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비코시 커뮤니티 비즈니스…30여개 NPO법인 복지 교육업무 위탁

일본 가케가와에 이어 마을만들기를 공부하기 위해 방문한 아비코시(我孫子市)는 지바 현의 북서부에 있는 위성도시다. 도쿄에서 40km권내에 위치한 위성도시다. 1970년 7월 시로 승격됐다. 직장인들은 도쿄 등지로 출근하고, 아비코시에는 여성과 노인들이 실질적인 지역 주민이었다. 일본이 우리보다 빨리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일할 수 있는 인력과 일자리가 함께 줄었다. 도시는 활기를 잃었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마을만들기, 그중에서도 커뮤니티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 CB) 모델을 통해 돌파구를 찾았다. 아비코시는 커뮤니티비즈니스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 가정요양활동을 펴고 있는 NPO법인 마도카.
아비코시에서는 2003년 3월 커뮤니티비즈니스 협의회가 발족됐다. 당시에는 CB가 생소한 개념이었다. 당시 후쿠시마 히로히코 시장이 직접 CB에 대한 세미나를 마련했다. 교수출신이었던 후쿠시마 전 시장은 현재 일본 정부에서 요직을 맡고 있다. 이토 이사를 비롯해 40여명이 세미나에 참석해 CB라는 생소한 개념을 공부했고, 이중 18명이 “공부에만 그치기에는 너무 아깝다. 실천을 고민해보자”며 임의단체를 만든 것이 바로 CB 협의회였다. 협의회는 다음해부터 세미나를 열었고, 회원들도 늘려갔다. 2005년 NPO(비영리기구) 법인이 발족됐고, 다음해 노인복지를 시로부터 위탁받게 됐다. CB사업을 통한 민과 관의 역할분담이 시작된 것이다.

도시 활력위해 CB사업 제안
2007년 3월에는 복지용품전을 처음 열었고, 최근까지 6회째 진행해오고 있다. 창업상담, ‘시민챌린지 샵’ 등 위탁 사업은 복지에서 일자리, 창업 등 그 분야를 넓혀갔다. ‘시민챌린지 샵’ 은 10~15명 정도가 참여하는 창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그들에게 아코바 법인 사무실 안에 직접 창업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아비코시의 또다른 NPO법인인 마더카는 어르신들을 위한 가정요양방문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단체. 방문서비스를 우해 필요한 재원의 90% 이상은 건강 보험에 충당하고 나머지는 프로그램은 이용하는 회원들이 부담하다. 마더카는 14년전 NPO법인이 됐고, 사업은 20년전부터 시작됐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유코 나카마루씨는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활동이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어르신들의 집을 찾아가 도움을 드리면 좋겠다”는 작은 생각에 단체를 만들게 됐다. 처음 활동은 자원봉사로 시작했고, 노인세대가 많은 지역에서 원하는 이들이 늘어나자 단체와 법인으로 단계적 도약을 한 것이다.

가정요양방문 NOP법인 마도카
현재 마도카에는 유코씨를 포함해 5명의 직원이 일한다. 한 직원은 도쿄전력에서 정년퇴직하고 이곳에 파견근무를 하고 있다. 급여는 도쿄전력이 부담하고, 활동은 마도카에서 하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 참여 방식중 하나다.

기자가 방문한 마도카에서는 20여명의 어르신들이 모여 노래와 게임을 배우고 있었다. 70~90세 정도의 어르신들은 오랜만의 나들이가 즐거운지 어린아이처럼 즐겁게 놀이에 집중했다. 그들 중에는 일제시대에 한국에서 살다왔다는 어르신도 있었는데 기자에게 ‘아리랑’을 불러주기도 했다.

▲ 복지업무 위탁에서 출발해 다양한 강좌, 창업 등 영역을 넓혀온 아코바 법인.
아비코시에는 현재 아코바, 마도카와 같은 NPO법인이 30개정도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성격에 따라 강좌, 세미나, 복지사업, 커뮤니티 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다. 민간에서 진행하는 각종 복지사업을 평가하는 사업 역시 NPO법인에 맡게 됐다. 전철역 옆에 위치해 도시의 어린이, 여성, 노인세대를 위한 다양한 교육 복지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5층 규모의 플라자도 민간에서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아비코시의 CB사업은 관의 업무를 민에 위탁해 자체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자원봉사, 일자리를 확충해 시민들에게 일할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다. 아코비를 비롯해 대부분의 NPO 법인들은 1시간당 1000엔 정도의 급여를 받는 계약직 인력들로 운영된다. 자원봉사 업무도 매우 다양해 플라자 역시 교육과 복지 분야의 다양한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된다. 3~4년전까지 대부분의 교육, 복지 사업들이 민간으로 넘어가 예산까지 자체적으로 운영된다. 예산은 각 NPO법인별로 완전히 공개되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관여할 이유가 없다”고.  

아비코시의 시민생활부 시마다 시게루 담당자는 “시장이 바뀌고 시청 내에 CB사업 담당부서는 따로 없다. 민간에 위탁된 사업들은 대부분 민간에서 알아서 진행하고 있다”며 “지금은 시에서 별도의 사업이나 정책을 굳이 추진하지 않아도 된다. 민과 관의 확실한 신뢰가 구축돼있다”고 설명했다.

▲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비코시 플라자.
지역사회의 활성화와 경제사회 활력유지를 위한 해결모델로 제안된 CB는 이제 일본의 많은 지자체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아비코시뿐 아니라 요코하마의 지역주민 교류 살롱인 커뮤니티 카페, 치바대학 주변의 쇠퇴하는 상가지역에 도입한 지역통화 등 사례들을 보면 지역에 밀착된 아이디어에 놀라게 된다. 각 지자체들은 지역의 고령자 세대의 경험이나 지혜를 활용해 지역사회의 과제를 해결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측면에서 CB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CB의 주요 참여 인력은 ‘단카이 세대’라 불리는 2차세계대전 1949년 이후 태어난 실버세대다. 저출산 고령화사회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일본의 CB를 눈여겨보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아비코시에서 만난 많은 활동가들은 60세이상의 고령자들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을 포함해 대부분 자신의 활동과 단체에 대한 자부심이 컸고, 적극적으로 활동을 펴고 있었다. 

아비코시는 CB사업 추진 이후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물론 정책 때문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살기좋은 도시’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만은 분명하다. 

플라자의 여성 프로그램.

플라자 자원봉사자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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