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책이다!’

새삼 책읽기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아마도 사이버 홍수의 반성이자 반동이리라. 만사가 이미 정해진 순리대로 되돌아 가고있는 셈이다. 들리는 소식 중 특별히 반가운 건 ‘위대한 개츠비’ ‘괴도 루팡’ 그리고 ‘바다와 노인’ 등 이미 잊혀져 가는 고전이 다시 읽히고 있다는 점이다.

한번 명작은 영원한 명작이다. 더욱이 바로 지금이야말로 명작의 향기가 그리울 때이다. 그 중에서도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던져준다. 인간이 상어로 상징되는 죽음에 의해 결국은 패배했지만, 용기로 과감히 맞서 싸운 데 인간의 존엄성이 있다는 철학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너무 늙고 힘이 빠져 고기잡이에 허탕만 치던 쿠바의 노어부가 바다 한가운데로 나간 지 석 달만에 큰 물고기를 발견하고 작살을 던진다. 천신만고 끝에 그 물고기를 잡아 올려 선 측에 매달고 집으로 향한다. 피 냄새를 맡은 상어들이 잡아 매단 물고기에 덤벼든다. 이번엔 상어 떼와 사투를 벌인다. 항구에 돌아 와보니 잡은 물고기는 다 뜯어 먹히고 머리와 뼈만 남는다는 줄거리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남의 것을 덥석 가로채는 상어 떼의 야비함에 분노하게된다. 노력하지 않고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는 ‘무뢰한’들이 오늘날 우리의 주변에 너무 많아 안타깝다.

인터넷에서의 소모전은 계속된다. 어떻게든 스팸메일을 보내려는 쪽과 안 받으려는 네티즌과의 전쟁은 치열하다. 어떤 통계를 보면 이렇게 소모되는 경제적 손실이 한해 1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광고활동은 시장경제의 원동력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그걸 말릴 장사는 없다. 그러나 정도와 내용이 문제다.

청소년들에게 노출된 음란물에서부터 경찰의 교통단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불법 차량 부착물(물론 성능도 의문)까지, 그것도 똑 같은 광고물이 하루 서 너 차례씩 쏟아져 들어온다. 전혀 검증되지 않은 외국어 교육 홍보물도 밀려든다. 화면에는 이미 TV에서 낮 익은 얼굴들도 보이는데, 그들이 과연 우리의 영어교육을 맡을 자격이 있는지 더럭 겁이 난다. 그리고 웬만한 건 다 “공짜”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공짜란 없다. 사술(詐術)임에 틀림없다. 걸려들지 말아야한다. 당국이 앞장서 말려주길 기대하긴 어려우니 우리 스스로가 철저히 외면해야한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러도 “단속할 근거도 인력도 없다”면, 우리는 다시 한번 <정부는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더더욱 걱정되는 것은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먹고살면 얼마나 편하랴”하는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주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미 그런 풍조가 깔려 각종 범죄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땀 흘려 일하지 않기로는 ‘떴다 방’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근거 없는 루머와 사행심을 부추겨 폭리를 취하는 것도 문제지만, 탈세와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소행은 엄하게 다스려야 할 것이다. 요즘 많이 나도는 모조 상품권이 그렇고, 카드 한도를 늘려준다고 남의 명의로 선불카드 만들어 수 십 억 원의 전자제품을 사고 되파는 행위 등 ‘한탕주의’가 만연하고있다.
이 모두가 땀흘려 일하지 않고 큰돈을 잡아보겠다는 나쁜 풍조에서 비롯된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노인과 바다’의 상어 떼 같은 ‘불한당(不汗黨)’들을 철저히 배격해야 할 때이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뿌리내릴 음습한 토양을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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