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윌리엄 존슨 로체스터 전 시장
냉소 회의주의 극복위해 2년 동안 “듣기만”

<로컬거버넌스의 선진 모델 로체스터를 만나다>

“모든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라.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었다는 것이다.”

20일 최성 시장의 초청을 받아 고양시를 찾은 미국 로체스터시 윌리엄 존슨 전 시장은 첫날부터 주엽1동 주민자치센터를 찾아 시민들에게 자치와 로컬거버넌스의 가치를 역설했다.  3일 동안 빼곡한 일정 속에서도 시민들과의 대화를 마다하지 않고, 질문마다 솔직하고 자상한 답변을 전해주었다. 존슨 전 시장은 22일 고양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강의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로체스터시를 소개해달라.
인구 21만명의 로체스터시는 1명의 선출직 시장, 9명의 시의원들이 시를 꾸려가고 있다. 시장과 시의원은 같은 당 소속이다. 아름다운 제네시 강과 이리 운하, 코닥사와 제록스가 모두 로체스터에서 출발했다. 18개의 단과대와 종합대학이 있다.

- 한국에 이름을 알리게 된 NBN(Neighbors Building Neighborhood) 프로그램은 어떻게 처음 시작하게 됐는지.
로체스터시에는 기존에 40여개의 동네(우리의 동)이 있었다. 동네에서는 크고 작은 갈등이 있고, 기존의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을 특성에 따라 10개의 섹터로 나누게 됐다. NBN은 ‘이웃을 돕는 이웃사람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각 섹터에서는 주민들의 안전, 슈퍼마켓이나 약국, 주유소 등 생활서비스, 주택 문제 등 삶의 질을 개선하는 문제를 고민했다. 10개의 섹터에서는 자신들의 상황에 맞는 프로그램을 고민하는데 그 결정권은 전적으로 주민들에게 있었다.

- 추진 과정을 조금 더 설명해달라.
NBN프로그램에서는 각 섹터별로 가지고 있는 자산이 무엇인지를 가장 먼저 고민했다. 각 섹터는 특성에 따라 다른 자산과 현안을 가지고 있다. 2섹터의 경우 코닥사의 생산시설이 있어 그와 파트너십을 이룰 수 있었다. 섹터 10은 빈민가가 많은 지역이었다. 사람들이나 슈퍼마켓 등이 우범지대라 생각해 그 지역으로 들어오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빈 공공 시설 등 활용할 수 있는 공간들을 많이 갖고 있었고, 시민들은 그곳을 활용해 슈퍼마켓과 소방서 등을 유치했다. 나중에는 시민들이 하루 8시간을 보내는 생활 공간으로 만들어냈다.

이처럼 가장 가난한 마을에서 훌륭한 자산이 나올 수 있다. 시민들이 투자까지 이끌어낸 것이다. 이처럼 성공의 증거를 한가지 얻게 되면 사람들은 더욱 희망적인 비전을 갖고 모이게 된다. NBN프로그램이 알려지면서 예산을 편성하고, 모금하는 일도 훨씬 쉬워진다.

- 시민들에 대한 교육이 가장 중요했다고 본다.
시민들이 직접 자기 의지를 표현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권고했다. NBN 연구소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기본 틀을 제공했다. 매주 토요일 사람들이 자유롭게 참석해 아이디어를 내도록 했다. 10개의 그룹에서 5만개의 아이디어가 나온다. 아이디어는 생각에 그쳐선 안된다. 실전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하고 예산에서도 우선 순위에 반영해야한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의 틀을 만들고, 기획단계에서부터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 섹터별로 시민들의 손으로 만드는 NBN 아트는 거리에 미술품을 전시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버려진 집, 가게를 재건축하고, 4개의 마을을 연결하는 도로도 모두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킨 것이다. 

- 공무원과 시민 모두의 반발이 있었을 것 같은데.
솔직히 시장에 취임하고 처음 시민들을 만났을 때 그들은 ‘이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믿어도 되는지’하고 의심을 품었다. 회의론이 많았고, 나를 거만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취임 초기에는 2년 동안 지속적인 시민들과의 모임을 가졌다. 시청 밖에서도 시민들의 이야기를 무조건 경청하며 그들을 격려했다. 나의 이야기는 최대한 자제했다. 시민들이 새로운 컨셉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18개월이 걸렸다. 공직사회의 반발,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시민들의 저항이 줄어들고, 참여가 늘어날수록 관료주의는 빨리 타파될 수 있다.

- 고양시에 조언해주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NBN 프로그램에도 단점이 있다. 우선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인내가 필요하다. 또한 초기 냉소와 회의주의를 극복해야만 한다. 두 번째는 시민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다. 스스로 관심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참여하지 않는다. 시민들 스스로가 판단하고, 현실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야한다. 도시들은 예산을 도시에 직접적으로 지출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단체장들도 역시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권력을 나누려하지 않는데 권한을 나누는 일에도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변화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다면 일관되게 인내를 갖고 대처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작년 가을 로체스터시에 최성 시장이 방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번에 최성 시장을 만나 로컬거버넌스에 대한 그의 강한 의지에 감명받았다. 이번 방문이 비록 짧았지만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 존슨 전 시장의 3번의 재임 이후 상황에 대해 설명해달라.
내 후임으로 취임한 로버트 더피 시장은 NBN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하지 않았다. 그리고 갑자기 작년 카운티의 더 높은 지위로 발령을 받아 가면서 올해 3월 시장 선거를 다시 하게 됐다. 시민들은 내게 찾아와 NBN프로그램의 계속된 추진을 위해 출마를 권유했다. 그러나 다수당이었던 민주당에서는 다른 후보를 내세웠다. 나는 소수당의 후보로 나서 48% 대 42% 접전 끝에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시민들이 그만큼 NBN프로그램의 지속을 원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전임 시장 재임 당시 시 정부가 학교 운영안을 2명의 시 공무원의 동의만을 얻어 통과시킨 일이 있었다. 시민들의 의견을 묻지 않은 안에 대해 시민들은 반발했고, 이는 온라인을 통해 공개됐다. 구글을 통해 지금도 확인할 수 있는데 이제 시민들은 더 이상 상명하달식의 행정방식에 동의하지 않으며, 예전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예가 될 수 있다.

- NBN 추진 과정에서 지역 언론의 역할이 있었다면.
언론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새로운 프로그램이 제안되고,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지역신문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보도하고 알리는 역할을 해주었다. 무엇보다 고양신문을 통해 로체스터와 고양시가 교류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반갑고, 지속적인 교류를 희망한다.

 

<윌리엄 존슨 로체스터 전 시장 주요 이력>
워싱턴 호워드 대학 졸업
도시연맹운동 상무, CEO 역임(23년간)
뉴욕주 북부지역의 주요 도시 최초 흑인 시장으로 1993년 당선.
2005년까지 3선 12년 재임.
로체스터 공과대학 공공정책부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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