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케가와시 평생학습도시, 신칸센유치 문화재복원도 시민 힘으로
평생학습토지조례, 개발도 공공이 결정

▲ 시민들의 모금을 통해 목재로 원상태에 가깝게 복원된 가케가와성은 지역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가케가와의 평생학습도시 선언은 학습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안좋은 조건을 좋은 조건으로 바꾸고, 도시가 성장해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일본 시즈오카현 가케가와시 기획정책부 생애학습마을만들기과 나카지마 마사오 과장이 이야기다. 과 이름이 길기도 하다. 평생교육하면 문화센터 프로그램 정도로 생각하는 우리와 달리 일본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살리기를 위해 전력적으로 평생학습의 개념을 접목해 도시계획부터 행정 전반에 걸쳐 활용하고 있다. 지역적 특성을 살리고, 무엇보다 지역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1979년 4월 세계최초로 평생학습도시를 선언한 가케가와시. 동경에서 신칸센을 타고 도착한 가케가와시청에서 만난 나카야마 과장과 나카지마 계장은 한글로 된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내어놓으며 자상하게 평생학습의 개념을 설명해주었다. 그만큼 많은 한국 지자체들이 이곳을 방문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가케가오시는 시즈오카현의 서부에 위치한 도농 복합도시로 1970년대 후반 근대화 이후 이농현상이 가속화돼 도시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1977년 부임한 산립조합 전무 출신의 신무라 준이치 시장은 “할 수 없이 사는 주민이 아니라 원해서 사는 주민을 만들자. 이땅이 좋아서 사는 적극적인 주민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곳이 좋은 지역이라는 것을 자각해야한다”며 평생학습도시를 선언했다. 가케가와시가 얼마나 좋은지 알리는 것이 학습의 시작이었다. ‘선택 토착민’ ‘선택 정착민’을 만들어내겠다는 포부였다. 우선은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이 외지로 나가지 않도록 잡고, 인구를 늘리는 것이 중요했다.

“도시의 매력을 만들고 시를 알리는 일에 주력했습니다. 당시 신칸센역을 유치가 현안이 됐죠. 인구 30만 이하의 도시에는 역을 만들어주지 않았는데 당시 가케가와시는 인구 8만5000명에 불과했죠.”

▲ 가케가와시청은 사무실 전체가 외부에서 보이는 개방형으로 계단식 논을 응용해 만들어졌다. 시청 옆에는 하수·분뇨처리시설을 만들어 혐오시설에 대한 시민 불만을 최소화하고, 이를 이용해 미생물 분해과정을 교육하는 등 체험학습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신칸센 역 유치위해 30억엔 시민모금
나카야마 과장은 당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사업을 위해 신무라 시장이 국가철도부(철도청)을 100번도 넘게 찾아갔다고 설명했다. 해법을 제시한 건 시민들이었다. 120억엔 정도 소요되는 예산에서 30억엔을 시민들이 모금을 한 것이다.

나카야마 과장은 당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사업을 위해 신무라 시장이 국가철도부(철도청)을 100번도 넘게 찾아갔다고 설명했다. 해법을 제시한 건 시민들이었다. 120억엔 정도 소요되는 예산에서 30억엔을 시민들이 모금을 한 것이다.

한 가구당 10만엔, 우리 돈으로도 100만원이 넘는 돈이다. 적극적인 시민 참여 사례는 지역 문화재인 가케가와성 복원사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전국시대 지어진 이 성은 한때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지배하기도 했다. 1590년 3층 천수각을 짓고, 성곽과 연못, 정원이 꾸며진 일본의 귀중한 문화재다.

그러나 천수각이 막부말에 파괴돼 터만 남아 1994년 가케가와시가 나서 재건을 하게 됐다. 당시 공사비 때문에 콘크리트로 복원을 하자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시민들이 10억엔을 모금해 목조건물로 재건할 수 있었다. 3층 천수각은 지대 자체가 높은 곳에 위치해 마을 전체가 한눈에 보인다.

이제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 올해부터는 관광수입도 기대하고 있다고. 가케가와성의 관리도 올해부터는 민간에 위탁했다.

시민총대회 통해 참여와 소통 행정
가케가와시는 시민총대회 체계로 운영된다. 중앙집회를 매년 4~5월에 여는데 여기에는 100여명이 모인다. 이들은 지역의 201개의 단체 회장과 대표들이다. 시장은 중앙집회에서 예산안을 설명하고, 시민대표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제안한다. 미국의 타운미팅과 비슷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7~11월에는 지구집회가 열린다. 가케가와시를 25개 구로 나누어 각각에서 회의(타운미팅)을 진행하는 것이다. 시는 내년 시의 예산과 행정의 방침을 알려내고, 시민들은 자신의 요구를 전달한다. 중앙집회의 회의 내용은 매년 책으로 만들어 남긴다. 탁상공론으로 끝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시민참여 행정과 시스템이 가능했던 것이 바로 생애학습 3층 구조다. 1층은 각 구의 시민들이 모두 모이는 곳, 집회장, 사찰, 신사. 2층은 학구 시설군으로 보육원, 학교, 지역생애학습센터, 농협 지소. 3층은 중앙시설군으로 전 시민이 다 모일 수 있는 곳이다. 각 초등학교에는 주민과 학생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민관을 만들어 평생교육과 학교교육을 연계시켰다.

가케가와시는 1993년 중앙생애학습센터, 일종의 시민홀을 만들었다. 시민 한사람 한사람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3층의 참여 구조를 만든 것이다. 가케가와 시립중앙도서관은 평생학습을 위한 또 다른 거점으로 각종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다. 현재 중앙도서관은 각 가정과 농협, 공민관과 초·중학교 32개교, 이동문고 28개소와 연계돼 정보흐름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원하는 정보는 어디서든 얻을 수 있는 것’도 평생교육의 중요한 개념이다.

▲ 니시난고 지역생애학습센터장이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다.

▲ 센터를 방문한 한국 사람들의 흔적을 자랑하느 사와 센터장.

한편 가케가와시는 이런 평생학습네트워크 구축과 더불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우리 마을이 도시의 얼굴이다’라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애향심을 불어 넣음으로써 각 마을의 문화와 전통을 계승하고 시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구조를 만들었으니 시스템을 만들 차례다. 가케가와시 평생학습시스템은 우선 시 전역을 평생학습 공원으로 만드는 것에서 출발했다. 평생학습도시를 선언함과 동시에 가카가와시는 이름있는 명소, 공원 등을 아름답게 만들기로 하고 ‘꽃과 나무로 아름답게 꾸미는 조례’도 제정했다. 가케가와 3경, 8경, 36경 등도 정했다. 3경은 가케가와성, 타카덴진성과 요코스카성, 어렵게 유치된 신칸센역이다. 

▲ 시립중앙도서관은 평생교육 프로그램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중요한 센터로 역할하고 있다.

경제버블 투기 손길, 조례로 막아
인구 8만5000여명의 도시가 평생교육도시 선언과 마을만들기를 통해 인구 12만명의 살기좋은 도시로 소문이 나자 외부 유입인구가 늘어났다. 이때 가케가와는 ‘평생학습도시만들기 토지조례’를 만든다.
“1991년 일본 경제 버블 당시 가카가와에도 땅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계속 개발이 이뤄지는 것이 지역을 망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죠. 평생학습 시스템이 이때도 힘을 발휘한 겁니다. 시민들이 투기와 개발붐을 잠재울 수 있는 조례 만드는 일에 동의를 해준 겁니다.”

나카지마 유타카 계장의 설명이다. 외지인들이 이곳의 토지를 사려고 하면 평생학습토지심의회에서 이를 심의한다. 심의회는 토지가 지역사회를 위해 이용되는지. 투기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지를 검토해 매매 여부를 결정한다. 지금까지 이 결정에 토지주가 불복한 경우는 한건도 없다고 한다.

도시개발 역시 같은 시스템에서 진행된다. 특별계획협정 촉진구역 후보지가 정해주면 농업위원회는 자치회를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역시 평생학습 토지심의회에 이를 상정한다. 심의회는 토지주의 동의를 얻어 도시만들기 계획을 정하고 최종 촉진구역을 정해 사업이 진행된다.

인구 8만5000여명의 도시가 평생교육도시 선언과 마을만들기를 통해 인구 12만명의 살기좋은 도시로 소문이 나자 외부 유입인구가 늘어났다. 이때 가케가와는 ‘평생학습도시만들기 토지조례’를 만든다.“1991년 일본 경제 버블 당시 가카가와에도 땅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계속 개발이 이뤄지는 것이 지역을 망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죠. 평생학습 시스템이 이때도 힘을 발휘한 겁니다. 시민들이 투기와 개발붐을 잠재울 수 있는 조례 만드는 일에 동의를 해준 겁니다.”나카지마 유타카 계장의 설명이다. 외지인들이 이곳의 토지를 사려고 하면 평생학습토지심의회에서 이를 심의한다. 심의회는 토지가 지역사회를 위해 이용되는지. 투기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지를 검토해 매매 여부를 결정한다. 지금까지 이 결정에 토지주가 불복한 경우는 한건도 없다고 한다. 도시개발 역시 같은 시스템에서 진행된다. 특별계획협정 촉진구역 후보지가 정해주면 농업위원회는 자치회를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역시 평생학습 토지심의회에 이를 상정한다. 심의회는 토지주의 동의를 얻어 도시만들기 계획을 정하고 최종 촉진구역을 정해 사업이 진행된다.

▲ 가케가와성을 설명하는 관리사무소 노부오 타카야나기 시설장. 민간위탁자로 성을 관리하고 있다.

너무 꿈처럼 들리는 이야기다. 시작은 신무라 시장이라는 선구자로부터 출발했다. 그의 강한 추진력에 시민들이 동의했고, 성과가 보이자 기업, 지역사회가 하나로 뭉친 것이다. 토지조례 제정과 공원가꾸기를 통해 환경을 지키면서도 1987년에는 공업단지를 조성해 12개의 하이테크 기업을 유치했다. 가케가와 IC도 개통돼 시즈오카현으로 출퇴근이 더욱 쉬워졌다. 신무라 시장은 2005년까지 7선을 했고, 이제는 시장이 바뀌었다. 나카야마 과장은 “6년전 시장이 바뀌었다. 그러나 30년 동안 이어오며 시민들은 평생학습에 대한 높은 자긍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가케가와시의 선언 이후 일본은 1988년 일본 문부성의 평생학습국 설치, 1990년 평생학습진흥법 시행 등으로 본격화돼 전국적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가케가와 시와 시민은 다음 세대를 위한 책임을 완수하고, 아름다운 환경을 지키기 위해 행정, 재원, 정책을 계획적으로 운영하며.’ 가케가와시 평생학습도시 선언의 일부다.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나가는지는 결국 지금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해보인다. 

▲ 가케가와성에서는 마을이 한눈에 보인다.

  

▲ 가케가와성 복원의 의미를 설명하는 시청 기획정책부 생애학습마을만들기과 나카지마 계장.
▲ 성을 설명하고 있는 노부오 타카야나기 시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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