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고양문화재단 안태경 신임 대표이사

 안태경 대표이사가 고양문화재단 대표로 지난 3일 취임했다. 안 대표는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 총감독, 고양문화재단 초대이사, 고양문화원 이사 등을 역임하며 지역과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그 스스로 “15년 정도 고양시에 살아오면서 지역정서를 읽어왔다”고 한다. 안 대표는 인터뷰 내내‘지역 고유의 문화와 소통’을 강조했다.

- 우선 취임 소감은
그동안 나는 고양시를 비롯해 서울이나 충청남도 등에서 일하면서 공연기획이라는 전문성을 발휘하면서 일해왔다. 여태까지 공연기획이라는 나의 전문성만 발휘해도 별 탈이 없었다. 그런데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 자리는 지역성이라 것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전문성만 발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막상 취임하니까 어깨가 무겁다.

 - 지역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동안 고양문화재단이 운영됨으로 인해서 시민들이 향유하는 문화의 품격을 높혔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단지 아쉬운 점이라 한다면, 물론 그런 노력이 없지 않았으나, 지역성을 크게 담아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고양시의 문화유산, 자연환경, 전해 내려오는 역사 이야기, 현재 살고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등이 내용이 되어 문화예술로 창작되고, 이것이 결국 고양시의 대표적 문화로 만들어내는 부분에 있어서는 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 문화재단은 수익성과 공공성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 이 둘의 조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한 예술경영 철학과 소신을 듣고 싶다. 
 물론 수익성을 추구해 문화재단의 재정자립도를 높여야 한다. 그런데 문화예술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이 공연예술 산업의 특징이다. 서울의 예술의 전당 역시 공연사업으로는 돈을 못 번다. 말하자면 부대사업으로 돈을 버는데, 우리 재단이 부대사업만을 지고지순한 목표로 삼을 수 없다.
지역의 문화재단은 공공성을 우선시해야 되기 때문에 재정자립도가 근본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다. 중국의 장예모 감독의‘인상 시리즈’같이 관광상품화된 공연물들은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 그런데 지역문화는 기초예술을 활성화시키고 이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많도록 해야 한다. ‘소외된 인간 본성의 복원’이라는 가치를 제대로 구현해냈느냐가 중요하다. 이 가치를 구현해내려면 문화재단의 직원, 시민, 언론인들이 서로 소통해야 한다. 돈을 벌지 말자는 말이 아니라 수익성은 두 번째 문제로 치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돈을 못버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소통을 통한 인간 본성을 일깨운다는 가치를 구현하지도 못하면서 돈을 못버는 것이 문제다.

- 고양시만의 문화를 브랜드화할 수 있는 복안이 있나.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이르다. 고양시의 자연환경, 문화유산, 이야기들을 현대적 장르로 결합시켜 창작시키려는 생각이 있다. 예산 반영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고양시 문화를 브랜드화하는 프로젝트가 세워지면 그 때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기존의 공연물을 유통시키는 것이 아니라 고양시만의 문화를 창조하고 시민과 함께 향유하려는 의지는 분명히 있다. 
제가 임기동안 대표자리를 맡아서 올바른 문화정책이 자리잡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굉장히 장기적인 문제다. 프랑스는 애초에 문화선진국이 된 것이 아니다. 1959년 앙드레 말로가 문화부장관딘 이후부터 후임 장관까지 일관된 문화정책을 20년 이상 펼치면서 지금의 문화국가로서의 프랑스를 만들었다. 단언 하건데, 내 임기 동안 노력한다고 해서 지역의 문화정책이 바뀌지 않는다. 다만 방향성을 가지고 그 기초를 닦을 뿐이다. 

- 클래식 같은 고급문화를 향유하는 층은 아람누리, 대중적인 문화를 즐기려는 문화층은 어울림누리로 가도록 시설을 운영해왔다. 이런 운영방침에는 변화를 줄 생각은 없나.
문화는 고급문화나 대중문화로 분리되지 않는다. 단지 공연장의 특성상 이렇게 분류되었던 것 같다. 문화는 오히려 교육이 필요한 분야와 교육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콘서트는 교육이 필요없더도 향유할 수 있지만 클래식은 일정 정도 교육을 받아야만 향유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보다는 보다 많은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제작비를 절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창작하고 보여줘서 시민들과 만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 지역예술인들이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고 한다. 어울림누리, 아람누리에 대한 문턱이 높다는 비판이 있는데
고양예술인 페스티벌, 지역문화예술활동 공모지원사업, 아트마켓운영, 신진작가공모수상전, 지역작가 초대전 등이 지역 예술인들을 위해서 추진할 사업이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확대․발전시킬 예정이다.
고양시의 지원을 받는 전문예술단체에 공연장 대관료를 감면해주고 있다. 아마추어 단체나 동아리에게도 야외공연장은 무료, 연습실은 대관료의 10%로 매우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겠지마 점진적으로 지역예술인들의 작품활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애쓰겠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