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전문가와 생활속의 심리이야기

얼마 전 신정아의 자서전이 불티나게 팔렸다. 그 만큼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정아라는 인물을 우리와는 별개인 특정 인물로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제2, 제3의 신정아의 발견하기란 의외로 어렵지 않다.

한때 한국 사회를 크게 흔들었던 학벌위조파문. 그들에겐 양심의 가책은 사라진지 오래이다. 왜냐하면 이미 자신이 명문 학교를 졸업하거나 다닌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명문 H대를 나온 행세를 했던 K씨는 공공연하게 명문 H대를 나온 유능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의 마음이 연약한 갈대와 같아서 처음엔 자신의 이권을 위해 자신이 명문학교 졸업자처럼 소개하고 다녔다. 그러자 곧 자신이 명문대 출신으로 알려지게 됐다. 이후 그는 누구든지 그가 아는 사람들은 모두 명문대 출신의 실력 있는 예의 바른 사람으로 통했다. 자신의 거짓 자아가 참 자아보다 더 크게 자리하게 된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뜻대로 되는 일보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을 더 많이 경험하게 된다. 세상 일이 생각 같이 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실의에 빠지거나 체념하게 된다. 또 의지가 강한 사람은 지속적으로 도전해서 마침내 목표점에 도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일부 사람들의 경우 자신들의 현실을 부정한 나머지 망상적인 사고를 키워 나간다. 처음엔 너무 자연스러워 자신이 이룬 업적이 아닌 것을 자신의 것인양 가장한다는 사실조차 받아들이지 못하고 만다. 물론 처음 얼마간은 양심의 가책도 받는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 의하면 죄를 짓고도 양심을 외면하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하다보면 양심이 무뎌져 나중에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중요한 것은 망상 속의 나는 현실을 사는 내가 아니라는 점이다.     


황정미/이화심리학습센터 소장 시민기자


<황정미 시민기자는 심리전문가입니다. 이번호부터 생활 속에서 우리가 몰랐던 심리 이야기를 전해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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