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부터 고양시에서 전국 체전이 열리고 있다. 호수공원에서 개 폐막식이 열린다고 공원은 한동안 부산했다. 잔치답게 부산하고 떠들썩한 게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전국에서 찾아오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도 고양시가 그 손님을 다 맞이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고양시엔 변변한 숙박시설이 없는 것으로 안다. 그저 남의 입에 올리기도 조금 민망한 그런 류의 숙박시설일 뿐 진정으로 비즈니스 손님을 맞을 장소는 딱히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전국에서 모이는 손님들을 어디에 수용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아닐 수 없었다.

개막식이 열리는 날 아침 낯선 사람들이 엘리베이터 안에 가득한 걸 보았다. 처음엔 웬일인지 감을 못 잡았지만 금방 주고받는 이야기를 통해 이들이 전국체전 선수로 온 손님들이란 걸 알게 되었다. 건물 맨 위층의 숙박시설에 묵는 모양이다. 다들 표정이 활기차 보여서 다행이다 싶었다.

주변 상가들에 식당도 많고 하니 밥 먹을 걱정은 없을 테지만 호텔 안에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마침 한의원에 내려 와 치료를 받는 선수단 코치가 있어 형편이 어떤지 물어 보니 다른 지역보다 숙박료가 비싸다고 한다. 기왕에 주인들이 손님을 맞이하느라 금전적인 희생을 감수했다면 조금 더 일반적인 기준에 맞춰 숙박 요금도 현실화 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난 대단하게 여러 나라를 다녀 보진 않았지만 관광산업이 발달한 나라들은 그 지역별로 관광호텔도 갖추고 있고 지역의 특산물로 만든 요리며, 묵어가는 이들이 만족할 만한 내용들로 채우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도시는 여러 기능이 있겠지만 밖에서 들어 온 사람들이 편하게 쉬다 갈 수 있게 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고양시는 그 규모나 이름에 어울리는 기반시설이 취약한 편이다.

이번 겨울 방학에 작은 아이 친구들이 다섯 명 정도 한국에 오기로 했다. 우리 집에서 다 묵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아 주변 비지니스 호텔을 알아보다 정말 실망을 하고 말았다. 인터넷을 통해 알아 본 바로는 그나마 묵어갈 수 있는 곳이 딱 한 군데뿐이었다. 만 21세 생일을 각별하게 생각해서 찾아온다는 아이들을 맘 편히 즐겁게 놀게 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하루라도 서울시내 호텔을 알아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다른 지역에 자랑할 만한 호수공원도 있고 각종 문화시설이 있지만 정작 손님이 찾아와서 지내다 갈 곳이 없다는 게 참 아쉬운 노릇이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다는 한옥을 모델로 한 한식 호텔 같은 걸 지을 수 있다면 좋겠다. 존재 자체로 지역의 명물이 될 그런 호텔쯤 하나 있는 것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업 하는 이들이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면 하지 않을 리 없는 사업이었을 테니 나의 이런 바람은 그저 바람으로만 끝날 가능성이 많은 줄 안다. 그래도 항간에 들리는 말에 의하면 무슨 굉장한 호텔이 들어선다는 얘기가 있어 내심 기대도 해본다.

호수공원에서의 개막식 행사는 화려했던 모양이다. 겉만 번드르르하게 꾸며서 보는 이들을 현혹하는 수준이 아니라 여러 면에서 두루두루 잘 갖추어진 행사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옛날엔 그저 이름 없는 면단위 고장이었던 곳이 이렇게 대단한 도시로 변모했다는 걸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아직은 겉에 비해 속이 꽉 차지 못한, 좀 부족한 곳이라도 한 걸음 한 걸음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해 갈 것이라 믿는다. 고양시를 찾아 온 전국의 많은 손님들이 이 도시를 맘껏 즐기고 행복한 기억을 안고 돌아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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