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마을 사람들- 만능기술자 임종수씨

삼송동 맥가이버 임종수씨.
삼송동 50-53번지에 사는 임종수씨(57세)는 요즘 몇 년째 공공 희망근로 일을 하고 있다. 왼손이 다소 불편하지만 오른손 한쪽으로도 무슨 일이던 두 손 모두 정상인 사람 이상으로 제 몫을 거뜬히 해내고 있다. 신도동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그를 두고 무엇이든 못하는 것 없이 다루는 만능 기술자 또는 ‘맥가이버’라고 부른다.

임씨를 만나려면 신도동 대로변이나 주택가 골목 등에서 담배꽁초나 휴지를 줍고 있는 사람을 찾으면 된다. 그는 평상시에도 비닐봉투나 마대자루, 휴지를 줍는 찝게 등 가지고 다닌다. 뭐랄까 직업의식 투철함이라고 할까, 비록 담배꽁초나 휴지를 줍는 일이지만 프로 의식이 강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간단한 건축 일도 한다. 불편한 손으로 작업 대상을 잡고 한손으로는 못질이나 톱질을 한다. 공공근로 시간외에 가끔은 미장 흙손을 잡고 시멘트벽을 바르기도 한다. 이웃집 고장 난 수도꼭지와 변기에 물 내리는 부속 같은 작은 것도 갈아주기도 한다. 

임씨는 지난 봄 주민자치위원들과 함께 고양 중고 앞 인도 변에 꽃 화단을 만드는 작업도 했다. 불편한 몸에도 한손으로 기술적인 일을 하고 오히려 두 손 멀쩡한 주민들은 조역(보조역할)을 했다. 그는 그만큼 못 다루는 기술이 없을 정도로 만능이다.

그의 손은 1972년 25세 때 전북 무주에서 서울에 무작정 상경해 종이상자 원단을 만드는 공장에 취직을 했다. 2년 동안 일을 배우면서 희망찬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종이 원단을 만드는 공장에서 불의에 사고가 있었다. 일하는 과정에는 종이 원료가 로라를 따라 120도의 뜨거운 수증기를 거쳐 나오게 되어있다. 

그는 그런 위험 속에 일하다 눈 깜박할 사이 자신도 모르게 왼손이 피대에 딸려 들어가 뜨거운 수증기에 손을 익히는 불상사가 생겼다. 전원을 끄고 로라는 멈췄지만 이미 손은 뼈가 녹고 살이 익어버린 뒤였다. 
한양대병원에서 3개월 동안 7차례의 길고 긴 수술 끝에 왼손 손목 가까이 일부분의 손등만 남게 되었다. 한동안 치료를 받고 퇴원 후 더 이상 공장을 다닐 수 없었다. 공장을 그만 두고 살길이 막막했다. 좌절만 하고 있을 수 없었다.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막노동판을 다니게 되었다. 

처음에는 노동현장에서 “한손으로 무슨 일을 하냐”며 거절을 당하기도 했다. 임씨는 품삯을 안 받아도 좋으니 하루만이라도 일하는 모습을 보고 결정하라고 했다. 일하는 모습을 지켜본 책임자는 일이 끝나는 시간이 되자 그에게 다가왔다. 불안한 마음에 연장을 챙기고 있는 내게 내일부터 일 하러 나오라는 것이다. 그때부터 노동현장에 발을 들여놓는 계기가 됐다.  1978년 함께 일하던 사람 소개로 콘크리트 하수관 등을 만드는 협신 콘크리트에 기능직으로 취직을 하게 됐다.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혀 가는 1년이 지나갈 무렵 회사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됐다. 그 바람에 또 다시 직장을 잃게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구한 삶을 살아가는 것 같아 하늘에 원망도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할 수 없이 건재상회나 철물점 등에서 소개해 주는 일용 건축 일을 다니게 되었다. 건축 일용직을 하면서 한손으로 못하는 일이 없을 정도로 잘한다는 인정을 받아 제법 일거리가 많았다. 덕분에 일용직을 하면서도 두 자녀 대학공부를 가리킬 수 있었다. 큰 아이는 취업 준비 중이며, 작은 아이는 농협대를 졸업해 현재 당진 농협에서 근무하고 있다. "

요즘은 3년 전 디스크 수술 후 힘든 일을 못하게 되는 바람에 신도동 주민센터에서 관내 공공근로 일을 하고 있다. 성실함이 최고라는 생각에 내일처럼 주변을 꼼꼼히 관리 및 청소를 하고 있다. 하는 일은 신도동 전체 하수관 관리, 제초작업, 휴지 및 담배꽁초 등 쓰레기를 줍는 일이다. 

지역에서는 임씨를 남의 일 자신의 일 구분않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 못하는 일이 없는 만능 기능인 ‘맥가이버’로 신도동을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주민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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