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전체 회의가 끝나니 직원들이 내기표를 돌린다. 26일 서울시장선거가 끝나면 내기 결과대로 돈을 걷어 회식을 하자는 제안이다. 신문사에서 타 단체장 선거에 내기를 걸어 회식을 한다면 너무 위신이 서지 않는 일일까. 좀 체신없지만 신문사도 직원들간의 화기애애한 단합은 매우 중요하므로 한쪽에 이름을 적었다. “누가 되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생각보다는 대략 비율을 맞추어 걸었다. 어차피 투표권도 없으니 사람이 적은 편에 표를 던졌다. 돈이 안 모이면 회식이 되겠냐는 생각에서.

지난 일요일에는 지역 행사들을 다 ‘외면’하고 오랜만에 교회에 나갔다. 소위 말하는 ‘날라리’ 교인이라 한달에 한번도 채 가지 못하지만 존경하는 목사님과 교인들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예배가 끝나고 점심시간. 아줌마들이 모여 앉아 수다를 떨었다. 교회가 서울에 있어 자연스레 서울시장 선거가 화제로 등장했지만 후보 개인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였다. “강남에서 1억만 투자하면 우리도 누구처럼 되지 않냐”는 이야기가 나오자 다들 즐거워한다. “돈 한푼 안들이고 이 정도면 우리 미모도 봐줄만 하다”며 기뻐한다. 역시 아줌마들에게 모 후보의 ‘피부관리 비결’ 보도는 위력이 컸다. 

투표권이 없다 해도 이처럼 서울시장 선거는 나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다. 솔직히 결과에 대한 궁금증도 크다. 그런데 언론의 선거공방전이나 TV토론회 등을 보면 자꾸 채널을 돌리게 된다. 계속 지적되는 것처럼 서울시가 앞으로 어떤 정책방향으로 무엇에 주안점을 두고 나아갈 것인지 보다는 정치공방, 인신공격이 주가 되고 있다. 고양시에도 여러번 방문해 최성 시장에게 자문을 해줄 만큼 풍부한 아이디어와 정책 노하우를 자랑했던 박원순 후보가 정치인 나경원 후보의 ‘준비된 공격’에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얼굴을 붉히는 모습을 보면 확실히 선거는 정치가 분명하다. 선거의 결과를 예측하는 방법도 정치적인 판도, 집단간의 이해득실을 먼저 따지게 된다.

지역의 단체장들을 선출하는 모든 지방선거가 그러하지 않을까. 최성 시장 역시 당내 경선과 야권연대, 본선까지 정치적인 과정을 거쳐 지금의 자리를 얻었다. 이처럼 정치적인 과정을 거쳐 선출되는 단체장들은 정치인일까, 행정가일까. 여러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선거결과까지만 정치인이고, 당선 이후에는 행정가가 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아무리 작은 지방자치단체라 해도 단체장들의 업무는 시민들을 위한 각종 정책, 제도를 실행하고, 공무원조직을 관리하고, 각종 인허가, 감독 업무까지 90% 이상이 행정이다. 정치인인 나경원 후보나 시민운동가 출신의 박원순 후보 모두 서울시장이 되면 바로 행정가로 변신해야한다. 어느 누가 더 빨리 시민들이 원하는 행정가로 전임 시장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까. 우리 입장에서는 오세훈 전 시장이 ‘외면’하고 오히려 지역내 갈등을 부추기는 느낌까지 받았던 기피시설 문제에 대해 좀 속시원하고, 솔직하게 해결해줄 서울시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아마도 당선이 되자마자 고양시는 주고받을 계산부터 확실하게 정리해 청구해야하지 않을까.

정치적 관문을 거쳐 당선이 됐는데 갑자기 행정가가 돼야한다니 좀 무리한 요구라는 느낌도 없지않다. 그러나 현 지방선거의 한계라 하더라도 현실은 단체장들이 받아들여주어야 한다. 최성 시장은 분명 정치인 출신의 단체장이다. 최 시장은 행정가로의 자기변신을 얼마나 잘 했을까.

반응이 썩 좋지는 않다. 전국체전이라는 중요한 행사와 함께 지역의 많은 행사들을 모아내 한꺼번에 훌륭하게 치러낸 능력은 모두가 인정하지만 “너무 무리하지 않았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왜, 무엇을 위해 그렇게 했냐”는 의문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다.

체전을 앞두고 시민서포터즈 발대식에서 최성 시장이 4개월된 아이를 안아올리며 서포터즈로 임명했다는 보도자료와 사진을 보고 난감함을 느낀 건 기자 한사람뿐일까. 이제 내년이면 최성 시장도 취임 3년차가 된다. 시간은 참 빠르다. 그런데 여전히 최성 시장은 작은 것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불만이 들린다. 정작 시장의 큰 그림을 기다리고 있는 뉴타운개발, 고양시의 각종 개발, 현안들에 대해 ‘해답’이 나오지 않는 이유를 정치적으로 이해하는 이들이 많다. “굳이 나서봐야 득될 게 없지 않냐”는 추측이지만 신중함이야 행정가에게도 중요한 덕목이니 아직은 좀더 기다려봐야겠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