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파주에 뺐기는 가구산업 인프라

150여개 가구 대리점이 고양시에 있지만 이들은 고양가구단지와 일산가구공단으로 나눠져 있어 고양시 안에서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중적 홍보 비용도 파생적으로 생기는 부담이다. 그래서 한 곳으로 집적화해서 산업으로 육성하는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고양시 가구공단 조합원들은 장기적 시각에서 새롭게 조성된 가구타운을 원하고 있다.  
고양시도 이제 고양시가 보유한 가구단지를 산업으로 육성해서 지원해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 기획 기사‘고양의 가구유통산업, 도약이냐 정체냐’ 이번 호에는 파주의 ‘운정가구타운’으로 대표되는 가구단지에 대한 고양시 행정의 무관심과 짚고 가구단지 조합원들이 직접화된 가구타운을 위해 현실적으로 바라는 점을 들어보았다.
      

파주로 같테면 가라는 입장? 

“10년 전까지만 해도 고양가구단지와 일산가구공단은 전국적 지명도가 있었다. 타지역에서 가구거리가 많이 생겨난 지금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아파트건설에 밀려 인근에 있던 고양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가구단지마저 축소되고 있다. 타 지역은 없는 것도 살리려고 하는데 고양시는 가지고 있는 것도 죽이려 한다. 고양시의 가구단지를 사장시키기에는 너무 아깝다”

고양가구단지 조합원인 박광서 노송가구 대표의 말이다. 박 대표는 고 신동영 시장이 고양시장에 부임했을 때 고양시 가구단지에 대해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분명히 있었는데 그 이후의 시장은 정책적으로 화훼산업을 많이 지원한 것에 반해 가구유통산업은 아예 소외시켰다는 말도 전한다. 이렇게 고양의 가구단지 조합원들은 고양시의 가구단지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원에 대해 이제 전향적 자세를 보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 조합원들은 “낙후된 고양 가구단지의 단기적인 타개책이긴 하지만 최성 시장은 나름대로 가구박람회를 지원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양시 인근에 가구단지가 조금씩 조성됨에 따라 그곳으로 옮겨가는 현상까지 나타났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인 파주의 운정가구타운이다. 2009년에 정식 문을 연 파주의 운정가구타운은 1990년대 초반 당시 주택공사가 아파트건설을 위해 매입하려다가 아파트 건설이 무산되면서 해당 지역의 땅 주인들이 가구업자에게 땅을 분양하면서 현재의 형태가 되었다.  파주시 교하면 운정신도시 인근 4만9500㎡에 조성된 운정 가구타운은 생산자가 직접 매장을 운영해 가격이 저렴하고, 애프터서비스는 ‘운정가구사업협동조합’이 보장하는 게 특징이다. 60개동으로 꾸며진 가구타운에는 국내외 유명 브랜드가 들어선다. 1000여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도 마련됐다.

고양 업자들이 주축인 운정가구타운

고양의 일산가구공단이나 식사가구단지 조합원들은 파주로 옮겨가 현재 운정가구타운의 약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고양시 가구단지에서 사업을 하며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기 보다 은행 융자를 통해 파주 운정가구타운 부지에 분양을 통해 자리잡는 쪽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송도현 고양가구단지협의회장은 “사무실을 임대해서 사업하는 것과 내가 가진 부지에 사업장을 실제로 소유하는 것은 업자들 입장에서 상당한 차이다. 내가 가진 사업장이 있어야 정말 사장이라는 느낌이다”라고 말한다.

고양 가구단지에서 월세로 운영해 오던 60개 업체가 각 업체별로 약 700㎡ 규모의 매장을 분양받아 직접 운영하는 방식이다. 고양가구단지의 박경식 루브르 대표는 “분양 당시 자리를 제비뽑기식으로 추점을 통해 확보하고 땅값은 개인이 부담했는데 결과적으로 한달에 400~500만원 지불하던 임대료가 없어지니 경제적으로 손해 볼 일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비와 월세의 부담이 없어 고품질의 디자인 가구를 가장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빠르게 운정가구타운은 정상궤도에 올랐다.

또한 총 60개동으로 구성되는 각각의 브랜드 매장은 충분한 주차공간과 도보공간을 확보하는 등 쾌적한 쇼핑이 가능하도록 단지 디자인과 건축 디자인에 공을 들였다. 단지 내 도로 폭을 16m로 대폭 넓혀 차량 흐름을 원활히 하고, 매장의 입간판을 전면 금지하면서 각 동의 상호를 돋을새김으로 조각, 건물에 밀착시키는 방식으로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약 1000여대의 차량이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쇼핑공간도 파주 운정가구타운만이 제공하는 특징 중 하나다.

 정경현 운정가구사업협동조합 전이사장은 “운정가구타운은 기존의 가구단지가 태생적으로 안고 있던 할렘식 매장 배치를 철저하게 배제함으로써, 마치 이태리의 명품 가구거리를 누비는 것과 같은 쾌적한 분위기의 가구타운으로 설계됐다”며, “각 매장에 휴식공간을 마련해 가족 나들이와 데이트 장소로도 손색이 없는 주변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구유통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파주가 고양에 비해 유리한 것 중에 하나는 가구대리점뿐만 아니라 가구제조공장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초창기 고양에서도 가구제조공장이 있었지만 수도권정비법상 과밀억제권역으로 묶이면서 공장의 건설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이에 비해 파주는 안정관리권역으로 가구제조공장을 법적으로 허용되어있다. 파주 문발단지에서 가구공장을 임대 운영하고 업체가 생겨난 것이다.

후보지 선정 어려우면 장기 임대도 방법  

많은 고양 가구단지 조합원들은 고양가구단지와 일산가구공단이 하나로 모여 집적화된 가구타운을 원하고 있다. 이들은 시가 보유하고 있는 시유지 혹은 국유지 중 가구타운으로 조성할 만큼 적합한 후보지 몇 곳을 선정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에 반해 시는 고양의 가구단지 조합원들이 가구타운이 조성될 부지를 확보해서 그 부지를 활용한 사업계획서를 가지고 오면 행정적 뒷받침을 해주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박경식 루브르 대표는 “고양의 가구단지를 산업으로 육성할지 판단할 때가 온 것 같다”며 “시가 가구유통산업을 고양시가 육성시킬 사업이라고 판단 한다면, 시유지 중 가장 적합한 땅을 매매가 보다 어느 정도 할인된 가격으로 가구단지 조합원에 매각하고 분양하면 좋을 것”이라는 바람을 내비쳤다. 박 대표는 또한 “시유지를 우리가 공짜로 확보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와 협상을 하면서 가구타운에 필요한 부지 가격을 조율할 수 있으며 그 위에 가구 집적화에 필요한 대리점 건설비용은 우리가 부담하고, 대신 시는 가구타운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기반시설, 가령 주차공간과 도로공간, 상하수도, 전기시설 등에 대한 비용을 일정부분 지원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양가구공단 조합원 들 중 일부는 시유지 확보를 통한 가구타운 조성이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시유지의 장기 임대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광서 노송가구 대표는 “가구타운이 들어설 수 있는 집적화된 부지가 확보된 상태에서 현재 가구단지 조합원들이 부담하고 있는 월세나 임대료보다 저렴한 수준에서 시유지와 건물에 대한 장기 임대 형태로 임대료를 부담한다면 우리 조합원들도 반길 것”이라고 말했다. 송도현 전 고양가구단지 협의회장도 “킨텍스 활성화 지원시설에 조성된 스포츠 테마파크 원마운트 시설처럼 장기 임대 형식으로 우리에게 부지와 시설물을 활용하게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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