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끈으로 이쑤시개 만들고 가방안엔 ‘밤톨비닐’

‘알뜰할머니’로 소문난 정명자 고양YWCA 이사

 

학생이라면 누구나 공부 잘한다는 칭찬을 듣고 싶을 것이고, 주부라면 누구나 알뜰하다는 말을 듣고 싶을 것이다. 실제로 아끼며 사는 주부들은 많이 있다. 매우 아끼는 사람을 일컬어 ‘자린고비’라고 한다. 지독한 구두쇠가 부모 제사 때 쓸 제문의 종이를 아껴 태우지 않고 접어 두었다가 두고두고 써서 제문 속의 아비 ‘고(考)’ 어미 ‘비(驢)’ 자가 절었다고 하여 ‘저린 고비’에서 생겨난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고양시 주엽동 문촌마을에도 자린고비가 있다. YWCA이사로 있는 정명자<사진>씨가 21세기 고양시 자린고비다. 물론 시대가 바뀌었으니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자린고비와는 좀 다르다. 도대체 고양시 자린고비는 어떤 모습일까?

그녀는 서울 YWCA에서 시작한 아껴 쓰고, 나누어 쓰고, 바꾸어 쓰고, 다시 쓰자는 ‘아나바다 운동’에 덧붙여 ‘주워다 쓰기’ 와 ‘고쳐서 쓰기’ 두 가지를 합쳐 ‘아·나·바·다·주·고’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알뜰한 9단 주부에게 소개할 수 있는 그녀의 대표적인 자린고비 실천행동 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야채 삶은 물이나 야채 씻은 물로 30여 개 화분에 물을 주고, 집안 곳곳에 작은 스탠드를 준비해 부분조명을 하여 전기를 절약한다. 또한 가스레인지 위에는 늘 1리터짜리 주전자에 물을 받아놓는다. 바로 받은 찬물보다 미지근하기 때문에 가스를 절약할 수 있고, 수돗물 정수과정에서 사용된 화학약품 증발효과도 볼 수 있다.

종이를 아끼기 위해 녹차티백 실 끝에 붙어 있는 라벨종이도 책갈피에 껴서 가져와 분리수거 한다. 작은 종이조각이라 잃어버리기 쉽기 때문에 책갈피에 껴오는 것이다. 배달 음식에 일회용나무젓가락은 받지 않고 되돌려 보내고, 친환경으로 나온 “압축된 녹말 이쑤시개”는 나무 이쑤시개보다는 낫지만 ‘기아사망률이 3초에 한 명’이 라는 신문기사를 생각하며, 택배 물건을 묶을 때 쓰는 뻗뻗한 강화비닐끈으로 ‘포장끈 이쑤시개’를 만들어 사용한다. 택배 포장 끈을 5~6cm 길이의 사선으로 잘라서 10분 이상 끓여 소독하면 완성이다. 남에게 나누어주며 권장하기도 한다.

100% 수입하는 면 소재 의류도 그냥 버릴 수 없다. 더이상 입을 수 없는 옷은 가로 세로5cm정도, 큰 것은 10cm정도로 자른 ‘면조각’을 비닐봉지에 담아두고 티슈 대신 사용한다. 티슈도 아끼고, 화학물질 걱정도 안해도 되니 일석이조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비닐봉지도 함부로 쓰지 않는다. 그녀는 크기가 다른 투명 비닐봉지를 다섯 개 정도를 고무장갑 고무줄로 묶어 갖고 다닌다. 마트에서 식품을 살 때, 새 것을 사용하지 않고 갖고 간 비닐봉투에 담아온다. 가방마다 요렇게 만든 작은 ‘밤톨비닐’을 미리 넣어놓는다. 밤톨비닐은 음식점에서 남은 음식을 싸올 때도 유용하게 쓰인다.

그런데 이렇게 아낀다고 큰돈을 모을 것 같지도 않고, 가난해서 아끼려고 하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귀한 시간이 써가며 여러 수고스러운 일만 생길 것 같다. 그녀는 왜 이렇게 아끼려고 하는 것일까?

고양시 자린고비 정명자씨가 자린고비가 되어야 하는 까닭은 ‘지구’ 때문이다. 세익스피어가 “자네는 지금 지구의 한 모퉁이를  깨끗이 쓸고 있네”라고 한 것처럼 정명자씨도 지구의 한 귀퉁이에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지구’가 아파하는 신음소리를 들으며 지구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고스럽고 구차스러워 보임에도 불구하고 아끼고 나누고, 주워다 쓰고 고쳐 쓰고 있는 것이다.

고양시 자린고비 정명자씨가 아끼며 살아야 하는 거룩한 까닭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지구를 살리려고 애쓰는 그녀에게 나의 마음과 손길을 보태어 내가 있는 지구의 한 부분도 살려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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