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특집인터뷰 - 최성 고양시장

▲ 최성 시장은 구제역 확산으로 새 해 첫날부터 방제현장으로 출근했고 대대적인 조직개편의 막바지 결정을 위해 연일 새벽까지 회의를 강행하고 있다.

 

최성 고양시장이 맞는 새 해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쁘고 험난하다. 구제역 확산으로 새 해 첫날부터 방제현장으로 출근했고 대대적인 조직개편의 막바지 결정을 위해 연일 새벽까지 회의를 강행하고 있다. 또 서울시 기피시설 불법문제로 서울시를 고발하고 설 이후에는 강제철거도 각오하고 있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선택과 결정의 순간을 당차게 맞고 있는 최성시장을 만났다.

 


6개월 전, 당선됐을 때와 지금 달라진 점이 있으시다면.
당선된 직후부터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 일에 몰입하다 보니 진정성이 되살아난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모든 일이 이성적으로 다가왔다. 일자리 창출문제나 복지문제나 이해하고 동의하고 지원해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가슴 깊이 절절하다. 장애인 단체 축사를 하며, 직소민원실에서 민원인의 하소연을 들으며 혼자, 혹은 같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어려운 점, 곤혹스러운 점도 많이 있으실 텐데, 한 가지 꼽아주신다면.
시민들이 기대하는 일들은 구체적이고 절박하다. 모두 해결하고 싶지만 시장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도 많고 이해와 요구가 상충하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 예산이 따르는 문제여서 조정하고 설득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 시장이 꼭 와주었으면 하는 행사들이 많은데, 한 분도 서운하지 않게 챙기고 싶지만 일정상 쉽지 않은 것도 안타깝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재밌고 보람 있게 풀려고 노력하고 있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 주량은 얼마나 되시는지.
선거 때보다 살이 8kg이 빠졌다. 바빠서 빠진 것은 아니다. 체력을 유지하려면 오히려 소식을 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소식을 실천하고 있다. 운동은 별도로 시간을 낼 수 없어 집에서 러닝머신을 하는 정도다. 술은 최대한 자제한다. 복분자주와 와인을 좋아하는데, 4-5잔이면 딱 좋다. 정말 나를 풀어놓아도 좋을 때는 많이 마시기도 한다. 1년에 몇 번 정도.

 

▲ 어려운 문제일수록 재밌고 보람 있게 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최성 시장.


행사와 회의, 업무를 위해 주말도 없이 강행군 하고 있다고 들었다.
가족을 위한 시간도 좀 배려해야 하지  않나아내와 아이들에게 말 못할 정도로 미안하다. 지난 주 양가 부모님을 찾아뵙고 함께 식사를 했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장인어르신께서 짧게 한마디 하셨다. 시장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역할도 해야 할 것은 꼭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그렇게 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리지 못했다. 가족이 서운한 점은 개인적으로 회복할 수 있지만 고양시민이 서운한 것은 돌이킬 수 없다. 임기동안에는, 만인을 위한 시장이라는 책임을 지고 갈 수밖에 없다.   

 

시장으로서 어느 때 행복한가.
사소한 변화를 느낄 때이다. 얼마 전 아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벽면에 5개의 공지사항이 붙어있었다. 북한이 도발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과 마을별 반공호 안내, 폭설에 대비하는 방법, 구제역 방역 안내 등 시민들이 알아야 할 내용이 담겨있었다. 내가 한참을 읽어보며 흐뭇해했더니, 아들이 뭐가 그리 대단한 게 적혀있느냐고 물었다. 종이 한 장이지만 정성을 다 하고 고압적이지 않게, 편지처럼 읽기 쉽게 쓰라고 내내 강조했는데, 조금은 달라진 것 같았다. 일단 시와 시민이 가까이 교감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당선 직후부터 조직개편을 위해 많은 공을 들이셨는데, 결과가 만족스러운가.
한번 만들어지면, 후퇴할 수 없는 대단히 중요한 결정이기 때문에 한 치의 실수도 없어야 한다고 단단히 각오했다. 조직개편을 위해 20여 차례 토론회와 워크샵을 진행했고 공무원들은 물론 시의원, 도의원,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새벽까지 토론하는 날도 많았다. 개편안을 마무리하는 요즘은 모든 관리자가 비상대기하며 언제든 긴급회의를 소집한다.  조직개편 용역을 맡은 한양대 조창현 교수가 놀랐다고 말하더라. 일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이렇게 폭넓은 의견을 교류하며 조직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사례는 못 봤다는 것이다. 고양시 공무원 2251명 중 1500명이 매우 구체적인 조직개편안을 제시했다. 나도 놀랐다. 또 직원들의 고민과 생각을 읽으면서 많이 배웠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집중된 만큼 그 어느 자치단체에서도 시도하지 못한 과감하고 효율적인 조직이 설계됐다. 우리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지방자치에 모범적인 선례를 남기는 것도 신명나는 일이다.

조직개편안의 골자는 무엇인가
민생경제에 최우선을 두는 행정조직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민생경제국을 신설하고 일자리 창출과, 경제통상과, 콘텐츠진흥과, 전시컨벤션과를 두게 된다. 민생경제와 관련한 업무를 집중시키고 킨텍스 브로멕스 등 대단위 사업 역시 일자리창출과 경제활성화의 측면에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또 이번 조직개편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정책과 기획(정책기획담당관), 시민소통 분야(시민소통담당관)를 시장 직속으로 두고 인적자본담당관과 공보담당관, 감사담당관은 부시장 직속으로 두게 된다. 새로 신설되는 인적자본담당관은 인사와 조직, 교육, 성과를 관리하는 독립적 성격의 기구로 인재육성을 위해 대기업 못지않은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현장 중심의 행정기구로 재편하는 것도 큰 변화중의 하나이다. 시청에 집중됐던 권한과 기능을 구청과 동사무소로 분산하고 대민행정의 중심인 동사무소에 민원처리 담당 인력을 1명씩 더 배치할 계획이다. 모두 39명이 새로 투입된다. 사무장의 직함도 민원복지팀장으로 바꿀 계획이다. 동사무소가 시민의 불편과 고충을 해소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주력하는 최일선의 현장으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

주민자치위원회 강화를 위한 예산과 금정굴 관련예산 등 주요 공약을 위한 예산이 많이 삭감됐다. 민주당 의원들도 반대한 경우가 있는데, 어떻게 해결해 나갈 계획인가.
초등학교 전학년 무상급식 등 굵직한 예산은 90% 이상 원안대로 통과됐다. 안타까운 것은 주민자치아카데미 운영과 시정운영위원회 관련 예산 등 참여를 위한 예산과 어린이영화제,박찬호 리틀야구대회 등 예산의 규모에 비해 성과가 큰 예산들이 많이 삭감됐다는 것이다. 포기할 수 없는 예산인 만큼 추경에 다시 상정할 계획이다. 당을 초월해 의원들을 더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꼭 관철시켜 내겠다.

최근 기피시설 불법문제와 관련해 서울시를 고발하셨을 때, 많은 시민들이 통쾌해 했다. 실제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가.
고발은 하나의 시작일 뿐이다. 어제 영장대집행을 위한 영장을 교부했다. 이제 계고장을 보내고 강제이행금(3억2000만원)을 부과하고 강제철거에 들어갈 계획이다. 심한 곳은 폐쇄조치 할 수도 있다. 공공연한 불법을 저질러 놓고도 단 한마디 해명조차 하지 않는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의 태도를 납득할 수 없다. 그동안 공식적으로 수차례 면담과 토론을 요청했고 우리 부시장이 서울시 부시장을 만나 면담 날짜까지 잡았었다. 면담은 오세훈 시장의 일방적 불참으로 깨졌다. 오만불손한 모습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어 법대로 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모든 기피시설을 지하화하고 공원화한다면서 고양시에 있는 서울시 기피시설은 불법과 악취의 온상으로 만들었다. 얼마나 이기주의적인가. 고양시민 전체를 얼마나 무시하는 태도인가. 대통령, 서울시장이 아니라 강남구청장도 못 나올 비상식적인 모습니다. 서울시내 다른 기피시설처럼, 공원화 지하화 현대화하고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 대해서는 보상도 할 수 있는 근원적인 조치가 있을 때까지 법대로 가겠다. 오세훈 시장의 어설픈 대화와 타협은 이제 내가 거부하겠다. 난지물재생센터와 음식물처리장, 폐기물처리장의 불법시설 철거로 해당 시설이 마비되고 서울시민들의 민원이 생긴다면 모두 오세훈 시장의 책임져야 한다. 

김문수 도지사에게 조병석 부시장의 영입을 강력히 추천하셨다고 들었다. 어떤 점에서 추천을 했나.
조병석 부시장은 일산구청장직을 경험해 고양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고양시가 떠들썩했던 러브호텔 사건 때 시청과 시민단체의 가교역할을 잘 했던 점을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덕망있고 성실한 점, 남은 임기동안 사심 없이 진실하게 일할 수 있는 행정가라고 생각한다.

지난 6개월 동안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인가.
전국 최초로 소규모 학교와 5,6학년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또 시의회의 반대 없이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한 점은 큰 보람있었다. 또 하늘초등학교 옆 골프장 허가를 직권취소한 것, 다양한 시민참여형 행사와 축제를 추진한 것, 미국과 중국에서 고양시의 이름을 널리 알렸던 것, 난항을 겪던 킨텍스 부지를 매각한 것 등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결실을 얻었다. 믿고 지원해주신 모든 시민들과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구제역 문제로 고양시 전체가 우울하다. 고양시 공무원들도 방제와 살처분으로 연일 강행군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심정인가.
새해 첫날 방제현장으로 출근했다. 농민들의 절규를 보며 당장 큰 힘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죄송하고 가슴 아팠다. 얼마 전에는 살처분 현장에 있었던 직원이 뇌출혈로 쓰러졌다. 담당 의사를 만나 시장보다 중요한 사람이니 꼭 살려달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의사가 대통령으로 알고 살려내겠다는 약속을 하더라. 다행히 지금은 좀 좋아졌다.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내내, 내 대신 누워있는 것 같아 발길을 돌릴 수가 없었다.

시민과의 소통을 매우 중요한 의제로 강조하셨는데, 생각보다 어려운 점도 있으실 것 같다.
생각했던 것처럼, 소통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 행정력을 다시 재편해야 하고 선택과 집중도 해야 한다. 아직은 절대적 시간이 부족하다. 또 시민적 요구와 민원이 배타성을 가질 때도 있고 지역이기주의 집단이기주의가 담겨있는 경우 합리적인 대화가 어렵다. 소통보다는 경청이 중요할 때도 있다. 하소연 할 길이 없었던 일을 다 털어놓으면 그 자체로 후련해하시는 분들로 많다. 처음 만나는 시장의 손을 꼭 잡고 반가워하시는 분들을 보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겸손하고 친근하게, 진심을 다 해 시민들과 만나고 싶다. 행사장에서도 형식적인 말 보다는 마음을 담아 이야기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마음을 담으면 듣는 분들도 마음을 담아준다. 그땐 여럿이 함께 소통하고 있다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열정적인 모습에 많은 기대를 걸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열정적’ 이라는 시선도 없지 않다.
열정은 마지막 한 톨까지 남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열정을 남겨서 재충전하는 경우는 없다. 열정은 쏟으면 쏟을수록 넘치고, 더 큰 에너지로 발산된다. 프라이드 전기차 타고 다닐 때, 얼마나 가겠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프라이드를 타는 재미가 붙으니, 이젠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싶다. 시간이 조금 더 생기면 자전거를 타고 현장을 누비는 시장이 되고 싶다. 성공하는 시장까지는 몰라도 실망시키지 않는 시장이 되는 것은 자신있다.

몸과 마음이 지치실 때도 분명 있으실 텐데, 어떻게 다시 힘을 내시는지.
초심으로 돌아간다. 지금 내가 겪는 힘겨움이나 과중한 책임감 때문에 머뭇거리는 것은 한낱 사치에 지나지 않는다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지금 이 순간 병마와 가난에 시달리거나 일자리가 없어서 눈물을 흘리는 서민의 고통을 생각하면 심리적 압박감에 힘겨워하는 나의 모습은 사치중의 사치다.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고양신문과는 신년 인터뷰이다. 독자들께 한 말씀 전해주신다면.
성공의 원동력은 긍정적 사고와 자신감이다. 고양시는 고학력자가 가장 많은, 인적자산이 풍부한 도시이자 국제적 인프라가 제대로 갖추어진 대한민국 최고의 도시이다. 시민의 열정과 에너지를 잘 엮어내면 어느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기적이 가능하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해에는 모든 가정에 긍정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는 일들이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각 가정에서 뿜어내는 그 긍정의 힘들이 모여 고양시를 변화시켜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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