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앞 배수구 주민들이 직접 관리해 침수막아

순천시 주민자치위원장이 물길찾기 사업 등 사업보고를 하고 있다.
“배수구만 잘 관리해도 큰돈들이지 않고 침수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각자 자기 집앞 배수구를 살펴보고, 폭우가 내리면 막히지 않았는지 살펴보고. 아이디어를 실천하기 위해 가장 먼저 마을의 배수구 지도를 만들었죠.”

상습 침수를 시민 아이디어로 해결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곳이 바로 순천시 덕연동이다. 이옥기 전 주민자치위원장의 아이디어는  ‘우리 함께해요, 침수피해 예방 덕연동 SOS 물길 찾기 사업’으로 채택돼 작년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올해 안전관리헌장 선포기념 수범사례’로 보고됐다. 행안부는 덕연동 주민들에게 ‘민간 부문 안전문화 최우수상’을 수여하고 200만원의 시상금까지 주었다.

덕연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우선 마을 지도를 완성하고, 여기에 배수구 332개를 찾아내 표시했다. 시 교육지원청과 연향우체국, 모 병원 주변 등이 지난해 여름 두차례나 침수되는 등 매년 그리 많지않은 강수량에도 상습침수 돼 피해를 내자 주민 스스로 예방책을 찾아낸 것이다. 상습 침수가 쓰레기나 낙엽, 토사가 배수구를 막히게 하고, 부실한 배수구가 원인이란 사실도 ‘모의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배수구와 인접한 상가 주인 등 85명에 ‘배수구 지킴이’로 위촉하고, 이들은 비가 내리기 전이나 바람이 많이 불어 낙엽 등이 쌓인 뒤에는 반드시 청소를 했다.

SOS 물길 찾기 사업 덕분에 덕연동은 작년부터 태풍과 폭우에도 안전하다. 
이옥기 전 덕연동 주민자치위원회장은 “정부나 지자체가 수해 예방책을 사전에 마련해 주어야 하지만, 이곳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이 마냥 지켜 볼 수 없어 힘을 모은 것”이라며 “동의 20여개 단체와 학교, 중대본주, 파출소, 상가번영회까지 다 모여 매월 정기회를 가졌다”고 말했다.

덕연동은 인구 5만2732명으로 순천시의 20%를 차지하는 가장 큰 동이다. 동이 큰 만큼 인적 자원이 풍부했던 점은 장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이 많다고 자치역량이 저절로 성장하지는 않는다.

시에서는 활동가들에게 정기적으로 교육이라는 주사를 놓아준다. 실제 덕연동 활동가들 대부분 식당 주인, 기존 주민자치위원 등 우리 주변에 평범한 시민들이다.

덕연동은 경로당 어르신들과 함께 콩나물을 길러 수익을 만들어내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사업도 하고 있다. 전국에서 자주 벤치마킹을 오기 때문인지 브리핑을 진행하는 신순호 주민자치위원장은 매우 익숙하게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다. “10년 후 우리 마을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를 놓고 주민자치위원회가 비전을 고민했죠. 그래서 마을자원 분석을 위해 우리동네 보물 지도도 만들어봤습니다. 콩나물 사업도 그 일환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친환경 콩을 사용해 만든 콩나물을 저렴하게 판매해 수익도 조금씩 늘고 있다고. 부잣집 곳간에 인심이 나듯 풍부한 인적자원에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통해 자체 재정까지 확보한 덕연동 사람들의 표정은 여유가 있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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