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당동 삼윤아파트 황을순 할머니

▲ 맏아들 부부와 함께 살고 있는 황을순 할머니(가운데)는 “40세 넘은 손자 2명이 새해엔 꼭 장가를 갔으면 한다”는 소망을 말했다.

“고기보다 청국장이 세상에서 제일 맛난 것이라우.”

2011년은 신묘년 토끼해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고양사람들’은 다복(多福)한 가정을 이루며 무병장수한 90세 이상 어르신을 소개하게 된다. 이번에 그 주인공은 황을순 할머니(97세)다.

“오직 농사로 8남매를 키웠다”고 하는 황 할머니. 중매쟁이 말만 듣고 17살에 인천 부평에서 지금의 화정역 부근에 살고 있던 이씨 할아버지(남편. 79세 작고)에게 시집왔다. 이곳에서 논과 밭을 경작하며 배밭 농사를 지었는데, 개발 때문에 지금의 토당동 아파트로 이사와서 20년째 맏아들 부부(이대중 75세, 신장균 69세)와 살고 있다.

슬하에 아들 2명, 딸 6명을 두었는데, 46세 맏손녀부터 초등학교 5학년 증손녀까지 40여 명이 명절 때 모인다. 직계 가족들이 둘러앉아서 설날엔 숙주, 두부, 돼지고기, 김치 등을 넣어 왕만두를 빚고, 추석엔 송편을 무려 한 말을 빚었다.

“몸을 놀리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이며 부지런히 살았다”고 하는 황 할머니. 농사뿐만 아니라 자식들의 학비 마련을 위하여 깻잎과 무장아찌 및 무말랭이를 만들어서 서울까지 가서 팔았고, 어려운 살림이지만 자식들을 고등교육까지 시켰다. 첫아들인 대중(현재 함께 거주)을 낳았을 때는 시어른들도 무척이나 기뻐했었다.

이 아들이 장가를 가서 맏증손녀를 낳아서 처음엔 섭섭했는데, 연년생으로 증손자를 둘이나 안겨주어서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고. 증손자를 유난히도 귀하게 여긴 영감은 일하다가도 귀여운 증손자 생각나면 집에 들어와서 같이 놀아주곤 했다고 한다.

“먹을 것이 귀하던 그 시절에는 죽을 많이 끓였다”는 황 할머니. 김치, 나물, 콩나물 등을 넣어서 끓였고, 때로는 팥죽, 콩죽도 만들어서 많은 식구의 배를 채웠다. 형편이 좀 좋아졌을 때는 쌀 또는 수수로 조청도 만들었다.

도토리묵과 청포묵을 만들고, 콩 농사지은 것으로 손두부도 하고, 자손들 출가하기 전에는 농사지은 콩 여섯 말로 메주를 쑨 적도 있다. 그중에서 불린 콩을 삶아서 항아리에 볏짚을 넣고서 따뜻한 아랫목에서 2~3일 정도 띄워 먹는 청국장이 최고였다. 황 할머니는 “끈적끈적한 실 같은 것, 요것이 옛날부터 사람 몸을 좋게 해.” 라며 “애호박, 두부, 김치, 파를 송송 썰어 넣고 한소끔 끓여서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황 할머니는 “과일과 요구르트도 좋아하지만, 콩, 보리, 검은 쌀, 현미 등이 들어간 잡곡밥에 곁들여 먹는 청국장을 지금도 세상에서 제일 맛 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장이 튼튼하여 소화흡수가 잘 되니까 아직도 고운 얼굴을 간직하고, 속옷도 직접 빨고 방 청소도 말끔히 한다.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TV에서 사극을 즐겨보며, 밤 11시에 자리에 누우면 아침 7시까지 숙면을 충분히 취하는 것도 건강 비결이라고.

황 할머니의 맏아들인 이대중씨와 맏며느리 신장균씨는 “어머니가 3년 전부터 귀가 좀 어두워서 TV 소리를 크게 올렸다”고. 어릴 때는 화도 안 내고 항상 온화한 미소로 부지런함을 보여주셨다고 했다. 큰 딸이 사온 무지개색 커다란 쿠션을 베고 TV를 본다는 황 할머니는 “청국장을 즐겨 먹었더니 무병장수했으며, 40세 넘은 손자 2명이 새해엔 꼭 장가를 갔으면 한다”고 소망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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