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송신도시 내 흐르는 오금천 물길 고정하는 공사 멈쳐야

▲ 보통 돌다리라면 하천을 횡단하는 데 삼송신도시 공사현장의 긴 돌다리는 하천을 따라가며 놓여 있었다. 물길이 가는 길이 아니라 물길을 가로질러 호안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현재 한참 개발 중인 삼송 신도시에 가보았습니다. 삼송신도시는 덕양구 삼송동 일대 506만㎡(153만평)를 개발, 2013년까지 주택 2만2000여가구로 조성되는 지역입니다. 이곳은 서울 은평뉴타운과 붙어 있어 서울 도심에 가까우면서도 북한산과 그 줄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창릉천과 공릉천이 그림처럼 흘러가는 곳입니다. 전원주택에 가지 못하더라도 자연이 주는 혜택과 아름다운 경관을 누리고 싶은 사람들이 관심 가질만한 곳입니다.

자연 지형과 아름다운 경관을 잘 보존되면서 개발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삼송 신도시 공사현장을 가보았습니다.

현장을 가보니 아파트 사이마다 아름다운 소하천들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새 발자국들이 선명하게 찍힌 소하천의 자연풍광은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모래톱 위에는 새 발자국이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작은 강이 더 작은 강을 만나 자연스럽게 모래톱을 만들어 내고 풀숲을 키워내며 굽이쳐 공릉천을 향해 흘러갔습니다. 누구라도 탐나는 주거단지였습니다.

조금 큰 지류인 오금천에 가보았습니다. 낮은 산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공기와 함께 재잘거리는 물소리를 내며 오금천은 공릉천을 향해 자갈밭과 모래톱을 만든 채 굽이쳐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중상류 하천의 특성이 잘 나타나 물떼새가 알을 낳고 서식할 만한 자갈톱과 모래톱들이 발달해 있었습니다.

여울과 소들은 물고기들의 다양한 서식처를 제공했고, 물고기들의 이동을 방해하는 낙차공이나 보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이들처럼 하천 어느 곳이나 맨발로 뛰어 들어가 놀고 싶었습니다. 아파트 바로 앞의 하천을 보고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니 꿈만 같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길 것으로 여겨지는 돌다리가 있었습니다. 보통 돌다리라면 하천을 횡단하는 데 이곳의 긴 돌다리는 하천을 따라가며 놓여 있었습니다. 이 점이 세상에서 가장 긴 돌다리라고 여겨지게 했습니다. 사실 이 돌다리를 이루고 있는 돌들은‘자연형 저수호안’이라 불리는 자연석들입니다. 다른 산을 파괴하고 캐내어 가지고 온 돌들이 직선으로 가지런히 놓여졌던 것입니다.

주민들이 산책할 수 있도록 조성된 콘크리트 산책로와 잔디와 초화류를 심기 위해 흙을 높이고 다져 만든 고수부지를 둘러보았습니다. 고수부지를 높이기 위해 흙을 부어놓은 모습도  보였습니다.

하천부지의 턱을 조금만 높여 만들면, 물이 옆에 흘러도 그늘이 없기 때문에 쉽게 메말라버립니다. 조금만 흙을 높여도 단풍잎 돼지풀 등 건조한 토양에서 잘 자라는 외래종이 우월한 경쟁력을 가지게 됩니다. 여기에 예쁜 초화류와 잔디를 심어 공원화하려면 늘 시민의 혈세를 들여 관리해 주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방치할 경우 흉물이 되기 십상입니다. 조경용 초화류, 잔디 등은 원래 하천 식생과 거리가 먼 것이 많고, 물이 들고 나는 것에 적응되어 있지 못해 물에 휩쓸려가기도 십상입니다.

자연스럽게 흐르던 물길은 고정되고 중상류하천의 특징을 보여주던 ‘자연 호안’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직강화되고 똑같은 모양의 ‘자연형 호안’이 만들어졌습니다. 왜 돈을 들어 자연에 ‘자연형’을 입히는 것일까요?

성사천처럼 제방 안쪽에 설치된 산책로는 비만 오면 늘 토사가 쌓입니다. 쌓인 토사는 자연하천에서 훌륭한 모래톱이지만 공원에서는 늘 민원의 대상이 됩니다. 관리청인 덕양구청은 비만 오면 공무원이 성사천에 직접 나가 정리하곤 합니다.

자연형 호안이 설치된 곳의 물길에 아이들이 접근하기 쉬울까요? 높아진 고수부지에 비해 물길은 낮게 흐르고 물이 흐르는 공간이 좁아진 탓에 자연석 돌이 넘어 하천에 접근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접근하더라도 좁아진 물길 내에는 발을 붙일 공간조차 없습니다. 결국 아이들은 물길과 천천히 만나는 경사진 좁은 시멘트 고수부지로 모입니다. 자연형 호안의 실체는 이런 것입니다.‘자연 호안’인 오금천 언제라도 뛰어들어가 첨벙첨벙 놀 수 있는 하천인데도 ‘자연형 호안’으로 바꾼다고 합니다.


하천 정비 기본 계획과 지침에 의하면 되도록이면 물길을 고정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연형 하천 복원사업마다 자연형 호안정비가 들어가고 물길을 고정합니다. 알고 보니 ‘세상에서 가장 긴 돌다리’가 된 이유는 물길이 가는 길이 아니라 물길을 가로질러 호안을 조성했기 때문입니다. 즉 설계자의 편의대로 고정한 것입니다.

아름다운 것들은 다 제자리에 있는 것들입니다. 제자리에 있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합니다. 왜 돈을 들여‘자연’에 ‘자연형’을 입히는 것일까요? 조경업체를 배불리게 하고 일자리 창출하려고 그런 건가요? 차라리 하천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방에 가능한 많이 진입로를 설치해 주길 바랍니다.

문제는 자연형 호안뿐 아니라 생태이동을 단절시키는 친환경 낙차공과 보까지 생기는 데에도 있습니다. 물을 흐르는 대로 흐르게 하면 모래와 자갈길을 흐르며 정화됩니다. 그런데 일부러 인공호안을 만들어 물길을 가둔 것도 모자라 보와 낙차공을 만들어 물을 가두겠다고 합니다.

지금 오금천은 우리가 그렇게 원하던 바로 아이들이 뛰어노는 동심의 하천 그 자체입니다. 오금천을 이대로 그대로 흐르게 한다면 아이들에게 풍부한 학습 거리를 제공하는 훌륭한 자연 학습장으로, 상상력과 창의력이 크는 놀이터로 어린 시절 추억을 만들어 주는 그런 곳이 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에 가슴이 설레고 행복해 집니다.

오금천은 ‘자연스러운’것도 아니고 ‘자연을 닮은’것도 아닌 우리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말그대로‘자연’하천입니다. LH 공사는 오금천의 자연호안은 자연형 호안으로 바꾸는 공사를 멈추고 현재의 설계안에 대한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삼송신도시는 무늬만 친환경 생태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입주할 주민들도 많은 시설을 해준다고 만족할 것이 아니라, 어떤 시설을 해주는 것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폭우가 빈번해지는 요즘 하천에 불필요한 시설을 하는 것은 물에 떠내려가는 돈과 같습니다.

공사가 끝나면 오금천은 성사천처럼 고양시가 관리해야할 하천입니다. 생태하천을 하겠다는 고양시장님도 LH에게만 맡기지 마시고 나서주어야 합니다. 바람이 통하는 바람길, 생태연결 통로, 아름다운 자연경관 제공 같은 하천의 기능들을 제대로 살리려면 현재와 같이 하천을 공원화하는 인공적인 하천 사업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고양시 공릉천에도 2.2km에 몇 백억원을 들어 ‘자연 하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바꾸는 계획이 있습니다. 국민의 혈세로 자연을 자연형으로 바꾸는 사업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합니다.

고양시의회 김윤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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