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지원센터 조례, 민간주도 마을사업 3년 성과

 “마을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편안합니다. 어쩌면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고향을 생각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의 첫 과제는 무엇보다 지역주민들이 상호 인사를 나누고 알리며 협동을 통해서 공동으로 거두어들일 수 있는 참여의 마음들을 확인하는 단계라고 생각됩니다.”
안산좋은마을만들기지원센터 운영위원장 문정희 교수(한양대)가 센터 인사말에서 적은 글이다. 예로부터 우리가 갖고 있던 마을, 공동체를 개발과 함께 다 부수어놓고 이제 와서 새롭게 예산과 정책을 통해 살리겠다고 한다. 이웃집 아이들을 돌아보고, 동네 어르신의 안부를 묻고. 고민이 있으면 나누고, 먹을거리를 마련해 마을잔치를 여는 전통의 마을을 복원하는 것이 바로 마을만들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공단이 있는 산업도시로 알려진 안산시. 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안산의제를 중심으로 마을만들기 조례와 지원센터를 만들어 다른 지역까지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는 안산을 찾았다. 이번호에서는 안산시가 조례와 센터를 만들게 된 과정과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보았다. 


반월공단과 시화호로 알려진 안산시. 1994년 발생한 시화호 환경오염 등 다양한 지역 이슈를 통해 모이게 된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된 것이 바로 마을과 마을만들기였다. 1999년부터는 안산YMCA, 안산경실련 등 11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2004년부터 안산시 마을만들기 사업이 본격 시작됐다. 다른 지역과 달리 안산의제21가 시민사회단체의 구심으로 민과 관을 연결하는 거버넌스 시스템을 일찍부터 구축했다.

의제를 중심으로 민관 거버넌스 구축
초기 마을만들기는 시민사회단체가 안산시의 지원을 받는 공모방식으로 5개동 시범사업으로 진행됐다. 시민단체가 각 1개동과 연결돼 기획부터 진행을 돕는 ‘매칭사업’방식으로, 예산만 주고 관리가 안되는 다른 시군보다는 내실있게 진행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가 주도하는 공모사업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단체장이 바뀌고, 정책이 달라지면서 ‘왜 우리 동은 지원을 안해주냐’는 문제제기가 들어오자 일괄로 예산을 나눠주게 됐다. 일괄 예산 지원방식은 마을잔치 한번 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해서는 지속적인 마을만들기가 어렵다는 판단이 섰고, 조례와 지원센터를 추진하게 됐다.”
마을만들기 조례와 지원센터를 만드는 일을 주도했던 안산의제21 신남균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2006년부터 의제는 도시교통분과가 주축이 되어 안산YMCA, 경실련 등이 팀을 만들어 광주북구청, 청주 등 앞선 사례를 조사했다. 주민자치위원회와 함께 답사도 다녔다. 조례에 주요하게 담고자했던 것은 민간영역의 마을만들기 사업을 하자는 것이었다.

단체장 한마디에 마을사업 바뀌기도
관에서 주도하는 마을만들기는 단체장의 ‘연두 순시’ 한번에 사업이 정해지기도 하고, 주민들의 결정이 뒤집히기도 한다. 실제 고양시도 올해 공모사업의 경우 10건 중 9건이 꽃길가꾸기 사업이었다. 올해 전국체전을 고려해 “꽃길을 가꾸는 게 좋겠다”는 ‘윗분’의 의견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지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조례를 만들면서 집행부와 의견조율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빠지거나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마을만들기와 관련해 주민자치과 이외에 도시계획, 문화, 환경, 지역경제까지 모든 부서와 함께 논의를 하기 위한 행정지원협의체가 논의과정에서 제외됐습니다. 새로운 내용에 대해 집행부나 시의회 모두의 반발을 고려한 것이지요.”

안산YMCA 유홍번 사무총장의 이야기다. 일단 조례를 만드는 일이 중요했던 만큼 어느정도의 양보는 필요했다는 것. 안산시 마을만들기 조례는 집행부 발의안으로 2006년 통과됐다. 큰 반발은 없었다.

민간 마을만들기 위한 조례
‘주민자치기능 강화와 지역공동체 형성,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안산시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는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는 마을만들기 조례에는 지원센터 건립을 위한 내용이 주요하게 담겨있다. 지원센터는 △마을 만들기에 대한 연도별 사업계획의 수립 및 집행 △마을 만들기 분석·평가·보고·연구 △주민의 마을 만들기 계획의 수립 및 집행에 대한 지원 등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안산좋은마을만들기지원센터는 2008년 문을 열었다. 예산은 마을만들기 공모사업 예산 1억원을 포함해 연간 2억원정도 지원된다. 사무국장을 포함해 3명의 상근인력이 배치됐다. 지원센터는 3년째 민간위탁 형태로 안산YMCA가 운영해오고 있다.

지원센터에서는 그동안 화정동 꽃우물 이야기길 만들기, 선부동 복지마을만들기, 사2동 작은도서관 사업, 대학동 명문거리 만들기 등 마을과 공동체를 살리고,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 마을아카데미, 실무자를 위한 마을 코디네이터 교육, 마을디자인 대학, 전문가와 만나는 마을포럼, 청소년 마을기자단 등의 교육활동도 중요한 축이었다. 안산좋은마을만들기 지원센터는 2008년 행정안전부 마을가꾸기 우수사례 대상과 2009년 민간협력포럼 민관협력 우수사례 대상을 받았다. 

행안부 공모 대상 10억 지원도
“행안부 공모사업에서 대상을 받아 10억을 지원받았습니다. 그 예산으로 25시 광장을 조성할 수 있었는데 덕분에 안산시에서도 마을만들기 사업이 ‘정말 좋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신남균 사무국장은 안산시 마을만들기가 비교적 잘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민과 관의 협력이 잘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5년 이상 사업을 함께 진행해오면서 공무원들도 민간의 도움을 받는 일이 ‘더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시민사회단체도 이슈를 중심으로 ‘날을 세울 때’도 있지만 마을 사업에서만은 동반자로 자리매김을 확실히 해온 덕분이다.
올해로 3년을 맞이한 지원센터는 자치 평가와 함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마을만들기를 통해 각 동의 그림을 직접 그려보는데 그게 반영이 안되면 그냥 프로그램으로 끝나는 거죠. 주민이 제안하는 도시계획, 마을사업이 도시재생적 개념까지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유홍번 사무총장은 지원센터가 그리고 있는 비전을 현실화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진정한 주민자치를 위해 가야할 길이라고 조언했다.

▲ 안산의제21 신남균 사무국장
안산의제21 신남균 사무국장은 안산시의 마을만들기와 조례, 지원센터 설립과정에 적극 참여했다. 무엇보다 신 사무국장은 시민사회단체와 시 집행부, 기존 단체들, 주민자치위원회 등 민과 관, 진보와 보수단체들을 연결해내는 역할을 해냈다. 마을만들기를 위해서는 우선 각 동의 자원과 고민을 찾아내고, 주민들을 교육시켜 주체로 만들어 나가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 집행부, 지역사회의 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신 국장은 공식 거버넌스 기구인 의제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안산의제는 시민단체가 주축이 되어 새마을부녀회 등 기존 단체들이 협조를 해주는 체계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덕분에 민과 관의 중재, 거버넌스 틀을 만들어내기가 좋았죠.”
부시장의 도움을 받아 5, 6급 공무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을 30명 정도 모아 함께 1박2일 워크샵을 진행해왔다. 올해로 5년째 되다보니 공무원들과 NGO들과의 큰 갈등은 없다고.
“대립각을 세울 때는 세워야 되죠. 시화호 환경오염도 그렇고, 우리도 시끄러운 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도울 때는 다함께 해야된다는 인식이 확실히 만들어졌죠.”
각 동에 고민을 해결해주는 ‘마을 닥터’와 ‘디자인대학’사업을 위해서는 한양대, 안산1대학 등 지역의 4개 대학 자원을 활용했다. 건축사회도 협약을 맺어 각 동에 전문가를 파견해준다. 이런 가교 역할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신남균 사무국장처럼 지속적인 마을만들기를 고민해온 지역전문가, 활동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뷰 - 안산YMCA 유홍번 사무총장
“행정지원협의체 빠져서 아쉬워”

▲ 안산 YMCA유홍번 사무국장
“마을만들기 사업이 주민자치과 소관이지만 업무는 도시계획, 환경, 녹지 등 전부서와 연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행정지원협의체를 초안에는 넣었는데 결국 우리는 그걸 못했죠.”
안산YMCA 유홍번 사무총장은 마을만들기 조례를 제정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반발을 우려해 “우선 만드는게 중요하지 않냐”는 담당 공무원의 조언을 받아들여 몇가지 조항이 수정됐다. 유 사무총장은 행정지원협의체가 빠진 게 가장 아쉽다. 마을을 주민이 만들어가는 데 지구단위계획이나 도시계획은 관에서 일방적으로 진행한다면 진정한 참여와 거버넌스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리를 벤치마킹한 수원시에서는 행정지원 협의체를 만들었습니다. 고양시도 처음부터 도시재생적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개발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었는데 지역에서도 부수고 다시 짓는 것이 아니라 순환형 재개발을 고민해야죠. 고민의 주체는 주민이 되겠지요.”
유홍번 사무총장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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