기자단의 방문을 보도한 동오일보 기사. 기자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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