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공제조합 가입해야 50% 혜택

최근 하룬(방글라데시)씨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외국인 노동자들은 의료보험이나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여기에 대대분이 적임금에 시달리고 그나마 체불되기 일쑤여서 엄청난 치료비를 감당하기가 만만치 않다. 불법 체류자 신분이라면 더더욱 병원을 찾기가 어렵다. 많은 병원들은 경제적 능력이 없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어렵게 병원을 찾아도 응급조치만 하고 퇴원을 종용하고 있다.

이처럼 의료혜택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해 몇몇 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민간 의료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지만 재정적인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고양시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의료체계는 외국인노동자상담소 등 민간단체들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어 다른 시·군 지역에 비해 그나마 나은 형편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내에서 의료혜택을 받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외국인노동자 의료 공제회’(이하 공제회) 회원으로 가입하는 것이다. 공제회는 지난 99년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일하던 기존의 단체들과 의사 몇 명이 만들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5천 원의 보험료를 공제회에 납부하면 조합에 참여하고 있는 병·의원에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실상 공제회 지부로 활동하고 있는 ‘고양성공회 외국인노동자상담소’(소장 김상훈 부제)는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일산 월마트에 부스를 차려놓고 회원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상담소를 통해 공제회 회원으로 가입한 고양시 외국인 노동자는 230여명. 상담소의 김상훈 부제는 고양시에 있는 20개 의료기관(종합병원, 클리닉, 약국, 한의원 등)을 섭외 공제회에 가입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의료보험 수가의 80%만 받기로 했다. 그러나 최근 공제회의 재정이 어려워져 검진과 수술, 입원, 출산과 응급환자에게만 지원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무료순회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상담소에서는 ‘우리 작은 사랑을 나누기 위한 모임’이라는 순회진료팀을 따로 구성해 매월 2번째 주에 일산 서울도시가스 4층 구내식당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 여기서는 간단한 약 처방과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는 처방전을 받을 수 있다. 지역보건소를 비롯한 지역의 의료기관 알선과 간단한 치과치료도 해준다.

보건소에서는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의료혜택과 종합검진 뿐 아니라 무료순회진료팀에게 의약품을 지원해 주고 있다. 이 약품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시에서 유일하게 책정한 의료비인 AIDS 시약 구입비의 일부에서 나온다.

이밖에 외국인들의 치과치료를 위해 상담소에서는 치과진료소를 열 계획을 세우고 고양시에 있는 치과의들을 섭외하고 있다. 또한 거액의 치료비가 드는 비상의료사고를 대비해 비상의료지원금을 조성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사설 의료공제조합은 현실적으로 재정적인 부담이 많아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상담소의 김상훈 부제는 “정부가 운영하는 외국인노동자들만을 위한 의료공제시스템이 운영되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