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동 '촉촉한 호박고구마' 김지철, 조항의 공동대표

▲ 김지철, 조항의 대표(오른쪽부터)는 "힘이 들어도 농촌을 살리고, 내일의 힘찬 희망을 품기에 고단함을 잊는다"고 전했다.

“고구마가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순간을 선물합니다.”찬바람이 불어대는 겨울이 시작됐다. 사르르 입안에서 무스케이크처럼 녹는 군고구마가 더 생각나게 한다. 그 군고구마를 세상에 알리는 28살 동갑내기의 멋진 청년 김지철, 조항의 씨가 농촌에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촉촉한 호박고구마’는 땅끝 해남의 황토에서 농부의 땀방울로 키워진 것을 백석동에 사는 청년들이 마두역 광장에서 시식 및 판매를 하는 브랜드이다. 공동대표이며 대학동기가 되는 이들은 디자인을 전공했고, 2011 청년창업열전 코리아에서 드림비즈도전상을 수상했다.

김지철 씨는 2008년에 한국을 대표하는 영디자이너 11인에 선정되었으며, 이탈리아 토리노 현지 대학생 디자이너와 플렌조시 도시복지디자인에 참여했고, 선박인테리어가 꿈이었다. 조항의 씨는 현대모비스 영업마케팅에 종사했다.

공동대표는 원래 3명이며 1명은 해남이 고향인 정현록 씨이다. 이번 봄에 디자인과 전공을 살려 요트디자인회사에 입사 결정된 김지철 친구의 취업을 축하하기 위해 해남의 정현록 친구집에 놀러가기로 일정을 잡았다.

3명의 친구들은 2주 동안 머물면서 새벽 4시부터 밤 9시까지 고추따기, 하우스철거, 창고보수 등 매일 농사일을 도와줬다. 정현록 친구의 어머니는 아들 친구가 일하는 것을 안쓰러워 하면서도 도와주어서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3명의 친구들은 “농사체험을 하면서 우리의 농촌이 사라질 것 같은 위기를 느꼈으며, 농촌을 살리는 일에 뜻을 함께하기로 결심했다”고. 김지철 친구가 꿈꾸어왔던 멋진 요트디자인을 접고, 국내 최고의 호박고구마 브랜드 만드는 것에 더 열정을 쏟았다.

김지철 씨(디자인하는 놈), 조항의 씨(마케팅하는 놈), 정현록 씨(농사짓는 놈)는 번듯한 사무실이 없는 관계로 늘 작은 카페에서 커피 2잔 주문하여 3명이 나누어 마시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회의를 하곤 했다.
어느 날, 라페스타의 작은 카페에서 로고에 대한 아이디어를 스케치할 때였다. 어떤 여성이 자신의 입술에 냅킨을 갖다 대고는 내려놓을 때, 선명한 립스틱 자국이 베어있는 것을 보게 됐다. 호박고구마 2개가 붙어있는 것처럼 보여, 여성의 촉촉한 입술과 브랜드네임인 ‘촉촉한 호박고구마’의 로고를 이때 탄생시킨 배경이 됐다.

김지철, 조항의 씨는 “사랑하는 연인들의 첫 입맞춤처럼 촉촉한 호박고구마와의 첫입맞춤 또한 촉촉하리라”하며, 세상에 선보였다.

김지철 씨의 여자친구 정은정 씨는 멋진 모델역을 맡았고, 정현록 씨의 김귀이 어머니도 순박한 모습으로 리플렛에 등장했다.

촉촉한 피부에 좋은 베타케로틴과 뽀오얀 피부에 좋은 칼륨 등 고객의 마음을 촉촉이 녹여줄 내용들도 자세히 리플렛에 기록했다. 흔히 있는 못생긴 고구마 박스는 자연의 빛깔처럼 무광택으로 했고, 여성들의 감성을 끌어내려고 고구마를 형상화한 입술을 나타냈다.

홈페이지도 개성있는 특징을 살렸다. 시식용으로 굽는 군고구마 마차도 디자이너답게 근사한 작품처럼 만들어 11월부터 마두역에서 지나가는 이들에게 홍보하며 시식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2일 만에 100kg의 호박고구마를 판매한 김지철, 조항의 씨는 “힘은 들어도 농촌을 살리고, 내일의 힘찬 희망을 품기에 고단함을 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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