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동 예뜨락 천연염색 체험농장 정용석 대표

▲ 정용석 대표는 “천연염색은 많은 시간과 정성만으로 자연의 색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삼복 중에 ‘쪽’을 베어 천연염료를 추출합니다.” 푸른 하늘보다 더 짙은 남빛을 품어내는 쪽빛은 눈이 시리도록 푸른 빛깔을 낸다. 그 고운 자연의 빛깔을 얻기 위해 힘들고 고된 작업이지만 전통방식을 고집하며 온 마음을 쏟고 있는 정용석 대표(50세).

원사를 수입해 섬유 관련 사업을 하던 그는 인터넷을 통해 천연염색을 알게 되었고, 1999년부터 국사봉 뒤편 야트막한 산자락 부근 1천 평에 쪽(하늘색), 홍화(붉은색), 꼭두서니(붉은색), 메리골드(노란색)를 심었다.

2000년 이후 웰빙 붐을 타고서 천연염색이 퍼졌지만, 홍화는 장마철이면 물러지고, 황적색을 띠는 굵은 수염뿌리로 붉은색 염료를 얻는 꼭두서니는 야생이라서 까다로웠다. 그리해 이곳에서는 가을에 반드시 씨앗을 받아서 다음 해 4월 초에 모종을 내어 5월 중순에 옮겨 심어 쪽을 재배하고 있다.

50~70cm 높이로 곧게 자라는 마디풀과의 한해살이 염료식물인 쪽 풀은 전통적인 쪽 염에 의한 쪽빛으로 하늘색을 나타낸다. 곤색이라는 일본말도 있지만 쪽빛 하늘이라는 것을 더 많이 사용한다. 정 대표는 “여름 장마철에 더 짙은 초록색을 내며 잘 자란다”고.

더위가 한창인 한여름에 쪽을 베어 염료를 추출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올해는 이상 기온으로 발아가 늦어져 아직도 30cm가 안 된다고 했다.

쪽은 잘라서 삽목도 잘 되고 염료를 추출하고 남은 것을 퇴비처럼 쌓아두어도 그 속에서 새순이 올라올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항균작용과 살균이 뛰어나서 한 달을 염료통에 두어도 부패하지 않아서 아토피로 인한 피부질환에 쪽으로 한 천연염색이 치료용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서부 개척시대에 뱀이 싫어하는 쪽으로 염색한 청바지를 밀림에서 입었다는 것도 전해오고 있다.

요즘엔 동남아 지역의 나무에서 추출한 분말로 편리하게 쪽 염색을 하는 일도 있지만 정 대표는 전통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삼복 중에 수확한 쪽을 대형 용기에 가득 채우고 물을 담아두면 2일 후에 쪽 염료가 나오는데, 쪽 건더기를 건져내고 알칼리성인 석회를 넣고 저어주면 연둣빛, 회색빛, 가지 빛깔로 바뀐다. 시간이 지나면 염료를 머금은 석회는 밑바닥에 가라앉고, 윗물을 따라버리면 남색을 내는 앙금인 니람(쪽 앙금)을 그늘진 곳에 보관한 후 1년 동안 필요할 때 사용한다.

염색할 수 있는 액체인 여맥은 니람에 잿물(쪽대와 콩대를 태워서 만든 재)을 넣고, 1주일 또는 1년씩, 때로는 조건이 안 맞으면 평생을 30도의 온도에 효모가 살아 있는 비살균 S막걸리로 영양분을 넣어서 관리하며 발효시킨다. 반드시 아침, 저녁으로 저어주며 상태를 점검해야 하고, 쪽빛이 나오기까지 수백 번의 손길이 간다.

이토록 정성을 쏟은 천연염색 추출물로 침구류, 계량한복, 햇살 한 조각을 가리는 전통문발 등을 아내의 솜씨를 담아서 상품화시켰다.

정 대표는 아내(최인화 씨)를 입대 15일 전에 우연히 만났다. 9년 가까이 친구에서 연인으로 지내다 심성이 고운 첫사랑인 아내와 부부의 연을 맺고서 천연염색에 온 정성을 쏟고 있다. 이곳은 2004년에 고양시 농업기술센터의 천연염색 시범사업 농장으로 선정됐다. 학생들과 일반인들에게 교육장소(www.yetrac.co.kr)로 관심을 받고 있다. 정 대표는 “천연염색은 많은 시간과 정성으로 자연의 색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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