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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공원 얼음깨며 3년 청둥오리 사랑일산동구 백석동 김연옥씨
  • 박영선 기자
  • 승인 2011.02.11 14:58
  • 호수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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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옥씨는 “청둥오리가 건강을 주었으니, 앞으로도 계속해서 정성을 쏟아 돌보겠다”고 전했다.

“청둥오리를 돌보았더니 건강도 좋아졌어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매서운 한파와 계속되는 폭설이 우리의 일상생활을 움츠러들게 하며 불편하게 하고 있다. 이토록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호수공원의 끝자락이 되는 자연호수의 연꽃군락지에 사는 청둥오리를 3년째 자식같이 돌보고 있는 김연옥씨(63세)가 있다.

“매일같이 캄캄한 새벽녘에 먹잇감을 챙기고서 청둥오리에게 간다”는 김연옥씨. 김씨는 3년전 미국에 있는 딸의 초청으로 이민 수속을 밟는 중에 갑상선암 (말기 진행 중)을 발견했다.

같은 해 11월 김씨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신촌)에서 수술하고 12월에 호수공원에 바람을 쐬러 갔다가 청둥오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청둥오리(집오리의 조상새. 추운 지방에서 번식하고 가을에 우리나라에 와서 겨울을 지내는 철새) 엄마와 아들이 호수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는 곳에만 체온으로 살짝이 녹아있었고, 그 외에는 모두 얼음으로 꽁꽁 덮여 있었다. 다른 청둥오리들은 모두 한강 쪽으로 날아갔지만, 한쪽 날개의 형태가 부실한 아들 청둥오리는 날지를 못해서, 엄마 청둥오리가 옆에서 지켜주며 겨울을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

이때부터 김연옥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일상적으로 백석에서 이곳까지 걸어서 때로는 버스로 먹이를 챙겨서 왔다. 지난달 23일 새벽 5시 50분 무렵,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 한울 광장의 온도계는 영하 10도를 가르켰다. 온통 주변은 몇 번에 걸쳐서 내린 눈으로 두껍게 얼어 있었고, 손끝으로 파고드는 찬바람은 시리다 못 해 온몸까지 전해지는 아픈 통증으로 견디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체감온도는 영하 20도쯤 되는 상황인데도 불과하고 김연옥씨는 20cm가 됨직한 두툼하게 언 얼음을 깨고 있었다. 얼음 깬 자국이 5평 남짓 남아 있었지만, 워낙 강추위가 계속되어 깨어도 다음날 밤이면 또 꽁꽁 얼게 되는 날씨였다.

“자식같이 예쁜 청둥오리 녀석들 생각하면, 이까짓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하는 김연옥씨. 그렇게 1시간여 동안 망치와 막대기로 깬 후, 뜰채로 얼음을 건져내면 청둥오리는 물에 들어간다.

사람처럼 고마움에 인사라도 하듯이 물장구를 치며 재롱을 부린다. 김연옥 씨는 일산 재래시장에서 구입한 미꾸라지뿐만 아니라 배춧잎도 먹기 좋게 자르고 귤은 껍질을 말끔히 벗기고 고구마, 감자는 삶아서 작게 썰고, 가끔 오곡밥도 동그랗게 해서 주면 엄마 청둥오리는 먼저 아들 청둥오리에게 항상 양보하고 나중에 먹는데, 모성애가 무척이나 지극하다.

이토록 새벽마다 정성을 쏟을 뿐만 아니라 오후와 저녁 때도 돌보고 있는데, 김연옥씨의 남편(일양상사 박재인 대표)도 가끔 동행하고 있다.

김연옥씨는 남편과 맞선 보는 날에 서로 다른 장소에서 기다렸다. 그 이후 남편이 계속 만나자고 연락이 왔고, 무남독녀로 어려움 없이 자란 김연옥씨는 친정엄마의 적극적인 응원과 남편의 한결같은 마음으로 결혼했다. 딸은 미국의 시카고 지역 신문에서 일하는 현지인과 결혼하여 유능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성모병원 IT 연구원 과장인 아들과 함께 아이들은 큰 자랑이다.

성품이 어질고 마음이 따뜻한 미국의 딸 사돈과 한국의 아들 사돈까지 좋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원래 갑상선은 수술을 하여도 콜라 한 병을 못 들 정도로 몸이 늘 피곤한데, 김연옥씨는 청둥오리를 돌보며 그들과 교감을 나누어서 정기검사에서 몸이 좋아졌다고 판명이 나왔고, 뱃살까지도 빠졌다.

여름에도 근처에 가면 김연옥 씨의 목소리를 듣고 호수 가장자리로 나와서 인사를 건네서 무척이나 흐뭇하다고 하며, 겨울엔 해 질 무렵 얼음 걷어내고서 먹이 주고 올 때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호수공원에서 운동하는 서계만 회장(일산 호수마라톤 클럽/본지 996호 소개)을 비롯하여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는 김연옥씨는 “청둥아~ 라고 부르면 꽁지를 쫑긋 세워서 인사를 건네는 청둥오리가 건강을 주었으니, 앞으로도 계속해서 정성을 쏟아 돌보겠다”고 말했다.


 

박영선 기자  ysun65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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