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을 아십니까> 신뢰도 지역밀착도가 생존비밀

▲ 많은 지역신문 중에서 솔직히 정도를 지키는 신문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신문의 기본을 지키고, 독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결국 생존 비법일 수밖에 없다.
사례 하나. 고양시에 일명 ‘넝마주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집단으로 살았다는 걸 아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1990년대 말까지 지금 아파트가 들어선 토당동 뒤편에는 서울에서 밀려난 쓰레기 줍는 이들이 집단을 거주하고 있었다. 기자가 찾아간 허름한 동네에서 사람들은 찢어진 옷을 걸쳐 입고 고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강제로 이곳까지 밀려온 사연, 다시 개발에 밀려 갈 곳을 잃게 된 이야기를 전했다. 새로 들어선 무원마을 바로 옆에서 벌어지고 있는 말도 안되는 사연은 주요일간지에도 보도됐다. 그러나.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주민 대표들은 다시 지역신문 기자를 찾았다. 당시 그곳 출신으로 알려졌던 한 정치인들을 만나는 자리에 기자가 동행했다. 정치인은 그들에게 “너희들 주제에 어디 안으로 들어오냐”며 기자만을 사무실 안으로 들였다. 고작 10여 년 전 일이다. 지난한 실랑이 끝에 고양시는 그들 중 일부에게 이주할 곳을 마련해주었다. 기자는 사연을 제보했던 주민 대표의 조촐하지만 뜻깊은 집들이에 초대됐다.

사례 둘. 충북 옥천신문 황민호 기자가 당시 열 살이던 김모군을 만난 것은 2006년 5월이었다. 한 산골 마을로 40대 남자가 숨진 현장을 취재하러 갔던 황 기자는 시신 옆에서 혼자 울고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아이는 부모 이혼 이후 지병이 있는 아버지와 단둘이 콘테이너 박스에서 생활하다 아버지가 사망하는 바람에 졸지에 고아 아닌 고아가 된 것이다. 친척이 있기는 했지만 아이를 돌볼 형편이 되지 않았다. 황민호 기자는 “고아원에는 가기 싫다”는 아이를 자신의 자취방으로 데려왔다. 당시 총각이던 황 기자가 김군을 데리고 살겠다고 하지 당장 부모들부터 말리고 나섰다. 황 기자는 아빠의 역할을 충실해 해내기 위해 필요한 소양교육도 받고, 지역주민들에게도 적극적인 도움을 청했다. 황 기자는 이 ‘선행’을 계기로 충북도지사 표창을 받기도 했다. 2008년에는 이런 황민호 기자를 사랑하게 된 회사 후배와 결혼해 벌써 두 아이를 얻었다.

지역신문이 필요하다고 얘기하지만 수도권 지역에서 지방지 또는 지역신문은 장점보다는 단점으로 더 많이 이야기된다. ‘지역신문’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도 ‘사이비’ ‘사기’ 관련 보도가 자주 눈에 띈다. 지역신문은 정말 필요할까? ‘그렇다’는 대답은 결국 그 필요를 느껴본 이들만이 할 수 있을 것이다. 도나 광역 지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지방일간지와 구별되는 지역신문은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다.

전국에는 등록된 주간 지역신문만 400여개가 넘는다. 이들 모두가 지역신문의 가야할 길을 가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 건강한 지역신문은 존재한다. 분명한 경계를 삼기는 어렵지만 2005년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에 의해 ‘우선지원신문사’로 선정된 신문들 중에서 몇몇 신문을 소개해본다.

건강한 지역신문 ‘원주가 보인다’ 원주투데이 
원주투데이는 강원도 최대의 도시인 원주에 위치한 지역신문으로서, 1995년 창간 이후 원주 발전을 이끌어가는 건강한 지역신문으로 자리매김 했다. 원주투데이의 건강성은 미디어오늘 등 언론관련 신문과 방송의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주투데이는 일체의 촌지를 받지 않는다. 촌지만 안 받는 것이 아니다. 2008년 원주투데이가 사내 네트워크 시스템인 인트라넷 구축 관련 보고에는 재미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기자나 직원들이 행사나 취재처에서 받은 수건과 기념품 내역을 그때마다 인트라넷에 공유한다. 매월 받은 기념품은 시설 등에 보내고, 남은 것은 추첨을 통해 공개적으로 나누어 갖는다. 기자들의 동선과 작은 기념품 받은 내역까지 공개되다보니 투명한 운영과 기자정신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어보인다.

‘원주투데이를 보면 원주가 보인다’ 이 말은 원주투데이의 성격을 한마디로 표현해 주는 말이다. 2004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오원집 대표는 그해 시민주 공모를 주도하고,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 전개’ ‘원주사랑 걷기 대행진’ ‘원주시 문화콘텐츠 포럼’ 등 활발한 지역활동을 통해 신문을 넘어선 지역신문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기증받은 땅에 사옥지은 해남신문
전라남도의 해남신문은 1989년 10월 지방자치시대와 더불어 각계각층의 인사 33인으로 추진위원회를 결성, 이듬해 4월 발기인 452명으로 발기인대회를 갖고 그해 6월 22일 창간호를 발행했다. 해남군 약 70%, 광주전남 약 15%, 서울, 경기 약 10%, 기타 약 5%로 비율로 배포되고 있다.

해남신문은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에 의한 지원을 받으며 가장 큰 성장을 한 신문으로 평가받는다. 2007년 말에는 전체 독자 중 78.5%를 유료독자로 만들어 ABC 조사결과 전국 지역신문 중 최다 유료 독자 확보라는 영예를 안게 됐다. 지역신문 섹션화된 각 지면에 지역민들의 작은 이야기, 역동적인 지역민들의 모습을 지면의 50%를 차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이 중심이다’라는는 철학으로 각 지면에 역동적인 사람들을 담아내는 일이다. 해남신문은 최근 지역에 지역신문이 꼭 필요하다는 뜻있는 인사가 기증한 땅에 4층짜리 단독 사옥을 짓고 이사를 했다. 모든 지역신문의 축하를 받으며.

주민참여예산제 시행에 힘실어 용인시민신문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김학규 용인시장은 자신의 공약으로 주민참여예산제를 약속했다. 취임 이후 이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지역 여론의 반대에 부딪힌 주민참여예산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김 시장이 추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 이면에는 용인시민신문이 있었다. 지난달 25일 시가 마련한 주민참여예산제 공청회에서는 용인시민신문 함승태 기자가 주요 토론자로 나서 그 필요성을 설명했다. 용인시민신문은 1998년 12월 창간준비호를 만들고, 1999년 1월 공식 창간호가 발행됐다. 용인시민신문은 사회적 기업 ‘내리사랑 베이커리’를 통해 직접적인 지역기여도 하고 있다. 고양시처럼 옛지역과 신도시가 포함된 넓은 면적의 용인시를 기자들이 종과 횡으로 나누어 세밀한 지역기사들을 다루고 있다.


치밀한 취재, 기사 신뢰도 일등신문 옥천신문
2006년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김재영 교수는 한국언론학보를 통해 ‘취재원 활용 관행의 차이’ 논문을 발표했다. 뉴스기사의 고정적인 형식요소로 자리 잡은 취재원 활용에 초점을 맞춘 이 논문에는 ‘옥천신문’의 취재원 활용 관행의 특징을 ‘조선일보’와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뉴스보도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취재원의 수와 취재원 직접 인용의 정도가 ‘조선일보’보다 ‘옥천신문’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취재원의 수는 조선일보가 355개, 옥천신문이 368개로 나타난 가운데 옥천신문의 일반시민 취재원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의 신뢰성을 높이면서도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옥천신문은 1989년 주민들이 직접 회사의 주인이 되는 군민주 회사로 창간했다. 한국 지역신문업계에서는 처음으로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회사의 지분을 일정부분 이상 소유할 수 없는 형태로 설립된 옥천신문은 그 결과 창간 후 21년이 지난 지금까지 편집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가장 모범적으로 실현되는 언론사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신문사 경영을 책임지는 옥천신문 이사회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노동조합 대표, 중소자영업자, 법조인, 개인 등이 이사(10명)로 참여하고 있다. 편집국의 국장은 편집국 성원들이 비밀투표로 선출하며 선출된 국장의 임기는 2년이다. 

명사와 함께 하는 태안여행 신명나는 태안신문
지난 9월 3일 곽윤섭 한겨레신문 기자와 떠나는 태안의 테마사진 여행을 시작으로 두달간 소설가 안재성, 조홍섭 한겨레신문 환경전문기자, 소설가 김홍신, 방송인 김미화,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도용복 오지여행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 등 8명의 명사가 태안을 찾았다. 이들은 태안의 명소 등 곳곳을 1일 투어방식으로 여행하면서 태안에서의 소중한 추억을 쌓았다.

태안신문사가 올해 ‘대충청 방문의 해’를 맞아 태안문화원이 주최하고 태안기획이 주관한 ‘명사와 함께 하는 태안여행’을 진행한 것이다. 신문웅 편집국장은 “이번 태안여행의 가장 큰 성과라고 본다면 참가인원의 80%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시민들로 태안의 명소와 기름유출의 사고를 딛고 다시 일어선 청정 태안의 모습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점과 만나기 어려운 국내 저명인사들에게 태안과 친숙해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태안사랑 가족사랑 걷기대행진, 태안 포크음악 페스티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하는 것과 함께 태안신문은 지난 기름 유출 사고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민들의 아픔을 대변하는 일에 누구보다 앞장 서고 있다.

▲ 기름유출사고로 고통받는 지역민들을을 위해 태안신문사가 마련한 명사초청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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