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간 아들이 남긴 큰 선물

지난 7일, 백병원에서 세쌍둥이가 태어났다. 아들은 사무엘, 두딸은 한결, 한나라 이름지었다. 김용운(46)씨와 아내 허명구(42)씨가 그 행운의 주인공. 분만실 앞에서 세쌍둥이를 받아 앉은 김씨, 기쁨의 눈물과 함께 슬픔의 기억을 지워버릴 수가 없었다. 새 생명이 태어난 분만실 바로 옆이 2년전 아들을 잃은 중환자 실이었기 때문이리라.

김씨와 허씨는 2년 전, 당시 18살이던 아들을 하늘로 보냈다. 한창 유행하는 자살사이트에 빠져 농약을 마신 것. 아들은 그 즉시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을 알았지만 때는 이미 늦어 사경을 헤맸다.

“아버지로써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자식을 보며 아무것도 해줄수 없는 제 자신이 너무 싫었습니다.”라며 김씨는 당시의 정황을 힘들게 설명했다.

다 자란 자식을 먼저 보낸 김씨는 그 죄책감으로 삶을 포기했었다. 술로 세월을 보내며 죽을 결심도 여러 번 했지만 아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유언이 생각났다고.

“전에 우리 부부는 절실한 불교 신자였는데 아들이‘가자 제일교회’를 말하더라고요. 아들도 전에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교회인데, 아들의 마지막 부탁이라 생각하고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부부는 아들을 생각해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였고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아들의 유언으로 시작한 신앙생활에서 얻은 것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다시 한번 자식을 가져보자는 희망을 얻은 것. 시련을 극복하는 길은 그것뿐이라고 생각하고 아이를 갖기 위한 시도를 시작했다. 적지 않은 나이라 병원 관계자도 힘들 것이라고 했지만, 8번의 인공수정시도와 시험관 시술 끝에 드디어 임신에 성공했다.

허씨는“처음엔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세쌍둥이라는 주치의의 말을 듣고 이것은 우리 부부의 노력뿐만 아니라 전교인이 함께 기도를 해줘서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었죠”라며 주위 사람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세쌍둥이는 아직 몸무게가 미달이라 병원 인큐베이터 안에 있지만 건강한 편이다. 허씨는 세쌍둥이 모두에게 젖을 먹여 힘들어하면서도 연실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사무엘과 한결이 한나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으면서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세쌍둥이를 키우면서 지난 시련은 잊고 즐겁고 행복한 나날을 보낼 김씨와 허씨는 자신들과 같은 어려운 입장에 처한 사람에게“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말고, 새로운 기회가 왔을 때 최선을 다하세요. 그러면 분명히 행복한 삶이 기다리고 있어요”라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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