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좌마을 작은 잔치 ‘은행나무 고사’

▲ 가좌마을 은행나무 고사는 마을 이순만 청년회장, 이지영 입주자대표회장, 글로벌교육과학희망포럼 나도은 대표, 윤주한씨 등 마을 주민들이 뜻을 모아 마련됐다.
가좌마을 7단지 아파트에는 500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있다. 아파트로 바뀌기 전 이 동네는 중선(중산)마을로 불렸다. 중선 즉, 작지 않은 크기의 배를 은행나무에 묶었다고 해서 붙여졌다고도 하고, 음송마을과 율리마을 사이 야산에 있다고 하여 중산마을이라고 불렀다는 유래가 있다.

도 지정 보호수인 이 은행나무는 암수 나무의 가지가 연결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커다란 한 쪽 나무에서만 은행이 열린다. 보기 드문 연리지(連理枝)나무인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예로부터 시월 달에 이 나무에 고사를 지내왔다. 한 해 잘 보낸 것에 대한 감사와 마을 사람들끼리의 친목을 도모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마을이 아파트 부지로 수용되어 공사가 시작되면서 지난 2년간 고사를 지내지 못했다. 해마다 거르지 않고 지내던 마을고사를 두 해를 거르고, 오랫동안 터잡고 살던 주민들은 본 터를 잃고 주위에 흩어져 살게 되었으니 마을 주민들의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이 얼마나 컸을까.

그런데 올해 윤주한씨를 비롯해 마을 청년회(회장 이순만), 아파트 입주자대표회(회장 이지영), (사)글로벌교육과학희망포럼(대표 나도은) 등이 뜻을 모아 은행나무 고사를 지냈다. 마을 청년회와 부녀회에서 주도하고 아파트 입주민들이 동의하고 참여해 이루어진 이 날 행사는 전형적인 마을 고사의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 가좌마을 잔치에 참여한 주민들이 먹을거리를 나누고 있다.
시루떡과 돼지머리, 막걸리를 상돌에 차려놓고 10여 년간 고사를 주관해온 이상철씨가 진행하여 참석자들이 절하고, 촛불에 길게 자른 흰 종이를 태우며 마을의 평안과 각자의 소원을 빌어주는 소지를 하며 고사를 끝냈다. 참석한 사람들 모두 은행나무 아래에서 고사 지낸 음식을 음복하고, 부녀회에서 준비한 음식을 나눠먹으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순만 청년회장은 “고사를 못지내게 되었을 때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서로 배려해가며 행사를 치를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라며 원주민과 아파트 주민 간에 친밀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비쳤다.

또한 이지영 아파트입주자대표회장은 “내년에는 아파트 주민들에게 더 많이 홍보하여 뜻 깊은 행사를 함께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며 은행나무 고사가 갖는 마을잔치의 의미를 확인했다. 가지가 연결되어 있는 500년 된 연리지 은행나무가 원주민과 입주한 주민들을 서로 연결시켜주고, 화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주민들이 오랫동안 이 은행나무에 고사를 지내며 마을의 평안과 주민들의 행복을 기원했던 일이 이렇게 아름답게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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