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트휠체어농구단, 2012년 런던장애인올림픽 국가대표 선발 청신호

부슬비가 내리던 지난 4월 30일 토요일. 일산서구 탄현동에 위치한 홀트일산복지타운 한켠에 위치한 체육관의 넓은 농구 코트 위에서 10여 명의 휠체어를 탄 선수들이 제각각 농구공을 쫓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은 홀트휠체어농구선수단의 연습 코트가 있는 홀트일산복지타운 장애인종합체육관. 1987년 미국 자원봉사자들의 지도로 결성되어 휠체어 농구선수단으로 24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얼마전 이곳에서 2012 런던장애인올림픽을 앞두고 선수 선발 과정에서 20명의 후보 중 4명이 홀트 휠체어 농구선수단에서 발탁되었다는 기분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전국 20여 개 휠체어 농구단 선수들과 경합한 가운데 홀트휠체어농구선수단에서만 4명이 선발된 우수한 성적이다. 아직 최종 12명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남아있지만 모두들 긍정적인 결과를 전망하고 있다.

주장 조승현 선수(29세)와 함께 적지 않은 국제대회의 경험이 있는 방세훈 선수(33세). 지난해 아시안 게임으로 첫 국제대회 경험을 쌓은 이윤주 선수(28세).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지만 그 실력을 인정받아 첫 국제무대에 서게 될 오기석 선수(43세)가 이번 국가대표 후보에 포함된 4인이다. 국가대표의 문턱에 서있는 이들은 평상시에는 홀트 선수단으로 매주 3회씩 이곳 장애인 종합체육관에서 훈련을 가지며, 국가의 부름이 있을 때마다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에서 한 달동안 훈련을 받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능숙한 솜씨로 휠체어를 타고 드리블을 하지만 처음 휠체어 농구를 시작할 때에는 경기용 휠체어에 적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힘들었다고. 방세훈 선수는 “일반 휠체어와는 달리 바퀴가 마름모꼴로 경사지고 스피드가 있는 경기용 휠체어에 적응이 안됐어요. 처음에는 물집도 생기고 너무 힘들었죠”라며 예전을 회상했다.

서로를 소개하는 장난기어린 말 속에 선수들 사이의 신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마흔 셋 늦은 나이에 합류하게 된 오기석 선수에 대해 조승현 주장은 “국가대표 선발에 오른 것은 물론 언제나 누구보다 제일 열심히, 모범적인 분”이라고 말한다. “제일 연장자가 제일 먼저 나오고 제일 늦게 끝내니까 살짝 피곤하기도 하다”라며 장난스레 푸념도.

8살 어린 나이에 병마와 싸우다 다리를 절단하게 되면서 그 이후로 의족을 달아 농구를 해왔다는 조승현 주장을  제외한 세 명은 성인이 된 불의의 사고로 척수마비라는 장애를 안게 된 경우다. 좌절도 있었지만 선수들 모두 농구를 시작하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가졌다고 한다. 체력이 회복되면서 건강을 되찾는 것은 물론 사회생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가정의 화목함도 빠질 수 없다. 오기석 선수는 “경기가 있는 날이면 가족들이 함께 와 응원하고 있다”는 자랑과 함께 “특히 농구를 시작하기 전에 푹 빠져있던 낚시를 그만두니 정말 좋아하더라”며 웃어보인다.

지난 4월 17일부터 4일 동안 이곳 홀트일산복지타운 체육관에서 ‘고양시장컵 제17회 홀트전국휠체어농구대회’가 열렸다. 네 선수가 포함된 홀트휠체어농구단은 서울시청과의 결승전에서 59:55라는 간발에 차로 준우승에 그쳤지만 매년 기복없이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17회를 이어오고 있는 이 대회는 지난 20일 KBS-1TV를 통해 생중계됐다. 선수들은 그 어느 운동팀보다도 홀트휠체어농구단이 고양시를 알리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고양시의 이름을 달고 중계권을 따는 것은 비장애, 장애를 포함해 우리 휠체어농구 밖에 없어요”라는 조승현 주장. 그의 말 그대로 지난 20일 결승전에는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고양시와 서울시의 이름이 나란히 화면 한켠에서 빛을 발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홀트휠체어농구단의 선수들 한명 한명이 연습과 경기에 매진하고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룬 성과라고 말하는 조승현 주장은 “2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 생중계지만 해마다 중계하기 전 방송국을 찾아가면 항상 흔쾌히 응해준다. 그만큼 방송국과 홀트휠체어농구단 간의 신뢰가 쌓여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감사의 인사를 빼놓지 않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홀트일산복지타운 스포츠재활팀의 정승규 팀장이다. 선수들은 정 팀장이 온 2년 동안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말한다.

방세훈 선수는 “주말마다 농구단 때문에 나오시고 경기가 있는 곳은 어디든 따라가신다”며 “특히 우수한 외부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해오셨다”고 말한다. 예산이 한정되어 있는 만큼 금전적인 조건을 대신해 직장을 제안하고, 이를 위해 상사를 설득하는데 열과 성의를 다한다고 한다.

국가대표를 눈앞에 둔 선수들은 무엇보다도 고양시의 휠체어농구 실업팀에 대한 갈망이 컸다. 고양시와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뛴다는 사명감이 무엇보다도 그들의 가장 큰 힘이 되고 있지만 역시 생계에 대한 걱정은 빼놓을 수가 없다.

조승현 주장은 “홀트 복지회와 고양시에서 1년 예산을 지원해주고 있지만 팀의 운영비로 사용하는게 전부”라며 “운동만 하더라도 좋은 성적을 내기가 힘든데 생계까지 함께 걱정해야한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라고 말한다. 긴 역사를 갖고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는 고양시의 소중한 운동팀인 만큼 실업팀으로서 안정적인 훈련을 통해 그 위상을 높일 수 있길 바란다는 간절한 소망을 말한다. 조승현 주장은 덧붙여 “2014년에는 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 대회가 개최되는 만큼, 시와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사진 왼쪽부터 조승현 주장, 오기석, 이윤주, 방세훈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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