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마을 사람들 이야기> 삼송동 보금장 장옥씨 부부

▲ 점포가 증개축으로 임시 이전한 곳에서 외손녀딸과 장옥 씨 부부

덕양구 삼송동 27-34번지. 3호선 지하철 삼송역 5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5m 앞에 두 달 전까지 보금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은 증개축을 하고 있어 바로 옆 골목으로 장소를 옮겼다. 장옥(62세)씨는 이곳에서 32년 동안 부인 정숙희씨(58세)씨와 함께 금과 은을 비롯한 보석과 시계 판매하면서 각종 시계를 수리하고 있다.

장씨의 본래 직업은 시계 수리공이었다. 그러나 주변에서 진실함과 성실함이 알려져 단골손님들이 늘어나면서 본격적으로 금과 은, 보석까지 판매를 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32년 세월이 흐르다보니 지금은 삼송역세권은 물론 신도동에 유일한 금은방으로 남아있게 되었다. 한때는 장사가 잘 돼서 부인은 판매를 담당하고 장옥씨는 시계를 수리했다. 지금은 카메라 수리와 인장까지 새기는 일도 겸하고 있다.

장옥씨가 시계 기술을 배우게 된 때는 중학교 시절이었다. 정치를 하시던 부친이 몇 번의 실패를 하는 바람에 가사를 탕진하고 가정 형편이 어렵게 되었다. 꿈 많던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이었지만 그 바람에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렇다보니 많은 갈등과 방황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결단을 내렸다. 꼭 학교에서 배워야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결심을 했다.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 나에게 처한 처지를 낙심하지 말고 무엇이든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직장을 다녀 기술자로서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중학교를 졸업하던 1967년 17세가 되던 해 그 당시에는 시계수리공이 인정을 받고 인기가 있었다. 그래서 시계 수리하는 기술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먹여주고 잠자리만 제공 받으며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집에서 입 하나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공장에서 허드렛일과 심부름 보조일 등을 했다. 2년쯤 지나자 그 때부터 시계 줄과 시계 사이에 핀을 갈아주는 일을 하게 되었다. 5년이 지나면서부터는 탁상시계 벽시계 등을 분해소지를 했다. 그 뒤 1년 정도 지나 실력이 나아지자 손목시계 분해소지까지 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 단계 한 단계씩 기술배우기 시작한지 5년 정도 지나자 어느덧 기술자로서 손색이 없는 사람으로서 인정과 대우를 받게 됐다.

그렇게 13년 동안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기술자로서 인정받던 32년 전 어느 날 부인 정숙희씨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다. 결혼 후 그동안 배워온 기술을 토대로 지금의 이 자리 삼송역 5번출구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수리를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열심히 노력한 끝에 금, 은, 보석, 카메라 판매는 물론 도장을 파는 일까지 하고 있다. 주로 금과 은, 보석은 부인이 판매를 해왔다. 한때는 경제적으로 조금씩 여유가 생겨 마을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때 육상경기 자원 봉사를 했다. 열심히 한 것을 인정받아 당시 고양군수 표창장까지 받기도 했다.

그런데 사람은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나 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던 어느 날 매장에 도둑이 들었다. 그동안 안 쓰고 모으면서 매장 진열대를 꽉 채웠던 전재산 모두를 도난 당했다. 경찰에서 백방으로 수사를 했지만 결국은 찾지 못했다. 결국 전 재산을 다 날리게 됐다.  한동안 시름에 빠져 있었지만 곧 생각을 바꾸었다. 건강하면 돈은 얼마든지 벌 수 있는 기회가 반듯이 온다는 생각에 다시 시작하는 마음을 갖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했기 때문에 그나마 크게 모아진 것은 없어도 두 자녀를 건강하게 키우고 가르쳐 현재 딸은 시집을 보냈으며, 다음은 아들을 장가를 보내려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로는 아무 것도 크게 바라는 것이 없다. 그저 건강이 허락하는 한 특히 시력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약 45년을 함께 해온 시계 수리와 카메라 수리, 인장 새기는 일을 계속해 하나씩 잊혀 가고 있는 기술을 지키고 싶다. 돈이 되든 안 되든 남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라면 봉사하는 마음으로 계속해 나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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