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고양의 가구단지, 도약이냐 침체냐

① 개발이익은커녕 쫓겨나는 종사자들

종사자들 90%이상 세입자, 개발 때마다 쫒겨나
가구타운은커녕 시 지원 없어 오랜 침체 못벗어

고양시로서는 내세울 만한 특화된‘산업’이 요원하다.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과밀억제권역’으로 묶여 산업 유치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학교, 공공청사, 연구시설, 그 밖의 인구집중유발시설의 신설, 공업지역 지정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제한 받는다.

방송영상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이른바 ‘브로멕스’를 추진하고 있지만, 브로멕스의 과실을 고양시가 누리기에는 아직 멀다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브로멕스를 제외하고, 고양시가 현실적으로 잠재된 산업을 육성시켜 하나의 ‘고양시만의 산업’으로 특화할 수 있는 영역은 어디일까. 화훼산업과 가구유통산업, 대략 2가지로 간추려 볼 수 있다. 이 중에서 식사동의 고양가구공단, 덕이동의 일산가구공단 2개 가구공단으로 나눠진 고양의 가구공단은 오랜 기간 동안 침체되었다. 가구공단의 규모 면에서 분명히 타 지역에 비교해 ‘비교우위’를 가졌음에도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침체된 가구공단을 활성화해서 고양시 산업으로의 특화를 모색한다는 취지로‘고양의 가구공단, 도약이냐 침체냐’라는 제목으로 기획기사를 6회에 걸쳐 마련했다. 이번호에서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고양가구공단의 현황을 살펴보고 주력산업으로 재도약이 필요성에 대한 가구공단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 고양식사구역 도시개발에 이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고양식사2구역 도시개발로 인해 위축될 위기에 있는 고양가구공단.

 

153개 브랜드, 1800여명 종사
식사동 일대 고양가구공단의 역사는 1980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식사동 고운농장 주변에 몇몇 가구공장 및 전시장이 생긴 것이 고양가구공단 30년 역사의 시작이었다. 이후 재개발과정에서 가구공장이 없어지는 대신 가구유통업이 조금씩 번성하기 시작했다. 현재에는 3개 단지로 구분된 고양가구공단에 85개 브랜드가 모여 있으며 1200여명이 이곳에서 종사하고 있다.

덕이동 일대 일산가구공단 역시 고양가구공단이 처음 조성되기 시작하는 시점과 비슷한 시기에 태동했다. 고양가구공단과 달리 단지로 구분되어 있지 않았지만 68개 브랜드 매장에 600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이 두 가구공단에서 일하는 종사자수는 무려 1800여명이다. 업체수로는 153개를 헤아린다. 단일 지자체에  종사하는 가구유통업의 규모로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 가구공단 업체수는 침체와 맞물려 감소추세다. 1990년대 9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던 고양가구공단은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가구공단의 침체에 영향을 준 것은 다름 아닌 도시개발사업이었다. 고양가구공단의 경우 2006년부터 고양식사지구가 개발되자 지구단위계획에 포함된 업체가 강제적으로 쫓겨남으로써 고양가구단지가 축소되는 부침도 있었다.

고양가구공단을 구성하던 종사자들은 유통업체를 소유했을 뿐 실질적으로 매장을 임대해서 영업을 하던 세입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건물주 혹은 토지주가 아닌 다음에야 고양식사지구 개발 이익은커녕 다른 곳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당시 공단 해체를 반대하는 공단 종사자들과 재개발회사 혹은 토지주간의 마찰이 심화된 상황을 기억하는 고양가구공단 에이스 침대 최낙환 대표는 “식사지구개발 과정에서 가구공단 세입자들에게 뾰족한 대책도 세워주지 않고 토지주들은 매장을 비우라고만 강요했는데 결국 많은 업체가 강제로 쫒겨난 것”이라며 “양측이 수차례 충돌, 부상자가 나오고 상해로 인한 고발도 있었다”고 말했다.

표-고양시 가구공단 현황

구분 고양가구단지                                                     일산가구단지
주소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 649번지 일원               고양시 일산동구 덕이동 309번지 일원
회장 강점희(홍대디자인가구 대표)                             정진의(리바트 대표)
조합원수 85명                                                              68명
종사자수 1200여명                                                       600여명
연 최고 매출액 900억원                                                720억원 

가구공단 위축시킨 식사․덕이 지구 개발
당시 고양식사지구 개발로 인해서 쫓겨난 업체수는 50개 이상을 헤아린다. 강점희 고양가구단지 회장은 고양가구공단의 그나마 성업했던 시절을 1980년대 후반부터라고 기억한다. 강 회장은 “고양가구공단이 한창일 때, 그러니까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까지 120개의 업체가 있었다”며 “식사지구 개발로 고양가구공단이 아예 없어진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고 말했다.

고양가구공단을 위협하는 또 다른 도시개발사업인 고양식사2지구 도시개발사업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고양식사2지구 도시개발사업으로 인해 고양가구단지의 업체의 3분의 1정도 가까운 20여개 업체가 다시 다른 곳으로 쫒겨나게 된다. 주로 제1단지 업체들이 고양식사2지구 개발 지구단위개발 영역에서 종사하고 있다.
기존 식사지구에 비해 낙후된 고양식사2지구에 대한 도시개발사업은 2500세대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 조합이 설립되었지만 인근 빌라에 사는 주민들의 이주 대책 문제를 놓고 갈등이 있어 올해 실시설계를 한다는 계획이 이뤄지지 않는 등 답보상태에 있다.

도시개발사업으로 위축되기는 일산가구공단 역시 마찬가지다. 2007년부터 본격적인 덕이지구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되자 많은 일산가구공단 업체들이 파주운정가구단지 혹은 고양가구단지의 3단지 인근으로 옮겼다. 정진의 일산가구공단 협의회장은 “고양에서 이뤄지는 도시개발사업이 되려 지역 가구유통업을 죽이고 있다”며 “이는 고양시가 그동안 가구단지를 하나의 육성해야 할 산업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덕이지구개발로 일산가구공단 일부 종사자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 갈수 밖에 없었다.

 

종사자들,  번듯한‘가구타운’원해 
153개 브랜드, 1800여명 종사하는 고양의 가구공단은 그 규모와 무관하게 도시개발사업의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다. 더구나 가구공단의 침체를 극복할 방안을 시 차원에서 그다지 모색하고 있지 않은 점에 대해 불만을 가졌다. 가구단지 종사자들은 고양시가 화훼산업을 주력산업으로 육성시키는 데 비해 가구공단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한다며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끼고 있었다. 강점희 회장은 “신동영 시장 시절 가구공단 육성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그 이후 시장들은 화훼산업에 비해 가구공단을 너무 등한시 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최 시장 이후에는 가구박람회 지원 등에서 보듯이 가구공단에 대한 시각이 전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양시가 가구공단을 등한시하는 사례의 하나로 도로표지판의 이정표 문제다. 가구공단 현재의 인프라로 광고효과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도로표지판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도로표지판에  고양가구단지 혹은 일산가구단지의 이정표를 포함시키는 문제에서 고양시는 항상 ‘불법’이라는 딱지를 씌웠다. 정진의 일산가구공단 협의회장은 “소비자로 하여금 고양가구공단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하는 방향표시를 도로표지판에 넣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우리 입장에서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다. 이것의 유무는 광고 효과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강점희 회장 역시 “고양시에서 도로표지판 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에 가구유통업체들은 불법이라 하더라도 비용을 들여 도로표지판을 따로 만들기도 한다. 불법이라고 시에서 철거하면 우리로선 비용을 날려버리는 셈이다. 의왕 가구공단의 경우에는 시에서 합법적으로 도로표지판에 가구공단 방향표시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도로표지판에 가구단지 이정표 포함 문제는 가구단지 활성화를 위한 아주 단기적인 방안이다. 보다 장기적으로 종사자들은 가구단지의 집적화를 원하고 있다. 고양의 가구공단 종사자들은 타 지역에서 고양에서 가볼만한 곳으로 이른바 ‘가구타운’을 희망하고 있다. 이들은 번듯한 가구타운은 고양시 브랜드 가치도 높일 수 있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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