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모이는 만남의 장소 코우난다이 타운카페
보육과 어머니의 가치에 힘 싣는 어머니업계신문

사람과 사람의 연결, 네트워크. 일본의 마을만들기를 이야기 하는 이들의 말 속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이다. 동경과 접해있는 항구도시인 요코하마에서 마을만들기를 실천하고 있는 ‘코우난다이 타운카페’와 ‘트랑탕네트워크 신문사’는 전혀 공통분모가 없어보이는 성격의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이 있었다.

 

요코하마시 중심가에서 전차로 20분을 달려 도착한 코우난다이역. 걸어서 5분 남짓한 한 건물의 2층으로 올라가면 카페이자 상점인 코우난다이 타운카페가 있다.

주식회사 이타운과 NPO(비영리단체)단체 마을만들기포럼코우난, 요코하마코우난다이상점회가 공동 운영하는 코우난다이 타운카페는 마을만들기의 일환으로 사람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전반적인 카페 운영을 전담하고 있는 이타운의 사이토 타모츠 대표. “코우난다이는 도시화가 시작되기 전에는 말 그대로 산으로 된 마을이었다. 하지만 고도경제성장과 함께 이웃, 친척과의 관계가 불필요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돈이 중심이 되는 사회로 변해만 가는 것을 바라보며 사람간의 소통을 되살릴 공간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주민이 제작하고, 주민이 구매한다
코우난다이 타운카페의 가장 큰 특징은 코바코(작은 상자)샵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페 내부에 100여 개의 칸으로 나눠진 진열장에는 지역 주민들이 직접 제작한 가방, 악세서리, 부채 등 다양한 소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코바코샵에 입주한 판매자들은 주 1, 2회 카페를 찾아 진열을 정비하고 상품을 보충하고 직접적인 판매는 카페의 스텝들이 맡고 있다. 매월 평균 4000엔의 임대료와 판매 수수료 20%는 코우난다이 타운카페의 월세로 사용된다.  

올해 5월부터 입점해 가방, 북커버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하타노 토시미(53세)씨는 “전업주부로 남는 시간에 취미로 만들던 가방 등을 팔고 있다. 직접 손님을 만나지는 못하지만 오히려 어떤 분이 내가 만든 물건을 사가는 걸까 상상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코우난다이 타운카페의 코바코샵 진열장. 각 칸마다 제작자의 이름이 적힌 종이와 정성스레 진열한 상품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코바코샵의 제품을 소개하는 사이토씨.

 

자신이 만든 가방을 들고다닐 누군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는 하타노씨. 취미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상품이 되는 만큼 거리를 다닐 때마다 가방의 유행을 읽기 위해 고민하게 됐다고 말한다.


사회공헌과 함께 사업성 잊지 말아야

코바코샵은 판매자간의 커뮤니티도 형성해간다. 일면불식의 판매자이자 주민들은 코바코샵에 참여하게 되면서 코바코살롱이라는 모임을 결성, 두 달에 한번씩 모임을 갖거나 작품만들기 교실 등을 운영한다.

캔들 나이트는 코바코사롱의 모임에서 발전하게 된 지역 이벤트이다. 하루 정도  촛불을 켜놓고 술 한잔 하자는 지나가듯 던진 한마디의 말이, 4년이 지난 지금은 최대 600여 명이 모이는 지역 명물로 자리잡고 있다. 인근의 상점들도 자체적으로 협조해 이날 하루 저녁은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그 외에도 학생과 시민들의 자원봉사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코우난다이 텐트촌’ 이벤트를 갖고 있다. 지역 상점회에서 시작한 프리마켓에 2005년 코우난다이 타운카페가 동참하면서부터 시민 참여의 폭을 넓히고 아이들 놀이공간, 공연, 이벤트를 진행하게 됐다. 코바코샵도 이날은 직접 나와 시민들을 만나게 됐다. 열린 공간에서 진행되는 코우난다이 텐트촌 행사는 타운카페를 모르던 사람들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코우난다이 타운카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주민들의 교류의 통로가 되기 위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코우난다이 텐트촌은 동네 주민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들러 간단한 식음료와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만남의 공간이 됐다.

 

거리로 나온 코다코숍. 미처 타운카페를 찾지 못한 이들이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는 코우난다이 타운카페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간에 대한 필요성과 마을만들기라는 큰 틀의 사회성에 주목하고 있지만 비즈니스 측면에서의 중요성을 잊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은 2년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사이토 대표는 “마을만들기,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조직을 운영하다가 정부 보조금이 없어지는 3년째부터 어려움을 겪는 단체들을 요코하마시에서도 많이 봐왔다. 손님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보다는 사업 마인드를 갖고 운영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평범한 어머니의 일상이 정보가 된다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마을만들기가 있다면 지역의 미래를 위해서는 주역이 될 아이들을 길러내는 ‘어머니’에 초점을 맞춰 활동하는 이들이 있다. 매월 10만부를 발행하는 ‘어머니업계신문’이 바로 그것. 타블로이드 형태로 만들어진 어머니업계신문은 총 8면 가운데 2개 면을 ‘마더 저널리스트(mother journalist)’라는 코너로 할애해 평범한 어머니들이 매일의 생활 속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후지모토 유코 대표는 “현대에 와서 다양한 보육 정보가 있지만 정작 실제 평범한 엄마들이 생활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전달하는 정보지는 없다. 그 만큼 마더 저널리스트는 어머니업계신문의 가장 소중한 지면이다”며 마더 저널리스트 코너의 소중함을 이야기했다.



어머니업계신문을 발행하는 트랑탕네트워크신문사는 1989년 당시 전업주부였던 후지모토 대표가 자원봉사의 성격으로 제작한 한 장짜리 신문이 그 시작이다. 특별한 기술이 없던 그녀였기에 직접 쓴 기사를 가위로 오려붙이고 복사해 만든 100% 수제 신문이었다. 신문제작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하나 둘 모이면서 1995년 정식 사업체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현재의 어머니업계신문은 보육에 관련된 일반 정보 외에도 전국의 400여 명의 어머니들이 온라인에서 갖는 일상의 이야기를 편집부에서 선정해 지면에 게재되고 있다. 또한 매일 모바일을 통해 전송하고 있다.

한장의 수제 신문이 이제는 10만부에 달하는 발행 부수를 기록하는 지역의 주요 매체가 됐다.

 

행정과 기업이 나서 신문 배포
연간 3000엔(한화 약 4만5000원)의 구독료를 받고 있는 어머니업계신문은 개인 구독자뿐 아니라 행정, 기업에서 구매해 배포고 있다. 요코하마시는 어머니업계신문을 구매해 각 역에 비치해 무료배포하고 기업에서는 신문을 구매해 사원이나 손님에게 배포한다. 일본의 중앙지인 요미우리, 아사히 신문은 관동지역을 중심으로 매월 어머니업계신문을 삽지 형식으로 배포하고 있다. 후지모토 대표는 “기업이나 행정은 보육지원의 하나로 어머니업계신문을 원하고 있다. 어머니를 행복하게 하기 위한 신문을 도움으로써 그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결국 기업 역시 득을 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머니업계신문이 미디어로서 ‘어머니’를 지원하고 있다면 직접적인 활동으로 어머니대학이 있다. 후지모토 대표는 어머니대학을 ‘가르치지 않는 교육’이라고 말한다. 교사와 학생이라는 직분을 나누지 않고 어머니들이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유일하게 이뤄지는 공부가 있다면 일상 속에서 ‘펜을 쥐도록 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의식하지 못했던 일상을 정보로 인식토록 하는 것이다. 어머니대학은 모임을 통해 어머니라는 위치에 대한 의식을 높이고 가치를 알아가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처럼 온·오프를 통해 형성된 네트워크로 그랑탕네트워크신문사는 신문 제작 외에도 어머니와 보육에 관련돼 기업의 의뢰를 받아 제품의 실제 이용자인 주부들의 좌담회를 통해 의견을 제출하거나 교육정보지나 보육관련 서적 출판, 강연, 세미나 등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후지모토 대표는 주부, 어머니와 함께 다양한 비즈니스에 참여하면서 이익보다는 ‘어머니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어머니의 힘으로 마을을 건강하게
트랑탕네트워크신문사의 정신에는 ‘사람과 사람의 네트워크’에 있다. 온라인 속에서 많은 정보가 오고가지만 누가 전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이상의 발전이 어렵다. 신문은 책임감과 가치를 갖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함으로써 내가 살고있는 마을을, 내 아이가 살아가게 될 환경을 보다 건강하게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보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더욱 소중하게 여기며 어머니를 중심으로 형성된 네트워크가 만들어낸 신문을 통해 또 다른 네트워크를 형성해 낸다.

후지모토 대표는 “마을만들기는 이러한 신뢰의 네트워크를 형성하지 않고는 이뤄질 수 없다”며 “신뢰의 네트워크는 돈으로는 만들 수도, 살 수도 없는 것으로 아이를 위한 엄마의 마음과 좋은 마을을 만들려고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야지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